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통사 고객정보, 사채시장에 유출?

기자수첩입력 :2008/09/29 18:33    수정: 2009/01/04 23:13

김효정 기자

사채업자들이 돈을 갚지 않고 잠적한 채무자를 추적하기 위해 이동통신사 고객정보를 이용한다는 이야기는 사채업자들사이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얼마 전 기자는 실제로 한 전직 사채업자를 통해 소재파악이 안 되는 채무자를 찾아내는 방법 가운데 하나를 들을 수 있었다. 바로 국민 10명 중 9명이 갖고 있는 휴대폰을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적인 이슈로 이통사와 초고속인터넷업체, 포털 등 다량의 가입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에 대한 고객정보 관리 강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직 사채업자를 통해 들어 본 결과, 국내 사채시장에서는 이통사의 고객정보를 사고파는 행위가 은밀하게 진행돼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이전까지는 휴대폰 불법복제 등을 통해 채무자 위치추적이 가능했지만, 근래 들어서는 규제 강화와 기술적,법적인 문제 때문에 휴대폰 위치추적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 대신 최근에는 이통사에서 구매한 온라인 가입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선 사채업자는 브로커를 통해 이통사로부터 한 건당 약 7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낸다. 그리고 각 이통사의 사이트에 접속해 채무자의 문자전송 내역을 점검한다.

사채업자는 채무자가 보낸 문자에 저장된 상대방 번호를 확인하고, 택배기사로 가장해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채무자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을 그만 두기 전 마지막으로 추적한 채무자는 C이동통신사 가입자였다"며 "A사, B사 역시 연결이 가능하다. 이러한 정보는 대리점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고, 본사 직원에게서만 알아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통사의 고객정보 관리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관리 체계는 갖춰져 있지만 담당자의 양심에 따라 불법행위가 얼마든지 자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이통사들은 검찰의 영장이 있을 경우에만 휴대폰 위치추적이 가능하며 고객정보 관리에도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A사의 경우 고객정보보호센터를 운영하면서 고객정보를 한 곳에서 관리한다. 또한 이통3사 모두 고객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권한이 한정돼 있으며, 이를 검색했을 때 로그인 정보가 남아 누가 어떤 정보를 열람했는지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고객정보 관리 시스템적으로 볼 때, 이통사 관계자가 고객정보를 악의적으로 빼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이러한 일이 절대 없다고는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사채업자의 주장과 같은 행위가 있었다 해도, 고객정보 유출 피해자는 자신의 위치가 어떻게 파악됐는지 알 수 없다. 또한 안다고 해도 자신의 처지 때문에 이통사에 손해보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낮고 근거도 없다.

우리나라 국민 중 사채 이용자, 그 중에서도 채무를 불이행하고 사채업자를 피해 다니는 사람의 수를 통계화할 수는 없지만 그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 수의 적고 많음 내지는 채무자의 비도덕성을 떠나서 고객정보를 사고파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