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판, 사전검열보다 무서운 자체검열

일반입력 :2008/07/17 16:06

김효정 기자 기자

“집시법 위반과 영업방해 좀 풀어주세요” 이번 촛불집회와 관련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조선·중앙·동아 등에 대한 영업방해 혐의 등으로 고생하고 있는 정기조씨의 말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카페 회원인 정기조씨는 1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최된 한 토론회에서 복잡한 심경을 나타내며 “이제 네티즌들은 자칫 잘못하면 검찰에 가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자기 스스로 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쓰지 않는 ‘자체검열’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은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벌인 네티즌 20여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황이다. 이에 만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는 “출국금지 결정은 개인의 거주 이전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중대범죄를 범했거나 해외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 이뤄져야 한다”며 검찰의 과잉수사를 문제시 하고 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전체회의를 거쳐 조중동 광고주 불매 게시글에 대해 삭제 심의 결정을 내린 뒤 포털사이트인 다음에 이와 유사한 내용은 심의 사례에 따라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어디까지나 권고 수준이지만 다음은 광고 불매 관련 게시물을 알아서 ‘임의대로’ 삭제하고 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정권과 국가는 구분돼야 한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미디어행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첨여연대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심의한다’였다. 이날 발제를 맡은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이영주 부소장은 현재 상황을 권력의 언론통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그 발단은 정권과 국가를 구분하지 못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영주 부소장은 “정권과 국가는 같지 않다. 지금의 방통위나 방통심의위가 이를 동일시 한다면 최근의 정치적 사건들이 반복될 것이다. 심의기구와 제도, 심의조항과 기준들은 정권 차원에서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정립되며 변화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확한 정보를 확산시켜 사회 불안을 부추기는 정보전염병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든지 ‘국민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와 인터넷의 발달로 대의 정치가 도전을 받고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언급해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과 한나라당의 남윤인순 KBS 이사 사퇴요구, 인터넷 심의와 검열 강화 요구, 인터넷 사이드카 입법 예고, 검찰의 PD수첩 조사,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 수사와 네티즌 출국금지, 조선일보 ABC 부수 조작 무반응, 아프리카TV 운영사인 나우콤 문용식 대표 구속 등 현 정권이 잘 조화된 오케스트라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특히 방통위의 인터넷 실명제 강화 정책 발표와 방통심의위의 KBS 뉴스9, PD수첩 의견진술 결정, 조중동 광고주 압박 게시글 삭제 권고 등은 심각한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기구가 아닌 합의제 독립 민간기구인 방통심의위가 마치 관료적 사고와 정부기구 역할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인터넷 상에 자신의 의견을 게재하는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이날 토론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비록 그 대상이 조중동 관련 게시물에 대한 삭제로 좁기는 해도, 이것이 인터넷 여론 통제의 시발점이 되는 것은 견제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기조씨는 “방통위나 방통심의위는 사법부가 아니다. 방통심의위 권고에 따라 다음측은 게시물을 자의적으로 삭제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들의 인터넷 게시글 사전검열이 아니다. 권력기관이 네티즌들에 대한 처벌을 행사함으로써 스스로 글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자체검열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