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 IT시장도 '블로그파워'

일반입력 :2008/08/18 18:42

황치규 기자 기자

내용이 딱딱하고 어렵다보니 대중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기업용 IT 솔루션 시장에도 블로그 마케팅 바람이 불어오려는 모양이다.

물론 아직은 개인 소비자 시장과 동급으로 올라섰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아직도 '불모지'란 꼬리표를 달려있을 상황도 아니다. 나름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분명 달라졌다. 한번 해보겠다는 의욕을 보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고객 및 파트너들과의 소통에 블로그가 효과적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분야도 다양해졌다. 소프트웨어 성능관리, 보안,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에 이어 최근에는 스토리지쪽도 블로그 마케팅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블로그 마케팅에 적극적인 업체로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표적이다. 한국MS는 지난 3월 서버 운영체제 '윈도서버2008' 출시를 앞두고 캠페인 블로그를 표방하는 '히어로'(http://blog.it-hero.co.kr/) 블로그를 열었고 6월초에는 시즌2로 옷을 갈아입었다. 반응이 좋다보니 블로그 성격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기획 블로그에서 상시 블로그 시스템으로 개편했다.

히어로는 한국MS 직원들과 외부 IT전문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딱딱한 IT얘기만 다루지 않는다. 개발자로서의 삶 등 소프트한 내용들도 많이 올라온다.

히어로 운영을 담당하는 한국MS의 성경란 차장은 히어로는 IT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면서 제품 얘기도 다루고 IT전문가들간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MS는 하반기부터 '히어로'의 활동폭을 오프라인으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성경란 차장은 매스 마케팅에서 사용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쪽으로 마케팅이 바뀌고 있고 고객들은 이미 블로그를 통한 소통을 끌어안을 준비가 돼 있다며 기업들의 자세 변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MS는 본사 차원에서 블로그를 적극 활용하는 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본사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채널9′ 은 기업 블로그 성공 사례중 하나로 불리우며 회사제품 및 기술과 관련돼 운영하는 직원들의 블로그도 6천300개가 넘는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블로그는 한국MS안에서도 익숙한 소통 채널로 통한다. 윈도서버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꼬알라의 하얀집 을 운영중인 백승주 과장, 플랫폼 전략 조언가인 김국현 부장 등 유명 블로거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국내 업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기업 블로그를 도입하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이중 DBMS 업체인 알티베이스와 DB성능관리 솔루션 업체 엑셈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엑셈은 지난달 18일 기업 블로그 '엑셈 이야기'(http://exem.tistory.com/)를 개설하고 블로그를 통한 외부와의 소통에 시동을 걸었다.

엑셈이 블로그를 개설한 것은 기업의 인간적인 면모들을 시장에 말하고 새로운 커뮤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홈페이지의 한계를 블로그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얘기였다.

엑셈은 블로그를 통해 시장 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의 소통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부족한게 많지만 고객들과 일방적인 대화가 아닌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엑셈은 블로그를 통해 제품 이야기는 물론 기업 가치와 문화도 다루고 있다.

DBMS라는 묵직한 제품을 다루는 알티베이스의 경우 이미 회사 차원에서 블로그(http://altibase.tistory.com/)를 운영한지 거의 1년이 다 돼간다. 내부 직원들간 의견 공유를 목적으로 운영해오다 최근들어 외부 개발자들에게 고급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부 평가는 좋은 편이다. 홈페이지보다 블로그 방문자수가 많은날도 있고 면접보러 오는 잠재 직원들이 블로그에서 정보를 접한 뒤 호감을 갖고 면접에 임하는 사례도 의외로 많다는 후문이다.

알티베이스의 이유경 차장은 많은 직원들이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1차 목표는 달성했다면서 앞으로는 고급 정보를 다루는데 주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SW보다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더 떨어지는 스토리지 업계에도 블로그 마케팅 활동공간이 마련되고 있다. 한국EMC가 포문을 열었다. 한국EMC는 조만간 차세대 스토리지를 다루는 블로그를 오픈할 예정으로 홍보팀 차원에서 이미 스터디를 마친 상태다.

글로벌 IT업체들의 경우 소비재든 기업용이든 가릴 것 없이 블로그가 활성화돼 있다.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임원들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국내는 다르다. 관심은 있어도 실제로 블로그를 하겠다고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케팅이나 홍보 담당자 입장에서 블로그 마케팅은 새로운 업무가 추가된다는 의미로 통할때가 많다. 하고는 싶은데 바빠서...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직원을 늘리자니 그것도 부담스럽다. 외국과 비교해 블로그 마케팅 확산이 더딘 이유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서도 실제 '액션'을 취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란 평가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도 블로그 마케팅이 확산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