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국, '다음' 대신 '구글' 미소

일반입력 :2008/07/28 23:27

김태정 기자 기자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야기된 ‘촛불정국’의 수혜자로 ‘구글’이 급부상중이다. ‘촛불 네티즌’들이 ‘다음’에 텄던 둥지가 흔들리자 구글로 대거 이동중이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렇다.

이번 촛불정국에서 다음은 아고라와 같은 토론공간과 카페 활동 자유를 보장하며 젊은 층의 큰 지지를 받았다. 특히 촛불 네티즌들이 벌이는 ‘반 조중동’ 운동을 제한하지 않았던 것이 큰 점수로 이어졌다.

다음은 자신들에 대한 비난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조중동의 요청도 묵살하면서 네티즌들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었다. 다음에서 벌어진 ‘광고주 불매운동’으로 인해 지난달 중순 현재 조중동의 기업광고 건수는 60~70%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다음이 포털 1위 네이버와의 점유율 격차를 크게 줄이는 것이 아니냐’는 다소 섣부른 분석이 나왔을 정도.

이렇게 촛불과 함께 타오르던 다음의 인기는 지난달 말부터 위기를 겪고 있다. 다음이 전과 달리 촛불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지켜주지 못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음을 향한 조중동 및 다른 보수진영의 압력이 거세졌다는 뜻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일 다음이 위법 여부에 대해 심의 요청한 ‘조중동 광고주 협박’ 게시물 80건에 대해 58건을 위법 행위로 판정, 삭제 조치를 명했다. 다음은 이 결정을 전적으로 따르기로 하면서 우군이었던 네티즌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 공권력 규제 피해 구글로 ‘망명’

그리고 이런 반발은 우리 정부나 기업 영향력이 비교적 닿지 않는 ‘구글’로의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 촛불 네티즌들은 이제 스스로를 ‘사이버 망명자’, 구글은 ‘해외 망명지’로 부르는 모습이다.

◇사진설명 : 구글에서 ‘반 조중동’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화면 하단에 구글의 표현 자유 보장에 대해 공지한 글이 눈에 띈다.

현재 토론 기능을 갖춘 ‘구글 그룹스’에는 다음을 본딴 아고라가 만들어졌다. 미국 기업 구글에 올라간 글이 수사 대상이 되거나 우리 정부 요청에 의해 삭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구글은 또 회원 가입 때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 것도 네티즌들에게 매력 포인트이다.

네티즌 레드77은 “흔들리는 다음 아고라 대신 구글에서 자유롭게 활동하자”며 “공권력이 규제에 나서도 인터넷의 여론 형성을 막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물론, 국내서 2% 정도에 불과한 구글의 점유율이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구글의 월간 페이지뷰(PV)는 4억4천478만건으로 5월(4억5천323만건)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사이버 망명’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 이달에는 꽤 선전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포털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구글 측은 “아직은 촛불과 관련한 전략을 따로 준비하고 있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 구글 자회사 유튜브도 사용자 급상승

구글에게 희소식은 또 있다. 바로 동영상 제공 자회사 ‘유튜브’도 모처럼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

코리안클릭 조사에서 지난달 유튜브의 월간 페이지뷰는 5천575만1천건으로 5월(4천6백만1천건)보다 21% 정도 급상승했다.

◇사진설명 : 촛불과 관련한 동영상 부문에서도 구글의 자회사 유튜브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반면, 국내 선두 동영상 사이트 판도라TV는 같은 기간 1억6천482만건으로 5월(2억2천30만건)에 비해 33% 정도 감소했다. 다음에서 구글로의 ‘사이버 망명’과 같은 현상이 동영상 부문에도 온것이다.

게다가 구글의 경우 ‘사이버 망명’이 바로 며칠 전부터 시작됐기에 수치상 반사효과가 얼마나 생길지 아직 집계가 어렵지만 유튜브는 다르다. 경쟁사 판도라가 촛불 네티즌 목소리 전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은 5월부터 있었으므로 6월 유튜브 사용자 급상승과 충분히 연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튜브 관계자는 “한국 네티즌들의 요구에 맞춤화 된 서비스를 계속 제공해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더욱 부각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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