동부하이텍, 가상화 도입 1년의 경험을 말하다

일반입력 :2008/10/08 17:33

황치규 기자 기자

2008년, 서버 가상화를 둘러싼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어딜가도 가상화 얘기다. IT업계 최대 메가트렌드중 하나로 떠올랐다해도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가상화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공급 업체들은 메시지를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지만 상당수 고객들은 아직 '관망모드'다. 가상화가 매력적으로 비춰지는 것은 사실이나 무턱대고 도입했다가 사고가 날까하는 마음에 시스템 구축은 망설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가상화 구축 사례가 정보로서 중요한 가치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2007년 가상화 환경을 구현한 동부하이텍은 국내 가상화 레퍼런스 사례로 나름 상징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도입후 1년이 넘게 시스템을 운영해왔고 적용 범위도 점진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만큼 '사용자가 바라본 가상화 이야기'란 테마와도 잘어울린다. 국내 중견중소기업(SMB)의 가상화 도입 트렌드를 짚어보는 사례로도 활용할 수 있다.

농업과 반도체 사업을 펼치는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6월 델 블레이드 서버와 VM웨어 가상화 솔루션을 기반으로한 가상화 환경을 구현했고 지난 4월에는 스토리지 증설을 완료했다. 기간계인 전사적자원관리(ERP)를 제외한 대부분의 서브 시스템을 가상화 환경에서 가동하고 있다. 동부하이텍 박명선 정보기획부장을 만나 가상화 도입에 따른 효과와 향후 계획을 물었다.

애플리케이션 운영 효율성 확대

동부하이텍은 가상화를 통해 ERP 주변에 있는 20여대 서버에서 돌아가던 서브 시스템들을 5대 서버와 백업 서버 1대로 통합했다. ERP까지 가상화 환경에서 돌리기는 부담이 있기에 별도 서버로 가고 그 주변 시스템을 가상화 환경으로 묶어버린 것이다. 이후 점진적으로 시스템을 확장해 올해 상반기 가상 서버 2대를 추가했다.

이에 대해 박명선 부장은 ERP는 아직 가상화로 구현하기는 위험이 조금 있는 것 같다면서 기간계보다는 주변 시스템에 적용하는게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부하이텍은 서브 시스템들에 가상화를 적용할때도 한꺼번에 밀어부친게 아니라 문제가 터져도 위험 부담이 적은 것부터 시작했다. 또 에러가 나면 과거 상태로 바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제하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도입하기전에 컨설팅을 통해 서버 사용률을 미리 점검했어요. 장비 세팅끝내고 하는데만 한달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한꺼번에 가상화 환경으로 전환한게 아니라 서버 두대씩 옮기다보니 준비 및 설치기간이 일반 서버를 구축할때보다는 많이 걸린 편이에요. 2007년 1월 2일 ERP를 오픈하다보니 위험부담이 적은 것부터 단계적으로 가는게 맞다고 봤거든요.

박명선 부장에 따르면 동부하이텍이 말하는 가상화의 가장 큰 효과는 비용절감보다는 애플리케이션 운영 효율성 확대다. 애플리케이션을 추가로 구축하는데 드는 발품을 크게 줄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가상화 도입과 함께 업무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박명선 부장의 얘기는 계속된다.

동부하이텍은 IT인프라 운영은 그룹계열 IT서비스업체인 동부CNI에 맡기고 애플리케이션 운영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상화 도입에 따른 효과는 아무래도 애플리케이션쪽에서 느낄 수 밖에 없죠. 예전에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하려고 하면 항상 하드웨어, 데이터베이스, 운영체제(OS)가 패키지로 들어갔는데 가상화 환경으로 바꾸면서 빈자리가 있으면 애플리케이션을 넣자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된다고 하면 바로 집어넣는거죠.

인프라를 직접 관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용절감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동부하이텍은 가상화 도입으로 공간과 투입되는 운영 인력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유지 보수료를 크게 줄였고 신규 서버 도입 비용도 낮췄다.

박명선 부장은 가상화를 도입하기전에는 매년 서버를 3~4대 정도 추가로 도입했는데, 지금은 그렇지않다면서 4년 기준으로 봤을때 가상화로 바꾸는게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총소유비용(TCO)이 20% 저렴하다는 품의를 회사에 올렸다고 전했다. 또 가상화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IT투자 예산을 예측할 수 있게됐다고 강조했다.

서버 가상화란 서버 한대를 마치 여러 대를 사용하는 것처럼 돌릴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서버 가동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게 장점인데, 이는 적은 서버를 갖고서도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버를 가상화하게 되면 서버 1대에서 OS 여러개를 돌릴 수 있는 환경으로 전환되는데 이때 애플리케이션은 특정 서버와의 일대일 의존성을 깨고 상황에 따라 다수 OS 사이를 왔다갔다하게 된다. A라는 OS위에서 돌다가 부하가 걸리면 다른 OS로 옮길 수 있는 구조다.

개념만 놓고보면 흥미로운 IT환경이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도 던지게 된다. 가상화로 서버를 통합했는데, 잡자기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되는가. 시스템 전체가 다 망가지는 것 아닌가?

동부하이텍 역시 이점을 주목했다. 가상화 환경을 도입하면서 위험 부담이 적은것부터 시작했고, 지금까지 큰문제 없이 시스템을 가동중이다.

박명선 부장은 가상화 환경은 시스템 전체가 다운되면 애플리케이션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도입 후 단위 애플리케이션이 돌아가다 엉키는 경우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시스템 전체가 중단된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그는 또 가상화 환경에서는 단위 애플리케이션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서버로 옮길 수 있기에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시스템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IT책임자 입장에서 보면 업무 연속성을 확보한 셈이다.

가상화 환경 도입에 따라 관리도 편해졌다. 특히 백업 프로세스가 크게 좋아졌단다. 예전에는 애플리케이션별로 백업을 일일이 다 받아야 했는데, 지금은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애플리케이션 영역별로 가상화 환경 분리 필요

앞서 언급했던 동부하이텍은 다른 기업보다 일찍 가상화 환경을 도입한 편이다. 2007년이면 참고할만한 레퍼런스가 흔치않던 시절이다. 그럼에도 동부하이텍은 ERP 가동과 함께 주변 시스템에 대한 가상화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던 상황에서 기회를 크게 본 것이다.

박명선 부장의 말이다.

초기에 도입하는게 쉽지는 않았어요. 문제가 되면 어떻하느냐도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그러나 가상화란 개념은 그전에도 존재했고, 하드웨어가 발표될쯤이면 시스템에 큰 영향을 주는 기술은 거의 없다고 봤습니다. 충격이 덜한 부분부터 적용하면 위험보다는 효과가 더욱 크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동부하이텍이 쓰고 있는 가상화 솔루션은 VM웨어 제품이다. 확장할때도 VM웨어를 도입했다. 당시만 해도 x86서버 가상화는 VM웨어외엔 대안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VM웨어외에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시스트릭스시스템스코리아, 한국레드햇도 가상화 솔루션을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 입장에서 특정 가상화 솔루션을 도입하면 계속해서 그 제품을 쓸 가능성이 큰지 아니면 필요에 따라 골라쓸 수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에 대해 박명선 부장은 공급 업체에 종속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면서 필요하면 다른 업체 가상화 솔루션을 쓸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부하이텍은 독자적인 IT로드맵을 세워놓은상황으로 필요할 경우 계속해서 가상화 시스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광범위한 애플리케이션을 가상화 환경에서 돌리게 되면 성격이 비슷한 애플리케이션별로 시스템을 분류할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

박명선 부장은 시스템이 늘어나면 지금처럼 계속 한서버에서 돌리는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영역별로 시스템을 물리적으로 구분하는게 좋을 것 같다면서 다른 기업들에게도 이렇게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