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점 통신망은 없다…예방이 최선”

[이슈진단+] 반복되는 통신장애 해결 대책은(상)

방송/통신입력 :2018/12/13 09:28    수정: 2018/12/14 16:59

#1. 지난달 22일 오전 8시경,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장애가 발생해 일부 국내 업체들이 약 2시간 가량 웹사이트 접속 오류를 겪었다. AWS 서울 리전 데이터센터에 오류가 발생해 쿠팡 등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 등 수백 개의 웹사이트와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WS의 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2. 지난달 24일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KT 아현지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서대문구뿐 아니라 일대 마포구, 용산구, 중구, 은평구, 경기 고양시 등에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해당 지역에서는 KT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등이 모두 마비됐다. KT 회선을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카드 결제마저 되지 않아 소상공인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3. 지난 6일 영국과 미국에서는 휴대폰 이용자들의 접속이 중단되고 데이터 이용이 차단되는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영국 대형 통신사업자인 O2 이용자 약 3천만명이 불편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 장비의 인증서 만료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에릭슨은 더욱 자세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위 사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야기한 ‘통신 대란’이었다는 점이다. 5G 시대를 앞두고 연달아 일어난 이 사건들은 통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초연결 사회로 접어들면서 통신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등은 내년과 내후년 사이에 5G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4세대인 LTE의 다음 세대에 해당하는 5G는 LTE보다 20배 빠르고, 지연속도는 1ms로 LTE 대비 100분의 1로 줄어든다. 연결 가능한 디바이스 또한 10배 이상 늘어나 사물인터넷(IoT)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5G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끼리의 통신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노키아 벨 연구소에 따르면 향후 인터넷에 연결되는 모든 사람과 사물의 개수는 7천억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25년까지 인터넷에는 세계 인구의 80%가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촘촘한 연결은 우리 삶을 더욱 편리하게 해 주지만, 동시에 통신재난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자율주행, 재난안전, 원격수술 등 5G가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5G 시대의 사고는 지금보다 훨씬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KT의 경우 화재가 발생한 아현국사는 D등급이었다. 전국에 깔린 통신망을 중요한 정도로 구분했을 때 A등급이 대동맥이라면 D등급은 모세혈관인 셈이다. 그러나 그 모세혈관 하나에 문제가 생기자 서울의 4분의 1이 통신장애를 겪었다.

이러한 통신 대란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는 통신망 이중화가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통신망 이중화가 비용이 많이 든다고 지적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망을 이중화하자는 건 고속도로가 막히니 국도로 돌아가자는 수준의 단순한 논의”라며 “망 이중화는 비용이 많이 들 뿐더러 양쪽 다 고장나면 복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다른 대안으로 고려되는 것이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다. SDN을 구축하면 통신장애가 발생했을 때 빠른 감지와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통신장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SDN이란 말 그대로 소프트웨어를 통해 정의하는 네트워크(Software Defined Network)를 말한다. 기존의 통신망을 소프트웨어 기반 컨트롤러로 제어하는 것이다. SDN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먼저 네트워크 가상화(NFV)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NFV란 물리적 리소스를 가상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네트워크 기능을 추상화해서 하나의 물리적인 네트워크 기능을 여러 사용자 또는 장치와 나눠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특정한 지점 A와 B 사이를 연결하는 통신장비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예전에는 이 통신장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장비가 있는 곳까지 운영자가 직접 가서 장비를 작동시켜야 했다. 그러나 통신장비가 하는 기능을 가상화하면 장비 자체는 먼 곳에 떨어져 있더라도 프로그램을 통해 장비를 작동할 수 있게 된다.

SDN을 통하면 장비를 추가하거나 제거하는 일 또한 간편해진다. 직접 장비가 설치된 현장까지 가서 새로운 장비를 추가하거나 낡은 장비를 제거할 필요 없이 프로그램 상에서 명령어만 입력해서 장비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의 장점은 중앙에서 모든 장비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장비 운영 방식이 더욱 유연해지고 이동성도 좋아지므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5G 시대에는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간 연결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네트워크 구성이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사고가 어디서 났는지 현장을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한 후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통신장애도 마찬가지다. 장애가 발생하면 사고 지점을 파악해야 하는데 복잡한 연결망 속에서 이를 금방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SDN을 구축하면 중앙에 있는 컨트롤러가 평소 통신망의 트래픽을 파악한다. 이른 아침 출근 시간에는 지하철역에 사람이 몰린다든지,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자정에는 트래픽이 급증한다든지 하는 각종 정보가 데이터로 쌓이게 된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이용하면 비정상적인 움직임이나 트래픽을 감지할 수 있다.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 보이면 신호를 보내 관리자를 부르거나 직접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SDN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네트워크 전체가 소프트웨어로 바뀐다는 말과 같다. 물리적 장비로 구성된 부분은 최소 기능만 남아 물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고 네트워크는 소프트웨어로 분리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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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N은 컨트롤러에서 한번의 오퍼레이션으로 대체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사람이 하는 오퍼레이션도 SDN 위에 올라가게 하자는 발상으로 시작한 것이다. SDN 구축을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각각 산발적으로 떨어져 있던 팔다리 등의 장기가 중앙의 정보처리센터인 두뇌를 얻은 것과 같다. 각자 돌아가던 기능들을 중앙에서 관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따라서 팔이나 다리에 이상이 감지되면 중앙에서 바로 파악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최성남 노키아 실장은 “다가올 5G 시대에는 연결이 늘어나는 만큼 망의 생존성과 보안성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라며 “그런 면에서 기업들은 통신장애 예방과 빠른 대처를 위해 SDN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