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업계, 사이버테러「비상경계령」

일반입력 :2003/04/02 00:00

신익수 기자

"이슬람 해커들은 사이버대전을 치를 준비를 끝냈다. 작전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 펜타곤의 컴퓨터 시스템은 완전 마비될 것이다. 전자교통시스템(ITS) 혼란으로 교통대란도 일어날 것이다. 전기 공급도 끊겨 암흑세계로 변하리라."황당무계한 소설의 한 대목이 아니다. 실제 상황이다. 익명의 해커가 한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한 이메일 경고장의 내용이다. 발신자는 자신을 아랍-이스라엘 사이버전쟁 당시 공격 전면에 섰던 '아이언 가드(Iron Guards)' 일원으로 소개했다.현재 직함은 더 무시무시하다. 사이버테러리스트 조직인 'e-지하드(e -Jihad)'의 핵심 간부라는 것. '사이버 테러리즘'을 확인시킨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국은 이제 '디지털 진주만(Digital Pearl Harbour) 공습'에 대비해야 한다고 사이버 전문가들은 충고한다.극에 달한 반전 해킹까맣게 물든 사이트. 빨간 불빛이 치솟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타고 있는 것이 성조기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라크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사이버 반전 해킹도 극에 달하고 있다.현재까지 보고된 해킹 사례만 1000여 건. 안철수연구소(www.ahnlab.com)와 하우리(www.hauri.co.kr)는 이미 수차례 경고메시지를 내놓고 있다.정보통신부도 나섰다. 미국은 물론 파병을 결정한 국가의 홈페이지에 대한 해외 반전단체들의 해킹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주의보를 발령했다.해킹은 가장 '점잖은' 수준의 반감 표출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제2, 제3의 강도 높은 사이버 테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웜이나 바이러스를 유포해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것은 이미 인터넷 대란을 통해 직접 확인됐다. 원격조종으로 국가 기간시스템을 유린하는 일은 현실이 되고 있다.최근 서점가에는 안철수연구소 이형원 수석컨설턴트가 내놓은 '해커 제국'이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사이버 공간에서 패권을 차지하려는 남ㆍ북한과 미국, 일본 사이의 사이버 전쟁에 관한 내용을 담은 소설이다.이 연구원은 "이미 중국 등 일부 지역에서는 '바이러스 대응 사이버 부대'가 활약하고 있다"면서 "컴퓨터 해킹으로 군사시설이 혼란에 빠질 경우 예기치 않은 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사이버 대전을 막아라국내 보안업계에는 사이버 대전에 대비한 비상경계 체제에 들어갔다.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역시 바이러스 백신업계. 최근 반전 해킹이 급증하면서 이미 24시간 비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안철수연구소와 하우리는 모든 부서장과 팀장들의 휴대전화를 24시간 개방하고 전사적 대응체제를 구축한 상태. 관련기관과도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는 등 입체적인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다.코코넛(www.coconut.co.kr)도 이라크 공습 시작과 동시에 안전대책반을 긴급 구성하는 등 사실상 비상체제에 들어갔다.기업 고객 500여 사를 상대로 이번 전쟁과 관련한 바이러스 유포와 홈페이지 위ㆍ변조 등의 가능성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긴급 공지한 상태.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중앙관제센터를 중심으로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말에는 모의 비상대응 훈련도 가졌다.인젠은 긴급 대응훈련시간을 평소보다 3배 이상 늘렸다. 사이버 전쟁이 발발한다면 보다 신속한 고객 지원을 하기 위한 차원이다. 시나리오 별로 대응체계를 마련했다.외국계 보안업체도 부산한 움직임이다. 세계 3대 백신업체 가운데 하나인 트렌드마이크로(www.trendmicro.co.kr)는 필리핀 마닐라에 소재한 R&D센터 '트렌드 랩(Trend Lab)'과 공동으로 24시간 방역 시스템 을 구축했다.전쟁기간에 평소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의 백업시스템을 가동하는 한편 국경이 없는 사이버 테러의 특성을 감안해 UN 기관들과 보안자료도 공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