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법칙「3D 칩으로 지켜간다!」

일반입력 :2001/12/07 00:00

Michael Kanellos

소니, 이스트맨 코닥(Eastman Kodak), MS 등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아 온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있는 매트릭스(Matrix)가 올해 말 보통 칩보다 더 많은 층의 회로를 사용한 메모리칩을 발표할 것이기 때문. 매트릭스는 칩의 층 수를 늘려 2차원 평면보다는 초소형 입방체에 가까운 칩을 내놓을 전망이다. "실리콘 칩에서 낭비되는 공간이 전혀 없다"고 스탠포드 대학 교수이자 회사 창립자 중 한 명인 탐 리가 말했다. 그는 매트릭스의 칩 디자인을 일본의 종이접기인 오리가미(origami)에 비유했다. 매트릭스의 기술은 리서치 트릭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매트릭스는 층을 높이 쌓아올리면서 칩 회로를 압축해, 단일 웨이퍼에서 좀더 많은 칩을 만들어냄으로써 제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매트릭스가 기존 제조 기술로 칩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매트릭스는 현재까지의 연구성과를 최대한 이용했는데, 예를 들어 다층 반도체 기판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평면 디스플레이 산업의 버티칼 칩 제조기술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우리는 생소한 기술을 적용시키는 것은 지양했다"고 리가 지난 4일 말했다. "사람들한테 우리 제품에 대해 말하면, 처음에는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기술 적용 방법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라고 반문한다"고 말했다. 매트릭스의 개발 부장인 리는 램버스, AMD, 디지털 이큅먼트(Digital Equipment) 등의 칩업체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세미코 리서치(Semico Research)의 분석가 리치 와지니악은 "이 칩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가 매트릭스에게 남긴 했으나, 발상 자체는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분명 주목할 만하다. 이 기술로 메모리를 만들 수 있다면 다른 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D 칩의 개념은 무어의 법칙이 곧 벽에 부딪힐 것이라는 걱정을 등에 없고 몇 년전부터 소개되기 시작했다.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칩 크기는 계속 줄고 트랜지스터 밀도는 점점 증가한다. 하지만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압축시키는 것이 어느 시점부터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칩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수직으로 층을 쌓아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의 대안이라고 리가 말했다. 물론 현재에도 칩 회로가 층으로 이뤄져 있긴 하지만, 매트릭스가 제안한 방법은 기존보다 훨씬 많은 층을 쌓아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 여러 대학에서 3D 칩에 대한 실험을 실시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들 대부분은 새로운 물질을 사용하거나 특이한 설계구조를 갖고 있었다. 칩 설계자들은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여 불안하게나마 무어의 법칙을 지켜왔다.매트릭스는 공동 창립자인 마크 존슨과 함께 1998년 설립됐다. 20년 전부터 연구됐을 뿐 구체화되진 않았던 3D 칩 실험에 대해 마크 존슨이 리에게 많은 것들을 물어봤다고 한다. 매트릭스의 제품 개발 부장인 존슨은 램버스, 트랜스메타, AMD 등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매트릭스는 플랫 패널 모니터 산업 기술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플랫 패널은 서로 연결된 트랜지스터 층으로 구성된다. 매트릭스는 모니터 산업에서 개발된 경험과 기술을 칩 설계에 이용한 것이다.매트릭스의 첫번째 제품인 매트릭스 3-D 메모리(Matrix 3-D memory)는 내년쯤 시장에 소개될 것이며, 음악, 디지털 포토 등을 저장하는데 사용되는 휴대용 메모리 카드에 탑재될 것이다. 현재 소니, 도시바 등은 휴대용 메모리 카드에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하고 있다.매트릭스의 메모리와 플래시 메모리 사이에 기능상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매트릭스 메모리가 훨씬 저렴하다. 64MB 매트릭스 메모리 카드는 10달러 정도인데 같은 용량의 플래시 메모리는 38달러 이상에 팔리고 있다. 리는 또한 매트릭스의 칩은 현재 플래시 메모리가 장착되는 방식과 동일하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리는 매트릭스 메모리를 채택할 업체명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고,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업체라고만 말했다. 또 다른 대변인은 소니와 코닥이 매트릭스의 전략적 투자업체라고 말했다. 64MB 메모리 칩의 실험용 샘플은 이미 제작됐으며, 일반인 대상의 대량 생산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칩은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에서 매트릭스를 대신해 생산할 것이다. 플래시 메모리가 매우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긴 하지만 매트릭스는 경쟁사 제품보다 훨씬 작게 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제작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는 "2D에 대한 투자 자본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에겐 3D라는 비밀 무기가 있다"고 말했다. 칩 설계에 대한 발상은 주목할 만하지만 얼마나 쉽게 칩을 생산할 수 있느냐에 매트릭스의 사활이 걸려있다. 이에 대해 와지니악은 "대량 생산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