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터넷 빅브라더」논쟁

일반입력 :2002/12/23 00:00

지디넷코리아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전체 인터넷 네트워크 사용을 모니터링할 중앙집중 감시시스템(가칭 전국네트워크운영센터)을 추진하고 있어 사생활침해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최근 미 대통령 산하 중요 산업시설보호위원회(이하 보호위원회)는 9ㆍ11 테러 이후 사이버테러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와 인터넷서비스업체(ISP) 등이 제휴, 인터넷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를 담당할 중앙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보호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이버공간의 안전확보를 위한 국가전략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이를 내년초 미 의회와 국가안보부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업계와 시민단체는 이같은 감시활동이 궁극적으로는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가져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향후 사태추이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부시 행정부의 입장〓 "사이버 안전을 위한 조기경보시스템일 뿐"행정부는 9ㆍ11테러 이후 국가안보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제안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행정부는 바이러스 출몰과 같은 일상적인 위험뿐 아니라 테러리스트의 물리적 공격으로부터 미국내 컴퓨터네트워크를 보호하기 위해 민ㆍ관이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인터넷 감시시스템 추진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보호위원회의 티파니 올슨 부위원장은 "우리는 사이버공간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는 기구를 아직 갖고 있지 못하다"며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기 때문에 안보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다만 위원회는 이 센터가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는 각종 불법행위와 테러 공격을 조기에 탐지, 방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종의 `조기경보시스템'에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하지만 올슨은 이 센터의 설립시기ㆍ인원ㆍ비용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ISP 및 시민단체 입장〓 "인터넷 빅브라더가 될 가능성 높아."이 보고서의 초안을 접한 인터넷회사 관계자들은 "정부가 개개인의 인터넷 활동을 감시하지는 않겠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실제로 모니터링과 불법도청 사이에 명확한 구분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사생활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ISP업체를 대변하고 있는 스트워트 베이커 변호사는 "네트워크활동에 대해 광범위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권리는 시민 개개인의 이메일과 신상정보 등을 법원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이용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이 제안이 내년에 본격 추진되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결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주요 데이터서비스업체의 한 관계자도 "현재 FBI가 카너보어(Carnivore)라고 하는 인터넷 도청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스템은 이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나 기능면에서 크게 확대된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향후 전망〓"최종 확정까지 논란 가열 전망."이 시스템이 실제로 실현되려면 내년에 의회의 승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이를 위해 업계와 시민단체 등을 상대로 사생활침해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집중설득하고 있다.국가안보부는 "행정부는 결코 인터넷상에서 개개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감시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사생활침해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위원회도 "이 시스템이 고속도로상의 감시카메라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개개 차량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적극 해명하고 있다.하지만 ISP업체들은 "이 정책이 추진되면 국민의 인터넷 사용이 크게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며 "우리는 결코 법원의 명령이 없이는 정부의 인터넷 감시활동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AT&T와 베리사인 등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회사는 이미 야후와 백악관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는 것과 같은 접속거부공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네트워크운영센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인터넷 빅브라더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따라서 내년에 이 정책의 입법화가 본격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미국내 여론대립이 한층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