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시장지배력, '인터넷은행으로 전이될까?'

일반입력 :2008/07/29 17:57

김효정 기자 기자

"이동통신사를 포함한 통신사들이 금융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금융서비스 회사를 만들 정도의 규모가 되지 않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안다."지난 6월 SK텔레콤의 한 관계자가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금융계열사를 설립할 가능성이 있나'라는 질문에 대답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답과 달리 이미 오래 전부터 금융계 진출을 노려왔던 SKT가 금융계열사를 설립할 가능성은 낮지 않다. 최근 이통사들이 3G 시장에서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을 기반으로 금융권과 함께 USIM뱅킹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인터넷은행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SKT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SKT는 이통시장의 포화에 따른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 방안으로 해외시장 진출과 더불어 결합상품 출시 그리고 금융업을 고려해 왔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해외사업에서는 연달아 고배를 마셨고, 결합상품 출시도 하나로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영업정지로 출시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따라서 금융업 진출은 유력한 차세대 신규 수익모델로 기대해 볼 수 있다. SKT는 이미 지난 2002년에 전북은행 카드사업부 인수를 추진했었고, 2005년에는 하나은행과 합작 카드사 설립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OK캐시백을 인수하면서 SK마케팅앤컴퍼니를 설립해 금융서비스에 준하는 노하우 기반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SKT 인터넷은행 설립 '가능성 열려'올해 들어 새 정권의 금산분리 완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자 SKT의 인터넷은행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비록 당장은 인터넷은행도 기존 은행과 마찬가지로 산업자본이 지분 4%를 초과하지 못하는 은행 소유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정부의 규제완화 추세와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대기업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경우 도쿄미쓰시비UFJ 은행과 일본 내 2위 통신사인 KDDI가 각각 50%의 지분을 투자해 합작한 인터넷은행인 '지번은행' 설립한 사례가 있다. 유무선 통합과 컨버전스 추세에 따라 인터넷은행 역시 휴대폰을 통한 서비스 이용이 대세라고 봤을 때 이 은행의 잠재력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KDDI 가입자는 은행에 갈 필요 없이 자신의 휴대폰에서 은행업무를 자유롭게 볼 수 있게 되며, 지번은행은 2010년 말까지 2조엔의 수신 규모와 340만 계좌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는 조금 다른 경우지만, KTF 역시 최근 신한카드와 각각 50%의 지분을 투자해 '모바일크레디트(가칭)'라는 3G 모바일 신용카드 마케팅 합작회사를 설립해 올 8월부터 영업에 들어간다. USIM 기반의 3G단말기를 신용카드처럼 사용하는 금융서비스 회사를 설립한 것이지만 직접적인 금융 업무는 신한카드에서 하기 때문에 금산분리법 적용은 받지 않는다. KTF는 이러한 금융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고자 한다. KTF의 한 관계자는 "3분기 테스트 기간을 거쳐 4분기부터 적극적인 영업에 들어가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인터넷은행이 추진되고 단계적으로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된다면 SKT가 금융계 진출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국민의 절반 수준인 2,200만명 가량의 가입자 기반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일본 지번은행 사례와 같이 수수료 중심의 영업만 진행해도 절대 손해볼 일이 없기 때문에 KTF와 달리 직접적으로 은행을 설립해도 승산이 있다. 그리고 금융감독원이 인터넷은행에서 온라인 실명확인 방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기에, SKT은행(가칭)을 설립해 전국 2,000여개 이상의 대리점 유통망을 활용해 계좌를 개설하거나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과 합작사를 설립할 수도 있다. ■실제 SKT은행 설립 힘들 것SKT의 인터넷은행 설립에 앞서 고려해야 할 점은 ▲SK그룹 차원의 은행 소유와 ▲이통시장에서 SKT의 시장지배력 강화 및 금융 분야로의 전이 가능성이다. 현 정권이 금산분리 완화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4대 그룹인 삼성, 현대차, SK, LG의 은행소유 불가 방침을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SK의 계열사인 SKT 계열사로 인터넷은행을 설립한다면, 결과적으로 SK는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으면서도 은행을 보유하는 형태가 된다. SKT의 시장지배력 강화 등의 문제는 대기업 참여로 금산분리가 무너질 경우의 부작용, 즉 경영진의 돈세탁이나 불법대출 등 산업자본의 자금유용에 대한 우려와는 별개의 것이다. 지난 18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개최된 '인터넷 전문은행의 도입방안' 정책토론회에 참가한 SK경제연구소의 왕윤종 상무의 "금산분리 규제가 풀릴 경우 SKT의 인터넷은행 설립을 고려해 보겠다"는 답변에서 알수 있듯, 금융서비스 계열사 설립은 그 여부를 떠나서 SKT에게 구미가 당기는 사업이다. 그러나 통신시장에서의 SKT 시장지배력을 감안한다면 이 회사의 직접적인 금융업 진출에 대해 강도 높은 경쟁제한요소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9명이 갖고 있는 휴대폰, 그 중 절반인 2,200만 여명의 충성도 높은 고객들에게 SKT은행의 설립은 서비스 쏠림현상을 더욱 악화시키고 인터넷은행 시장으로도 지배력이 전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