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벤처 성공 신화 쓰는 젊은 리더들

[이슈진단+]블록체인,이제 비즈니스다(2회)

컴퓨팅입력 :2018/12/14 16:41    수정: 2018/12/14 21:15

블록체인이 제2의 벤처창업 붐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부터 갑자기 커진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경제에 대한 관심을 타고, 창업 기업이 쏟아지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 추산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는 100여 개 이상, 암호화폐공개(ICO) 및 블록체인 기술기업은 200여 개 이상 등장했다.

암호화폐 투자 열풍으로 갑자기 이 분야에 돈이 몰리자, 실체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기업들이 '난립'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하지만, 이 중엔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제 2의 벤처 신화를 쓰겠다는 각오로 임하는 기업도 분명 다수 존재한다.

암호화폐 열풍을 타고 단순히 창업 기업 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면서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어 블록체인 발 벤처창업 붐을 기대해 볼만 하다.

두나무, 아이콘루프는 대표 주자다. 글로벌 인지도나 사업규모 면에서 이미 성과를 입증했고, 향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고 있어 앞으로도 성장이 기대된다. 이들 기업은 파트너사와 투자사까지 연결된 비즈니스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고, 건전한 신규 창업 기업을 발굴.육성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는 블록체인 산업을 이끌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코인원 차명훈 대표, 스트리미 이준행 대표, 메디블록 고우균.이은솔 공동대표, 엠블 우경식 대표도 산업에 대한 진정성과 실력을 갖춘 창업가로 꼽힌다.

(왼쪽상단부터)송치형 두나무 의장,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 고우균,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 우경식 엠블 대표

이들이 이해진, 김범수, 김택진, 김정주 등 1세대 벤처 창업가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벤처 신화를 써내려갈지 관심이 쏠린다.

암호화폐 거래소 넘어 블록체인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는 두나무

두나무는 지난해 10월 오픈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출시 직후 거래량 기준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말 그대로 블록체인 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한창 거래가 활발할 때는 하루 거래량이 12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후엔 거래량을 늘려 단기 성장하는 대신, 정부 지침 안에서 실명계좌 전환 비율을 높이고, 보안을 강화하고, 보이스피싱 등 사기 행위로 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두나무는 거래소 사업 이외에도 블록체인 플랫폼 루니버스(블록체인 연구소 람다256)와 암호화폐 지갑 비트베리(자회사 루트원소프트) 개발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또, 블록체인 생태계 확보를 위한 투자에도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투자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두나무앤파트너스를 통해 2020년까지 1천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고, 올해 200억원 이상을 집행했다. 코드박스, 올비트, 넵튠 웨이투빗 등에 투자했다.

두나무를 설립한 송치형 의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전공)와 경제학부(부전공)를 졸업한 뒤 결제서비스 기업 다날과 컨설팅회사 이노무브를 거쳐 2012년 두나무를 창업했다. 두나무는 2014년부터 주식거래 자문 제공 서비스 '증권플러스 포 카카오(현 카카오스탁)'을 출시하며 핀테크 영역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는 일 사용자 35만명에 이르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올해 9월 제주도에서 열린 업비트개발자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송 의장이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초다. 당시 이더리움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고, 이미 카카오스탁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만큼 잘 맞는 분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신생 거래소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대형 거래소 비트렉스와 제휴를 맺고 국내 최다 100여 개의 코인 거래를 지원하는 전략을 펼쳤고, 정확하게 시장에 통했다.

송 의장은 올해 1월 두나무 대표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겨 블록체인 기반 사업확장을 고민하고 있다. 두나무는 과거부터 송 의장과 인연이 있는 이석우 대표가 맡아 이끌고 있다.

송 의장은 개발자 출신으로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는 타입이다. 올해는 9월 제주도에서 열린 업비트개발자컨퍼런스(UDC) 무대에 오른 것이 유일하다. 그는 행사 기조연설을 통해 "두나무는 블록체인이 만들어나갈 미래를 진심으로 믿는다. 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말하며 산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드러냈다.

세계에 한국 블록체인 기술 알리고 있는 아이콘루프

아이콘루프(더루프)는 2016년 설립된 국내 블록체인 기술 연구회사 1세대 업체다.

지난해 9월엔 인터체인(서로 다른 체인 연결)에 특화된 메인넷 프로젝트 아이콘으로 ICO를 진행해 이더리움 15만개를 모아았다. 당시 시세(30만원 대)로 약 450억원 규모다. 판테라, 케넥틱 같은 글로벌 유명 펀드가 ICO에 참여했고, 어드바이저로 '블록체인혁명' 저자 돈 탭스콧이 이름을 올려 주목 받았다. ICO 이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 상위 30~50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 가장 상위에 있다.

아이콘은 메인넷 프로젝트인 만큼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디앱) 개발 업체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 전문 액셀러레이터 디블락을 설립했다. 현재 아이콘 디앱으로 프리랜서를 위한 탈중앙화 공유경제 생태계 '블루웨일', 탈중앙화 광고 생태계 '위블락', 탈중앙화 데이터 교환 플랫폼 '에어블락', 블록체인 기반 아티스트-팬 생태계 '스테이지' 등 10개 업체가 아이콘 디앱으로 참여했다.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가 지난 9월 열린 블록체인서울2018에서 강연하고 있는 모습.

현재 아이콘을 이끌고 있는 김종협 대표는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보안솔루션 업체인 장미디어인터렉티브를 거쳐 2013년 공인인증 시스템 개발 업체 비티웍스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보안·공인인증 분야에 있으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초기에 접했다. 블록체인의 보안 요소를 보고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대학 동기인 이경준 당시 더루프 대표의 제안으로 2017년 1월부터 아이콘재단 이사, 더루프 대표를 맡게 됐다.

김 대표는 당시 더루프가 금융투자협회의 공동인증 시스템 '체인ID' 사업을 성사시키는 것을 보고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김 대표는 지난 2년간 아이콘루프, 아이콘재단을 이끌면서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퍼블릭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이해를 두루 갖춘 업계 차세대 리더로 부상했다.

코인원, 스트리미, 매디블록, 엠블 등 유망 블록체인 벤처 쑥쑥 자란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 차명훈 대표도 블록체인 씬에서 주목 받는 인물이다. 차 대표는 지난 4월 미국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가 뽑은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는 코인원이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선정이유를 밝혔다.

차 대표는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 보안 분야에서 이름을 날린 실력자다. 데프콘 CTF 및 코드게이트 등 다수의 권위있는 해킹 대회에서 상위 입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2014년 당시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틴곡스가 해킹으로 파산하는 것을 보고, 기술 기반 암호화폐 거래소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그해 코인원의 전신인 디바인랩을 설립하며 블록체인 분야에 뛰어들었다.

차 대표는 코인원의 목표가 "블록체인·암호화폐 전문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해외송금, 서버엔진, 노드 운영 등 금융과 블록체인을 결합할 수 있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이 분야에서 성장이 기대된다.

하버드대 역사학과 출신으로 2015년 블록체인 기술기업 스트리미를 창업한 이준행 대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거래소"를 목표로 건전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스트리미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는 의무 대상이 아니지만 정보보호관리체계인(ISMS)를 국내 거래소 중 최초로 획득했다. 역시 의무 대상이 아니지만 올해 외부 감사(PwC 삼일회계법인)를 선임했고, 내년부터 감사보고서를 공개할 계획이다.

두 공동 대표가 모두 현직 의사 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이색 경력을 가진 메디블록의 고우균, 이은솔 대표도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움트기 시작한 지난해 중반 창업해,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는 젊은 리더들로 꼽힌다. 두 사람은 전공 분야를 살려 블록체인으로 개인 중심 의료정보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올해 성과로는 준비해온 테스트넷을 출시했고, 처방전을 올리면 토큰으로 보상을 제공하는 앱(약올림)을 선보였다.

올해 모빌리티 분야에 블록체인업체 엠블을 창업한 우경식 대표도 글로벌 무대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 대표는 서울대 개발 동아리 출신 멤버들과 함께 2012년 이지식스라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올해 블록체인 분야에서 기회를 보고 엠블을 창업하고, 첫 번째 앱으로 수수료를 없앤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를 싱가포르 시장에서 선보였다. 타다는 동남아 차량공유 시장을 꽉 잡고 있던 '그랩'을 흔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분야 창업 더 많이 나와야"

블록체인 산업 내 수많은 창업 기업이 생기고 있는 현상에 대해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박성준 교수는 "지금 블록체인 분야에선 벤처창업 붐이 일고 있다"고 평가하며 "더 많은 창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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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90년 대 벤처창업 붐이 불 때도 수많은 실패 기업이 있었고 그 중에 소수만 성공해 지금의 네이버 다음카카오가 나왔다"며 "블록체인 기업이 천개가 나오고 그 중 열개만 성공해도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엄청난 이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정부가 지원해 주지도 않고 오히려 제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창업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블록체인 창업가들이 정말 애국자"라고도 평가했다.

블록체인 벤처 기업을 위한 제언으로 박수용 서강대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장(컴퓨터공학과 교수)은 "인터넷 벤처 창업 붐이 불었을 때 싸이월드 같이 상당히 앞서가는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 많이 나왔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 블록체인은 분명히 잠재력이 큰 산업이다. 이번에는 내수용·한국형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에서 성공하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 정부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