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주 안랩 대표 “무료백신만 믿으면 낭패”

일반입력 :2008/04/13 08:13

김태정 기자 기자

“무료백신만을 맹신하다 낭패 볼 수 있다” 인터뷰 전날 네이버와의 무료백신 계약 철회를 돌연 선언했던 오석주 안철수연구소(이하 안랩) 대표가 힘주어 말했다.

무료백신이 점령한 국내 시장에서 안랩은 유료모델을 지키려 홀로 고군분투 중이다. 여기에는 물론 사업적 계산이 있겠지만 ‘무료백신은 절대 보안개선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신념도 들어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런 안랩 행보에 대해 ‘단순한 자기영역 지키기’ 혹은 ‘진정한 한국 보안의 기둥’ 등 상반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오석주 안랩 대표를 만나 무료백신에 대한 생각과 향후 사업방향 등을 들어봤다.

NHN에 무료백신 엔진을 공급하겠다던 계획을 철회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해부터 한국 백신시장을 무료가 점령하기 시작했고, 안랩은 그 대세에 따를지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포털들이 주장하는 ‘사용자 보호’에 뜻을 같이해 NHN과 MOU를 맺었다.

하지만 MOU 이후에도 ‘포털 무료백신이 사용자 보안수준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더 나아가 백신이 NHN 브랜드에 들어가 단순 엔진만 공급한다면 각종 위협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가 힘들다고 판단하기 이르렀다. 이런 생각들이 점차 정리되면서 일부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최종 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안랩과 NHN 임원진이 이 문제를 두고 여러 번 회동한 것으로 안다. NHN 측 반응은 어땠는가?

처음에는 NHN 임원들이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자고 했다. 하지만 안랩 입장이 계속 변함없자 언론 보도대로 ‘아쉽지만 존중한다’고 말했다. 실제 NHN에 계약 철회를 통보한 시점은 언론에 발표한 것보다 며칠 전의 일이다.

왜 포털의 무료백신 제공을 반대하는가? 포털들은 ‘회원 안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명분은 그럴듯 하나 무료백신으로는 회원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확신한다. 일반 사용자들 생각에는 무료백신 기능이 유료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백신에서 중요한 것은 기능보다 위험시 긴급처방이다. 이는 보안 전문기업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포털은 물론, 근래 무료백신 사업을 시작한 모 SW기업도 보안 전문기업이 아니다. 이들은 단지 사업 확장 수단으로 백신을 이용할 뿐이다. 이런 백신을 이용하던 중 1.25 인터넷 대란 같은 사고가 일면 그 피해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 우려된다.

무료진영도 사후 서비스에 대한 자신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무료백신 대부분은 동구권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곧 응급상황에서 필요한 핵심인력과 기술은 모두 외국 본사에 있다는 뜻이다. 외국서 원격지원이 된다고 해도 분명 한계가 있다. 이들에게 당장 내PC서 발생한 긴급상황을 맡기는 건 전쟁 발발시 멀리 있는 외국용병만 기다리는 격이다.

동유럽 백신 유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본다. 동구권과 백신들은 국내 포털과 SW기업들에게 초저가로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 어떻게든 한국서 점유율과 인지도를 올리는 데 혈안이 됐다. 성능으로만 승부하는 미국기업들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유료 백신들은 모두 위기를 맞아 투자가 힘들 것이다. 이때도 동구권 백신들이 초저가로 들어올 것 같은가?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아마 그들은 올라간 인지도를 믿고 고가정책을 펼 것이다.

덧붙여 동구권 백신들이 자국시장에는 한국에서와 같이 대대적 무료화는 하지 않는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이들이 파격적 무료정책을 쓰는 시장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그만큼 한국 시장을 무시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안랩도 무료백신 모델이 있지 않는가? 게다가 실시간 감시기능도 들어있다.

백신전문기업들은 전부터 무료와 유료 두 모델을 가져왔다. 단, 무료백신에는 실시간 감시와 같은 주요 기능을 빼고, 정말 맛만 볼 수 있게 해왔다. 때로는 포털이 이 무료판을 가져다 유포하기도 하는데 괜찮은 사업모델이다. 포털은 어느 정도까지 사용자 안전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백신기업은 홍보효과를 얻는다. 시만텍-구글 그리고 다음-안랩의 제휴가 대표적 형태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이런 구도가 깨지기 시작했다. 실시간 감시 기능을 탑재한 무료백신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수동검사만 되는 기존 무료백신은 의미가 없다. 때문에 실시간 감시는 포함됐지만 기타 몇몇 기능을 뺀 무료백신을 제공하는 것이다. 무료라 해도 보안전문 기업 안랩 제품인 만큼 안정성은 보장할 수 있다.

네티즌 사이에서 V3 성능에 대한 논란이 많다.

미국기업들을 제외한 일부 외산들이 한국시장 잠식을 위해 뿌린 악성루머들이 있다. 악성코드 전문가들 모임에서는 이런 소리가 절대 나오지 않는다.

특히 네티즌 사이에 자주 거론돼는 어떤 결과는 검증되지 않은 그리스 해커 개인이 측정해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다. 보통 국제인증은 와일드리스트라 해서 전 세계 2개국 이상서 발견된 악성코드를 샘플로 하지만, 이 테스트에서는 그런 것이 무시됐다. 또 가져다 쓴 V3도 안티스파이웨어 기능이 없는 구 버전이다.

V3는 지난 달 중국서 실시한 보안성능 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트랜드마이크로와 카스퍼스키가 그 뒤를 이었다. 이는 개인이 아니라 중국신문경쟁력 1위인 매체에서 분석한 결과이다.

끝으로 안철수 의장의 5월 복귀가 화제이다. 이로 인해 예상되는 사업변화는?

알려졌다시피 안철수 의장은 CLO 위치에서 연구업무를 맡을 전망이다. 국내 보안업계서 안 의장의 위치와 능력을 볼 때 회사 내부역량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강화될 것이다. @

●NHN, 안연구소 계약포기 아쉽지만 존중

●안연구소, 네이버에 백신 공급 포기

●3만원대 PC백신 V3가 사는 법

●[News Blog]안철수 V3는 소비자 지갑 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