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기술자 공인 노임단가」에 대한 단상

박민우입력 :2007/01/06 01:30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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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28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SW산업진흥법에 따라 SW사업 대가기준으로 활용하는 'SW기술자 공인 노임단가'를 2007에는 2006년에 비해 평균 4.66% 인상토록 한다고 공표했다. 인상된 기준에 따르면 초급개발자는 월 740만원, 중급개발자는 월 930만원, 고급개발자는 월 1,170만원을 받도록 되어 있다. 국내에는 1,200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존재하고 42,800명의 소프트웨어 기술자가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IT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허무맹랑한 수치에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 수치가 어디에 실제로 적용되는 수치이며, 현실적으로 이 비용을 지급하거나, 받는 업체가 어디인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2005년부터 시작된 개발자 구인난은 2007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일부 기업들은 프로젝트를 수주하고도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하는 기업들까지 생기고 있다. IT 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일단 이 엄청난 개발 단가에 놀랄 것이고 두 번째는 이런 비용을 받고도 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고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가정은 이 비용이 현실 속에서 실제로 지급되는 비용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소프트웨어 개발자 인력난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실제로 중소 SI 업계에서 얘기하는 개발단가는 초급 350~450만원 중급 400~550만원 정도라고 본다면, 소프트웨어 노임단가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비용도 기업이 소위 말하는 ‘갑’이란 업체와 계약을 할 때 받는 비용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이 비용을 받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영업비, 제경비 등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에 실제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받는 비용은 이 비용의 6~70% 정도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충 계산해 보면 일반 사무직 직원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열악한 환경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개선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말도 안 되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한다고 개발한 모듈 뜯어고치고, 밤을 새고,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구시대의 악습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미래를 위한 비전 때문이다. 그런데 고생만 하고 비전이 없다면 그 고생을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타 업종으로 전직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매니저 급인 중급개발자들은 경력에 비해서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혹사당하는 현실 때문에 일본이나 중국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주변 국가들은 한국 개발자들을 선호한다. 실력도 뛰어나고 경험도 많고 책임감도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받는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주고도 데려간다. 몇 년간 계속된 이탈로 인하여 현재 대한민국은 개발자 공동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 프리랜서만이 살길더 큰 문제는 기업에 속해 있는 많은 개발자들이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있다. IT 업종의 특성상 열악한 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면 돈이라도 많이 벌자는 생각에 속해 있는 기업을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직접 계약을 선호한다. 당연히 회사에 다닐 때는 월급 200만원 정도 받던 2~3년 차 개발자들이 최소한 350만원 이상을 받고 일한다. 5년 차 이상이 되면 450만원 정도를 줘야 구할 수 있다. 그나마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450만원이면 연봉 5,400만원이다. 웬만한 대기업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과-차장급 수준이다. 프리를 선언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어차피 비전 없는 직종에서 회사에 있는다고 비전이 생길 것도 아니고 열심히 프리랜서로 돈이나 많이 벌어서 나이 차면 장사나 하던지 타 직종으로 전직을 하자라는 생각을 한다. 모든 프리랜서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겠지만 필자가 만나 본 나름대로 실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프리랜서 개발자들에게 물어보면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한다. 프리랜서들의 가치관에 대해서 논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런 비용으로 개발자들을 직원으로 채용할 수 있는 회사는 국내에 많지 않다. 더군다나 급여가 아닌 다른 확실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기업들도 많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개발 수준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개발 단가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 조차도 이제는 업종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없다해가 갈수록 기업들의 IT 투자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줄고 있다. 이런 악순환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더 많은 IT 예산을 편성해야 하고 하지만 예전보다 더 수준 낮은 결과물에 만족해야 한다. 그나마 결과물이 나오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6개월 프로젝트가 9개월 12개월이 되기가 십상이다. 국내 개발자가 부족해서 베트남, 인도 등에서 개발자를 수입해와야 하는 실정이다. 대규모 프로젝트는 아예 외국 기업에 거액을 주고 맡겨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필자의 경우 2005년 10월에도 유사한 내용으로 IT 업계를 떠나는 개발자에 대해서 컬럼을 쓴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이러한 현상은 더 악화되었고 앞으로도 큰 희망이 보이지는 않는다. 외환위기 이후에 정부정책에 따라서 수많은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이 생겨나고, 수많은 개발자들이 양성되었다. 당연히 출혈경쟁을 통해서 기업들은 보다 싼 기업들을 찾았고, 덤핑이 난무하게 되었다. 마치 70년대 건설업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당시에는 수많은 건설업체들이 생겨나고 덤핑을 통해서 수주를 하다 보니 부실공사가 한 두 곳이 아니었다. 결국 수많은 중소건설업체들이 망하고 많은 건설업계 종사들이 업계를 떠나게 되었다. 이후 10년이란 암흑기를 지나서야 다시 건설업이 살아나게 되었다. 지금의 소프트웨어 업계가 암흑기를 맞고 있는 듯하다. 저렴한 비용에 IT 프로젝트를 발주했다고 좋아했던 대기업들은 지금 그 후유증으로 2차 3차 고도화를 1차 비용의 몇 배를 주고서 다시 하고 있다. 잘 못 끼워진 단추를 다시 끼우는 데는 앞으로도 수년의 시간이 더 소모 될 것이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자가장 시급한 문제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특히 ‘갑’과 을의 관계에서 기술이나 능력을 무시한 채 무조건 싼 곳을 선택하는 기존 입찰 제도부터 변경해야 한다. 결국 기술과 능력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눈과 귀가 열려 있어야 하는데, 역시나 이 부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특히 기업들이 자신의 회사의 이해타산에 맞춰서 개발업체를 선정하겠다는데 정부나 기관에서 간섭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결국 기업 스스로가 그러한 기준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마인드가 바뀌어야 하며, 정통부 같은 정부기관에서는 이러한 기준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그 동안 관행이었던 덤핑 입찰에 대한 개발업체의 영업관련 대표들의 마인드도 바뀌어야 한다. 무조건 수주하고 보자 라는 생각은 결국 자신의 회사의 수명을 단축할 뿐이다. 아무리 배고파도 내년에 농사지어야 할 씨앗까지 먹어버려서는 안 된다. 결국 막무가내 식 영업이 아니라 개발 회사 스스로가 특화되어야 한다. 특화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영업을 해야지만 제대로 된 비용을 받고 일할 수 있다. 개발자는 건설현장에서 그 때 그 때 구할 수 있는 일용직이 아니라 해당 분야에 전문가 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프리랜서로 전향하는 개발자를 탓하기 이전에 우리나라 IT 환경이 개발자들에게 안정된 직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한 부분을 탓해야 한다.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그 안에 속해 있는 멤버들의 마인드도 바뀌지 않는다. 제대로 된 발주업체와 수주업체와의 관계만이 이러한 환경을 개선 할 수 있으며, 그래야만 상생을 할 수 있다. 지금의 환경은 서로가 서로를 좀 먹고 있을 뿐이다. 소프트웨어 업체와 개발자들이 제대로 인정받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언제쯤 올 지 요원하기만 하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IT 강국이 아니다. 개발자가 전문직 종사자로 인정받는 시점이 될 때 우리나라 IT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민우 IT컬럼니스트

IT 칼럼니스트, Convergence service platform Consult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