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개인정보' 새고 있다?

일반입력 :2008/09/30 16:35    수정: 2009/01/04 23:12

김효정 기자

누군가 당신에게 빚을 지고 도망쳤다면? 고민할 필요 없다. 휴대폰 번호나 주민번호만 알고 있다면 생각보다 쉽게 붙잡을 수 있다.

물론 검거율(?) 100%를 자신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돼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제부터 알아보자.

채무자를 찾고 싶다면 우선 우리 주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생활정보지를 펼쳐라. 그 다음에 '사람찾기' 광고를 찾아서 전화를 걸어 의뢰하면 된다.

흔히 심부름 센터(흥신소)라 불리는 곳에서 사람을 사서 채무자를 찾을 수도 있지만, 흥신소의 도움을 받아 채권자가 직접 채무자를 찾을 수도 있다. 바로 이동통신 서비스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 흥신소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휴대폰 위치추적 내지는 온라인 문자보내기 내역 확인 등이다. 이는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모르고서는 불가능한 방법이다.

무작위로 생활정보지에 나와있는 휴대폰 위치추적 업체에 직접 전화를 걸어봤다. 이 업체에 따르면, 상대방의 휴대폰 번호만 알면 '휴대폰 불법복제'를 통해서 위치추적이 가능하다는 것. 단 채무자가 휴대폰 전원을 꺼놓거나 가입해지를 한 경우에는 위치추적이 안된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2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면 상대방의 휴대폰 번호만으로 수일 내에 복제된 휴대폰을 만들어 우편으로 보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두 설명을 들었을 뿐 비용을 지불하고 직접 복제 휴대폰을 받아 보지는 않았지만, 다른 업체들의 경우에도 채무자가 휴대폰만 가지고 있으면 위치추적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불법복제 사례 확 줄어...

최근 들어 휴대폰 불법복제 사례는 크게 줄어 들었다. 지난 2006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휴대폰 복제 등으로 인한 명의도용 피해사례는 8,800여 건에 피해액은 61억5,0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해 주무부처인 중앙전파관리소에서 신고포상제를 실시하는 등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휴대폰 보조금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불법복제는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당시 불법복제는 대부분 비싼 휴대폰 단말기나 사용요금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보조금 제도로 단말기가 저렴해지고, 불법복제신고센터를 마련해 신고포상제를 실시해 법적인 제재를 가하자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중앙전파관리소의 한 관계자는 "최근 3개월간 휴대폰 불법복제 단속사례는 단 1건이다. 이통사가 복제방지시스템을 운영하고 보조금으로 단말기 가격이 떨어지면서 피해사례가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휴대폰 복제를 하려면 해당 단말기의 고유번호(ESN;Electrical Serial Number)을 알아야 한다. 또한 2006년 이후 출시된 일부 휴대폰과 3G방식의 최신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 인증키(A-Key)와 불법복제탐지시스템(FMS) 성능을 개선하는 등 불법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도감청 부서의 한 관계자는 "최신 휴대폰의 경우는 불법복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불법복제가 가능한 단말기가 상당수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휴대폰 불법복제 사례도 줄어들고 여러 장치를 통해 불법복제 자체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불법복제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바로 이동전화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안다면 불법복제 내지는 휴대폰을 통한 추적이 가능하다. 사채업자의 경우 잠적한 채무자를 찾아내기 위해 이통사의 회원정보를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통사에서 개인정보 새나?

사채업자는 브로커를 통해 이통사 직원에게 한 건당 70~1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채무자의 이통사 회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구매해 각 홈페이지의 온라인 문자보내기 내역을 통해 추적하기도 한다.

한 전직 사채업자는 "휴대폰 위치추적은 법적인 문제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이통사를 통해 알아낸 정보로 온라인 문자보내기 내역을 확인하고, 상대방 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위치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전파관리소의 담당부서에 문의한 결과, 과거 휴대폰 불법복제는 단말기나 요금을 아끼려는 행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채나 음성적인 목적의 불법행위까지 신경쓰지는 못했다고 답변했다.

또한 이동전화 가입자가 자신의 명의로 프로그램을 복제하거나 불법복제 업자를 통해서 복제폰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해 줬다. 실제로 배우자 불륜 등을 포착하기 위해 자신의 명의로 복제폰을 만들어 상대방 차량에 복제폰을 숨겨두고 추적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중앙전파관리소의 한 관계자는 "만약 음성적인 시장에서 휴대폰 불법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이통사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 시장 모니터링을 통해서 이러한 행위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것이며, 적발될 경우 정보통신망법과 통신법은 물론 사기 등 형사처벌까지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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