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통합망 구축 둘러싸고 소방당국·서울지하철공사「갈등심화」

일반입력 :2005/01/06 10:52

김승룡 기자

서울 지하철7호선 전동차 화재 사건을 계기로 지하철의 통신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가 재난 통합지휘 무선통신망'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소방방재청과 서울지하철공사 간의 통신시스템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끊이지 않고 있다.소방방재청은 지난해 국무조정실의 협의 아래 경찰·소방·산림·군·철도·항만 등 주요 재난·재해 관련 기관의 통신시스템을 유럽형 디지털TRS 방식인 '테트라'(TETRA)로 통일해 2007년까지 전환한다는 계획을 마련, 올해부터 관련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지하철공사가 기존 VHF 통신시스템 구축 사업을 30% 가량 진행한 상황에서 이 사업을 중단하고, 테트라 시스템으로 새로 구축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두 기관간의 의견충돌이 불거졌다.소방방재청 정보통신담당관실 관계자는 "지난 3일 서울 지하철7호선 전동차 화재시 지하철 내부 통신시스템과 소방 통신시스템이 달라 효과적인 재난 대응을 하지 못하고, 화재 비상전화에 서울 영등포·구로 소방서를 비롯해 광명 소방서까지 모두 출동했으나, 전동차가 3개역을 지나칠 때까지도 소방 작업을 할 수 없었다"며 "대구 지하철 참사 등 지하철 재난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나는만큼 효율적인 재난통신을 위해 정부의 방침대로 서울지하철공사는 디지털TRS 방식의 통신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서울지하철공사는 이미 지하철12호선의 VHF 시스템 구축사업(예산 200억원 가량)을 SK C&C에 맡겨 진행해온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하면 그동안 투자비는 고스란히 날리게 되고, 되레 시공업체에 위약금마저 물어야 하기 때문에 이제 와서 새로운 테트라 시스템으로 다시 구축하기는 예산과 행정 문제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때 SK C&C가 기존 공사비용으로 테트라시스템을 구축해주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검토해봤지만, 법률상 계약파기와 재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특혜시비가 있어 이 또한 불가능하다고 서울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테트라 시스템으로 새로 구축하려면 600억원이 넘는 추가 예산이 필요한데, 수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서울지하철공사로서는 정부의 지원없이 안된다는 것이다.서울지하철공사의 최갑봉 정보통신팀장은 "어떤 방법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지는 재조사해봐야 하겠지만, 정부가 획일적으로 통신방식을 정해놓고 모두 맞추라는 식은 곤란하다"며 "지하철 무선통신시스템은 원활한 열차 운행이라는 특수목적을 위한 특수망으로, 이 목적이 최우선이고, 다음이 재난 통신이다"고 말했다.그는 "방재청이 경찰청의 테트라 TRS망을 활용해 재난망을 구성키로 했다면, 이미 지하철범죄수사대가 지하철내 통신을 위해 서울 전역 95개 역사 가운데 72개 역사에 설치한 TRS 보조중계기를 활용, 이 중계기를 지하철 VHF 통신 케이블과 연결하면 역내 재난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는데, 굳이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이와 관련, 방재청 관계자는 "경찰의 지하철용 TRS 보조중계기는 일부만 디지털TRS용이고 나머지는 아날로그용으로, 서울 지하철 전역에 디지털TRS 통신을 가능케 하려면 약 220억원 가량의 추가 디지털TRS 보중계기를 전 역사에 설치해야 한다"며 "처음부터 서울지하철공사가 테트라시스템을 구축하면 이 비용은 절감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결국 두 기관의 갈등은 시스템 구축 비용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문제로 압축되는데, 서울지하철공사는 기존 VHF 공사비용으로 테트라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방재청은 디지털TRS 보조중계기 예산을 별도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