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인기도 제로...“가입 강요 불쾌해”

프랜차이즈 제외 시 서울 가게 4천980개만 가맹

금융입력 :2018/12/13 08:59    수정: 2018/12/13 10:20

20일 시범사업 개시를 앞두고 있는 '제로페이(서울페이)'가 가입 가게 늘리기에 집중하는 가운데, 가입을 지나치게 독려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입신청서와 책자를 나눠주면서 가입하지 않으면 마치 불이익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해 '강압'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가입을 권유하는 직원과 가게가 '갑을 관계'가 아닌 만큼 강요할 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12일 서울 시내 주변 상인들은 최근 제로페이 안내 설명서와 가입신청서를 직접 전달받거나, 우편을 통해 안내받았다고 전했다. 이중 일부 가게 점주는 가입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이 고압적으로 말한 태도가 불쾌했다고 주장했다.

서울 종로구 A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는 "서울시 직원이라면서 신청서를 주면서 다른 가게들은 다 한다. 안 하면 여기만 도태되는 것이란 요지로 말을 하더라"면서 "숙고해보겠다고 돌려보낸 후, 주변 상인들과 얘기했는데 다들 강요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시가 가입률이 약 80%라고 지난 11월 대대적으로 홍보한 소공지하도상가의 일부 상인 역시 불만을 전달했다.

소공지하도상가에서 B가게를 운영 중인 점주는 "비교적 젊은 나이대에 속하는 나도 제로페이가 정확히 뭔지 숙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변 가게 사장도 마찬가지"라며 "돌아다니는 직원이 계속 가입을 권유해 진땀을 뺐다"고 밝혔다.

서울시청 별관에 붙어있는 제로페이 안내 문구.(사진=지디넷코리아)

서울시는 가입을 권유하는 직원이 서울시 소속도 아닐 뿐더러 강요할 일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김형래 서울페이추진반장은 "서울시 소속 직원들을 제로페이 가입신청서 및 상담 인력으로 배분하지 않았다. 위탁기관 업체들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안다"며 "개인 의사에 따라 가입하면 되는 일이고, 가게에 갑질을 할 만한 관계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가맹점을 늘리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의 노란우산공제 상담사 등을 현장 방문 상담사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가입을 원하는 가게에 설명서를 전달하거나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또 계약이 성사될 경우 가맹점 당 일정 부분의 수당을 받는다.

김형래 반장은 "수당이 있다고 해서 강요할 입장은 아닐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개인 성향에 따라 강요로 느꼈을 수도 있다"며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제로페이, 인지도·실효성 모두 낮아

이 같은 가입 강요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시범사업을 앞두고 제로페이를 가입하는 소상공인이 많지 않아서다. 10월 29일부터 11월 28일까지 한 달 동안 제로페이에 가입한 서울 지역의 가게 수는 총 1만6천756곳이다. 이중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입하면 일괄적으로 가입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1만1천776개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게 중 제로페이에 가입한 곳은 4천980개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시가 1차로 목표한 13만 곳에 한참 뒤떨어지는 수치다.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들에게서 절대적인 인지도도 낮은 상태다. 가게 매출 분석을 도와주는 서비스 제공업체 '캐시노트'가 지난 6~8월 약 6천명의 캐시노트를 이용하는 점주를 대상으로 제로페이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제로페이를 들어봤다는 답변은 24.5%, 모른다는 답변은 75.5%에 육박했다.

제로페이 가입신청서.(사진=지디넷코리아)

제로페이를 기술한 후 사업 운영 시 얼마나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큰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 5점 만점이 매우 도움이 될 것 같다인 답변인데, 평균 3.3점이 나온 것이다. 설문조사 외 12월 초 캐시노트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정성적 평가를 한 결과 제로페이의 서비스 이용방법이 어렵고, 신청절차가 복잡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가입신청서에는 가게 주인이 단번에 작성하기 어려운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 ▲상시근로자 수 등이 있으며 가맹점 약관도 10페이지에 달해 가독성이 떨어졌다.

일부 디지털 금융 관계자들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만든 제로페이가 성공할 가능성은 적다고 예측하고 있다. 일단 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됐다는 점, 고객들은 카드나 제로페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카드 보급률이 높아 카드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서다. 카드 밴(VAN)기기가 없는 전통시장에서 제로페이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시 지하철 내 붙어있는 제로페이 홍보 광고.(사진=지디넷코리아)

한 관계자는 "서울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에게 수수료가 0%인 제로페이를 쓰면 마치 착한 시민인양 홍보하고 있다"면서 "제로페이를 정확하게 일러주는 홍보 게시물을 만드는 일보다 프레임을 씌우는 일에 혈안이 된 것 같은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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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김형래 반장은 이에 대해 "저조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시범사업이고 아직 정식 서비스가 오픈되기 전이기 때문에 가게들이 생소한 서비스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추후 몇 개 은행이 제로페이에 여신 기능을 붙인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가입신청서를 더 쉽게 바꿀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답변했다.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QR코드를 제시하고 판매자가 이를 인식하면,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직거래 결제시스템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QR코드 결제 육성을 위해 기술 표준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