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불거진 인터넷 중립성 논란

일반입력 :2007/11/06 13:51

Marguerite Reardon

전화 회사 및 케이블 사업자들이 P2P 사이트인 비트토런트의 트래픽에 제한을 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표현을 검열하기까지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말 많은 인터넷 중립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넷 중립성(Net neutrality, 망 중립성)이란 ISP 네트워크 상에서 전송되는 콘텐츠는 우선순위를 떠나 모두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지난 해 여러 소비자 단체 및 인터넷 회사들은 한데 힘을 합쳐 이 같은 원칙을 법제화하기 위해 의회에서 로비활동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요즈음 여기저기서 네트워크 통제 권한 남용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넷 중립성은 다시 한번 뜨거운 정치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달 AP통신은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시행한 자체 테스트에서 컴캐스트가 비트토런트를 비롯한 P2P 네트워크로의 콘텐츠 업로드를 차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컴캐스트는 이를 부인했다.

아울러 AT&T는 시카고에서 열린 롤라팔루자 콘서트의 웹 방송 중에 펄 잼의 노래 ‘Daughter’의 일부를 소거 처리했다. 에디 베더가 이 노래를 반 부시 정서가 담긴 노랫말로 바꾸어 불렀기 때문이다.

존 버틀러 트리오 등의 가수들 역시 검열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AT&T는 음성 소거 처리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했으나 부적절한 표현을 모니터링 하도록 고용된 업체 측의 지나친 열의에서 비롯된 실수였다면서 이를 발뺌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 역시 액세스 제한 구설수에서 예외가 아니다. 지난 9월 버라이존 와이어리스는 버라이존 네트워크를 이용해 문자 메시지 캠페인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한 낙태지지단체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대한 기사가 뉴욕타임스에 보도되자 그 때서야 버라이존은 태도를 바꾸었다.

넷 중립성 문제는 2008년 대선 레이스에서도 화제로 등장하고 있다.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은 지난 주 대통령에 당선 되면 재임 첫 해 이 문제를 우선 과제로서 비중 있게 다루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방통신위원회 지명 위원들이 넷 중립성 지원을 최우선과제로 삼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콜럼비아 대학 로스쿨 교수이자 넷 중립성 입법화 지지자의 한 사람인 팀 우는 광대역 네트워크 시장은 현재 중요한 변곡점에 놓여 있다. 이에 관한 법 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를 근거로 향후 광대역 시장의 작용을 통제할 기본 규칙들이 확립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넷 중립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DSL 및 케이블 모뎀에 대한 규제 환경에 변화를 가져온 2005년의 대법원 판결이 지나치게 많은 자유와 통제권을 ISP에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한다.

그 당시 대법원은 케이블 모뎀 서비스를 ‘통신’ 서비스로 인정하지 않고 대신 ‘정보’ 서비스로 분류해버렸다. 결과적으로 이 판결은 전화 회사들에게 네트워크 상 개방적 액세스를 보장하도록 하는 통신 서비스 규정 내 요건으로부터 케이블 사업자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FCC는 케이블 사업자와 전화 회사간 형평성을 감안해 DSL 서비스 부분을 ‘정보’ 서비스로 변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넷 중립성 지지자들은 이 같은 규정 변화로 인해 케이블 사업자와 전화 회사들은 자신의 네트워크에서 송수신되는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통제권을 부여 받게 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형 전화 회사 및 케이블 사업자들은 넷 중립성 확립을 위해 더 이상의 새로운 법률 내지 규정은 필요치 않다고 맞서고 있다. 네트워크 통제 권한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은 바로 자유 경쟁 시장 체제라는 것이다. 케빈 마틴 FCC 의장 역시 새로운 규정은 필요치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넷 중립성 지지자들은 최근 일어난 일련의 권한 남용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며 이에 대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권한 남용 사례는 컴캐스트이다. 이 회사는 비트토런트 P2P 파일 공유 트래픽을 필터링 내지 차단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P2P 사이트들은 저작권적 동영상의 불법 유포를 막으려는 영화업계의 집중 표적이 되어 왔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P2P 사이트를 불법의 온상쯤으로 여기는 것은 사실과 전혀 거리가 멀다.

한편 광대역 네트워크 사업자들의 고민은 자신의 대역폭의 엄청난 부분이 P2P에 의해 점유되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은 네트워크의 원활한 작용을 위해 샌드바인, 엘라코야 등의 제품을 설치해 송수신 패킷을 검사한다. 그리고 이 같은 트래픽을 차단 내지 제한하는 일은 ISP의 정책으로 자리하고 있다.

올해 초 인터넷 블로그 여기저기서 컴캐스트가 비트토런트 트래픽을 차단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돈 적이 있다. 그 때도 컴캐스트는 그 같은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그런데 연합 통신에서는 이에 관한 자체 테스트를 시행한 후 지난 달 비트토런트를 이용해 컴캐스트 네트워크에 접속한 결과 속도 저하 내지 차단 현상이 부분적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세이브더인터넷닷컴 연합(SavetheInternet.com Coalition)은 예일, 하버드, 스탠포드 등의 로스쿨 교수들과 함께 컴캐스트를 상대로 FCC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컴캐스트의 이 같은 행위를 중단시킬 수 있는 즉각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컴캐스트는 여전히 여하한 트래픽도 차단한 바 없다며 버티고 있다.

컴캐스트의 데이비드 L. 코헨 부사장은 한 언급에서 컴캐스트는 P2P를 비롯한 여하한 웹사이트 내지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의 트래픽을 차단하고 있지 않으며, 차단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차단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컴캐스트가 그렇게 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한번 제시해보라고 말했다.

이어 컴캐스트는 모든 컴캐스트 고객들에게 양질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합리적 수준에서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있으며, 이 때 FCC의 정책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컴캐스트의 한 관계자는 비트토런트 등의 P2P로 인한 네트워크 정체가 감지되면 다른 트래픽을 위해 해당 트래픽의 속도를 감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토런트 등 네트워크 정체를 야기하는 P2P 트래픽에 한해 이 같은 제한 내지 차단 수단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이브인터넷닷컴 연합이 FCC에 제출한 이의제기 및 청원 서류를 보면 이들은 컴캐스트의 네트워크 관리 관행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방식이며 FCC가 제시한 개방적 액세스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 컴캐스트는 이른바 ‘스푸핑(spoofing)’이라는 기법을 이용해 비트토런트 트래픽을 제한 내지 차단하고 있다. 비트토런트의 트래픽 세션이 네트워크 상에 성립되면 컴캐스트는 마치 통화 중 개입하는 과거의 전화교환수처럼 해당 세션을 중간에서 차단해버린다.

그러나 컴캐스트로서 세션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비트토런트 세션에 참여한 고객으로 가장해 해당 고객이 세션을 종료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넷 중립성 지지자들은 누구에 의해서도 여하한 형식의 트래픽도 임의적으로 제한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우 교수는 대역폭 관리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며 문제의 본질은 ISP가 현재 네트워크 트래픽에 대한 임의적 통제가 가능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별 이용자의 대역폭 이용 한도를 정하는 기술을 이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우 교수는 문제의 본질은 대역폭 관리 자체(대역폭의 제한 내지 차단 등의 선택적 관리 행위: 역주)를 넘어 ‘인터넷 통제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의문으로 귀결된다는 입장이다.

우 교수는 넷 중립성 논란을 깊이 들여다보면 권력 투쟁의 양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전화 회사 및 케이블 사업자는 시장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결국 국가에는 지극히 해로울 수밖에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