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술로 살아나는 문화유산...발전방향은?

굿인터넷클럽서 디지털문화유산 미래 전망

인터넷입력 :2018/12/11 18:41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의 옛 문화유산을 디지털로 복원하고 보관하는 시도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외세의 침략과 침탈로 사라진 유적지를 3D 스캐닝 기술 등을 이용해 디지털 세상 속에 복원한다거나, 해외에 위치한 유명 미술관에 가야 볼 수 있는 화가들의 걸작들을 질감까지 살려 디지털로 재현하는 작업들이 활발하다. 안방에서도 얼마든지 시간을 거슬러 역사 탐험까지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11일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과 ‘박물관이 살아있다: 디지털콘텐츠로 보는 문화유산의 미래’란 주제로 2018 굿인터넷클럽 10차 행사를 개최했다. 네이버 전 대표인 김상헌 국립극단 이사장 진행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권오태 실장,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박소현 교수, 김지교 문화유산기술연구소 대표, 이경범 모아지오 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 문화유산 역할과 기능은 “문화 정체성”

왼쪽부터 이경범 모아지오 대표, 김지교 문화유산기술연구소 대표, 서울과학기술대학 박소현 교수, 한국콘텐츠진흥원 권오태 실장, 김상헌 국립극단 이사장.

먼저 권오태 실장은 문화유산이 경제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에서 양립가치를 지녔다고 설명했다. 문화유산이 콘텐츠로서 자원의 가치가 있는데, 이를 디지털화 할 경우 또 다른 창작물로서 발견되고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화적 측면에서도 문화유산이 디지털화됨으로써 모든 국민이 누구나 향유하고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소현 교수는 2014년 유네스코 차원에서 문화다양성 보존 법률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문화유산의 역할과 기능은 “문화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의 문화 향유를 넘어, 집단적인 차원으로서 문화 정체성의 근간이 된다는 뜻이다. 이에 문화유산이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지교 대표는 문화유산이 자신이 누구인가 알려주는 역할도 하지만, 굉장히 큰 자원이 된다고 말했다. 한류가 인기를 끈 이유도 한국의 정체성 덕분이라면서, 우리만의 것이 차별화를 지녀 충분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문화유산을 디지털로 재현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3D 스캐닝 기술이 있다. 3차원 형태로 만들어 모델링 하고 난 뒤, 표면의 질감까지 살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레이저 스캔 방식과 포토 스캔 방식이 사용된다. 이중 포토 스캔 방식은 옛날 관광객들이 찍은 사진을 활용해 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한다.

한콘진은 현재 ‘뉴콘텐츠’라는 이름으로 VR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전국 곳곳의 문화유산들을 복원해서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콘텐츠 제작 지원에 등에 한콘진은 올해 75억원 정도의 예산을 썼는데, 내년에는 100억원 정도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경범 대표는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다 4년 전 VR 콘텐츠 제작 사업으로 전환했다. 현재는 교육 콘텐츠가 VR 장비에서 소비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 역사적인 콘텐츠를 재해석하고 재미요소를 더한 결과물들을 만들고 있다.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사용자들이 호기심을 가질만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문화유산 발굴해야”

박물관 자료사진(자료=이미지투데이)

이어 김지교 대표는 정부가 문화유산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정부가 유행하는 기술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성숙시켜 나가야 할지 고민해 달라”면서 “최신 기술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단순함이 오히려 감동을 자아낼 때도 있는 만큼, 정부가 기술 발주를 할 때 좀 더 열린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소현 교수는 인문학과 문화예술 대한 관점을 기초학문에서 실용학문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TV와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 기술의 등장 때마다 박물관과 미술관이 위기감을 느꼈지만, 이제는 이들이 공정한 진리와 기록에 대한 진지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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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태 실장은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가치발굴도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런 것들이 문화적으로 향유될 수 있고 콘텐츠로 제작되면 경제 영역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권 실장은 “지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유산이 많다. 이런 걸 적극 발굴해서 지역경제 활성화도 시키고 지역 문화유산들이 세계적으로 각광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카이브 구축 예산을 투입할 때 여러 어려움들이 있는데, 게임, 만화 등 제작 과정 하나하나가 유산이 될 수 있는 만큼 인식전환과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