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연료전지 시장「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

일반입력 :2004/10/11 14:21

전병득 박용범 기자

미국은 에너지부 주관으로 2010년까지 자동차 총 판매의 25%를 수소 이용 자동차로 보급하고 2030년까지 에너지 총 소비량의 10%를 수소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종의 발전의무할당제(RPS ; Renewable Portpolio Standards)를 도입한 것.캘리포니아주는 당장 내년부터 연료전지를 포함해 무·저공해 자동차 판매를 총 판매량의 10%로 의무화할 예정이다. 최대 자동차 수출시장인 미국을 계속 공략하기 위해선 연료전지 기술개발 없이는 불가능하단 얘기다.1000억 달러 시장 떠오를 듯조사기관마다 큰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2010년께 연료전지는 최소 200억 달러에서 최대 1000억 달러 규모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이다.골드만삭스는 2010년 시장 규모를 950억 달러로 예상했고 PwC는 2010년에 200억~400억 달러 규모 시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모건스탠리는 자동차 부문은 2010년에 63억 달러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았다.미국 에너지부는 연료전지와 수소에너지 도입으로 2040년에는 1일 1100만 배럴 가량 석유 수요를 대체할 것으로 추산했다. 시장연구 전문 컨설팅 기업인 ABI(Allied Business Intelligence)가 지난해 연료전지 시장을 10억달러 규모로 추산한 것에 비춰보면 실로 폭발적인 성장세다.물론 아직까지 전 세계를 통틀어 연료전지를 상용화한 제품은 없을 정도로 시장은 백지 상태다. 일부 분야에서 시제품이 나오긴 했지만 실증 단계가 시작된 걸음마 단계일 뿐이다. 한국에도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연료전지 시장은 용도에 따라 고정용·가정용, 휴대용, 자동차·수송용 등으로 나뉜다. 기술 발전과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속도에 따라 용도별 시장의 성장 양상이 달리 나타날 전망이다.전문가들은 당장은 고정용·가정용 위주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5~6년 내에 대대적인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 불필요한 휴대용 부문이 최대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선진국의 무한 투자일본 정부는 2002년 한 해에만 연료전지 분야에 220억 엔(2200억 원)을 쏟아 부었다. 2002년 2월 고이즈미 총리는 “연료전지는 수소사회의 문를 여는 열쇠며 앞으로 3년 내에 자동차와 가정용 연료전지를 실용화하겠다”고 공언했다.미국은 수소의 생산, 운송, 인프라스트럭처를 개발하는 ‘Hydrogen Fuel Initiative’와 민관 연료전지 자동차 프로그램인 ‘FreedomCar’에 앞으로 5년 동안 17억 달러(2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지난해 연구개발에 1억 5000만 달러(1800억 원)를 투입한 유럽연합(EU)도 독일 중심으로 수소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중국도 863계획에 따라 2001년부터 5년 동안 연료전지 개발에 매년 1500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국내 기술, 아직은 걸음마 단계국내에서는 80년대 중반부터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기초 연구가 시작돼 핵심기술은 일정 수준 확보된 상태다. 특히 발전용은 한전 전력연구원이 연구중인 용융탄산염연료전지(MCFC) 분야는 한국·미국·일본·이탈리아에서만 핵심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분야별 차이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약 5년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시스템 제작과 부품 소재 기술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제조하기 위해 필수적인 각종 촉매 설계·개발, 소형 열교환기 설계 기술 등도 아직 초보 단계다. 이는 빈약한 투자의 자연스러운 결과일지 모른다.연료전지 분야는 88년부터 14년 동안 대체에너지 중 가장 많은 규모인 707억 원이 투자됐다. 그러나 선진국 중장기 계획과 투입 예산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규모다.윤영식 SK(주) CRD 연구위원은 “연료전지 시장 형성은 아직까지 시장보다는 정책과 기술개발 성과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대車·LG칼텍스·한전 연구개발 성과 ‘싹’ 보여10~20년 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용 연료전지는 현대자동차가 2002년 미국 연료전지 전문업체인 UTC Fuel Cell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연료전지 자동차를 개발중이다.현대자동차는 미국 에너지성의 연료전지 자동차 시범 운행과 수소 충전소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사업에 참가하는 등 본격적인 시장 진입에 시동을 건 상태다.휴대용 연료전지는 삼성종합기술원 LG칼텍스정유 SKC LG화학 세티 등이 직접메탄올연료전지(DMFC)와 고분자전해질형연료전지(PEFC)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삼성종합기술원은 지난 3월 메탄올 100㏄를 이용한 DMFC를 통해 10시간 연속 구동에 성공한 바 있다. LG칼텍스정유의 자회사인 세티는 지난 3년 간 5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 해 개발한 1㎾급 가정용 연료전지를 개발했다.그러나 소재개발 등 기반 기술이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발전용은 한전 전력연구원이 발전소 대체용으로 100㎾급 용융탄산염연료전지(MCFC)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POSCO 효성 등이 MCFC 실증 연구에 참여했다. 전력연구원은 산자부 자금지원 등을 바탕으로 2009년까지 250㎾급 프로토타입 열병합 발전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 중이다.과거 발전용 개발 사업에 손댔던 삼성중공업은 한국중공업으로 발전사업이 통폐합된 이후 사업을 접었으나 두산중공업으로 변신한 뒤 250㎾급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수소 인프라스트럭처 분야에는 가스공사 외 일부 정유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89년부터 관련 기술개발에 매진해온 LG칼텍스정유는 자체 중앙기술연구소, 자회사인 세티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발전용, 휴대용, 가정용 연료전지 등의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용어설명연료전지 : 기존 발전 방식인 화력발전은 화학에너지(연료)를 가열해 열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이 에너지로 터빈을 돌려 전기에너지(기계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네 단계를 거친다. 그러나 연료전지는 화학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발전방식이다.연료전지는 ‘애노드’와 ‘캐소드’라 불리는 두 전극판 사이에 전해질을 채우고 애노드판으로는 연료를, 캐소드판으로는 공기를 쏴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관건은 저렴한 비용으로 수소를 대량 확보하는 방법이다. 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투입되는 에너지 비용이 만만치 않아 수소연료전지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소를 얻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또는 태양광, 풍력, 광촉매, 바이오 등 대체에너지를 분해해 생성된 물이 필요하다. 현재 과도기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해 수소를 만드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대체에너지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가야 경제성이 확보된다고 지적한다. 현재 연료전지 자동차의 가격은 대당 10억 원 정도. 이 가격을 2000만~3000만 원대로 낮추는 것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