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기회 공존했던 韓 자동차 산업

[이슈진단+] 2018년 결산...자동차

카테크입력 :2018/12/18 08:59

“트럼프 관세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박한우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7월 16일 서울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12대 기업 CEO 간담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면서 내뱉은 말이다.

박 사장이 언급한 ‘트럼프 관세’는 미국 수입차 관세 25%를 지칭한다. 수입차 관세 25%가 현실화되면 현대기아차 등 수입차 업체들은 이를 대비한 생산비용이 평균적으로 10% 정도 증가하는 부담감을 떠안게 된다.

올 한 해는 기아차 뿐만 아니라 다른 자동차 업계가 모두 어려움 속에 고전했던 한해였다. 올 초부터 현대자동차 지배구조 개편이 실행도 되지 못한 채 끝이 났고, 한국GM은 2월 13일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내리면서 철수설에 휘말렸다. 또 8월엔 연이은 BMW 차량화재 사고가 전국민적 뉴스가 되고,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직접 머리를 숙여 사과하는 일까지도 발생했다.

이처럼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위기 상황 속에도 자동차 업계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기차, 자율주행차, 음성인식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 등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올해는 장거리 전기차 시대의 원년으로 평가됐다. 한번 충전 후 406km 주행 가능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385km 주행 가능한 기아차 니로 EV 등이 출시됐고, 테슬라 모델 S P100D, 모델 X 100D 등도 판매가 시작됐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사진=지디넷코리아)

■끊이지 않는 한국GM 철수설

지난 2월 폐쇄 결정이 내려진 한국GM 군산공장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한국GM 군산공장은 그동안 가동률 20%에 그쳤다. 이곳에서 쉐보레 올란도와 크루즈 등이 생산되고 있었지만, 모두 우리나라 자동차 판매에서 큰 두각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GM 미국 본사와 한국GM 등은 군산공장 자체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군산공장의 문을 닫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내려진 이후 6일만인 2월 1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범정부적인 차원의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하지만 군산공장 폐쇄 결정 이후 한국GM 노사관계는 약 두 달동안 갈등 속 평행선을 달렸다. 한국GM 노조는 “지엠자본(GM 본사를 지칭)의 이익만을 위해 결과적으로 한국GM 적자 경영 사태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는 비열한 행태에 분노를 금치못하며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맹 비난했다.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지부장(사진 왼쪽),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사진=오른쪽) (사진=한국GM)

한국GM 노사는 4월 23일 임단협 합의를 힘겹게 이뤄냈다.

한국GM이 발표한 노사간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미래발전 전망 관련' 분야에 SUV와 CUV 차량 배정 확정 문구가 담겨 있다.

우선 한국GM 부평공장은 내수 및 수출 시장용 신형 SUV를 배정받고 향후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게 된다. 또 창원공장에도 내수 및 수출용 신형 CUV를 배정받게 된다.

이같은 합의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한국GM 노사관계는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또다시 갈등 상태에 놓이게 됐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한국GM 사측의 법인분리 시도다. 이같은 시도가 또하나의 철수설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GM 노조가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반대하는 구호를 서울 광화문광장 앞 3차 결의대회에서 외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한국GM 노조는 “한국GM에 대한 신규투자, 수출물량확대, 한국GM에서의 신차개발, 신규인원채용, 아태본부 설립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하지만 신설법인 설립에 대해서는 군산공장 폐쇄에 이은 또 다른 구조 조정음모로 규정하고 분명하게 반대한다”라는 내용의 반대 성명을 냈다.

한국GM 사측 관계자는 “신설법인 설립이 절대로 한국GM의 철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대기업이 연구개발인력을 강화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봐야 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법인분리에 대한 한국GM 노사 입장은 다시 평행선인 상황이다. 현재 한국GM 사측의 법인분리 시도는 법원의 집행금지 결정에 따라 잠정 중단됐다. 노조는 법인분리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한 쟁의권 확보를 시도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 결정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같은 현상은 해가 지나 계속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진 상황이다.

한국GM 부평공장 서문 입구 앞 풍경 (사진=지디넷코리아)

■의혹만 남은 BMW 화재 사고

BMW 차량 화재 사고는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달리는 BMW 차량 엔진에 붙이 붙는 화재 사고는 지난 2015년 11월부터 알려지기 시작됐다. 2015년 11월 3일 경기도 고양시 자유로, 5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파크 아파트단지 인근 사거리, 7일 경기 구리시, 8일 서울외곽순환도로 청계 요금소 부근 등에서 연이어 화재가 일어났다.

당시 사장이었던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의 대처는 어땠을까. 그는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화재 사고에 대한 피해자에게 보상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차량 화재 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향후 대처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못했다.

BMW 코리아의 이같은 안일한 대처는 결국 더 큰 화를 자초하는 원인이 됐다. 올 한 해 BMW 화재 사고가 수십건 이상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생하자, 김효준 BMW 코리아 회장은 지난 8월 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게 됐다.

BMW 긴급 기자회견에서 화재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한 김효준 BMW 코리아 회장 (사진=지디넷코리아)
화재 관련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린 BMW 코리아 (사진=BMW 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BMW 코리아는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차량 화재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인 EGR로 봤다. 소프트웨어 조작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BMW 코리아 화재 사태는 국회 공청회까지 이어지게 됐다. 당시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은 김효준 회장에게 냉각수 유수 관련 위험성을 물었지만, 김 회장은 “모른다”라고 답변해 논란을 키웠다.

국회는 이 때문에 별도로 김효준 회장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러 BMW 화재 원인을 규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 여부 등의 문제 등이 겹쳐, 김효준 회장은 올해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BMW 화재 사건은 명확한 원인과 근거 등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도 일부 백화점이나 쇼핑몰 지하주차장에는 BMW 차량 출입을 자제시키는 문구가 걸려 있다.

■장거리 전기차 시대 원년 개막

올 한해 자동차 시장은 혼란 속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장거리 전기차 시대 시작을 알리는 수 많은 신차들이 러시를 이뤘다.

올해 1만2천대 물량 생산이 목표였던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은 한번 충전 후 최대 406km까지 갈 수 있는 장거리 전기차다. 국내 업체 전기차 개발 역사 중 4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정부 공인 인증 수치 기준) 전기차는 코나 일렉트릭이 유일하다.

한국GM은 혼란스러운 회사 내 상황속에서도 한번 충전 후 최대 383km까지 주행 가능한 볼트 EV 판매에 주력했다. 지난해 판매 물량이 약 수백대 수준에 그쳤다면, 올해는 4천700여대 수준으로 늘렸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순수 전기차 (사진=지디넷코리아)

기아차는 코나 일렉트릭과 볼트 EV보다 공간 활용성이 좋은 니로 EV를 내놨다. 한번 충전으로 385km 갈 수 있는 전기차며,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을 제외한 주요 주행보조(반자율주행 기술)을 기본화하는 등의 승부수를 갖췄다.

기아자동차 니로 EV (사진=지디넷코리아)
테슬라 모델 X (사진=지디넷코리아)

테슬라는 올해 초 모델 S P100D와 모델 X 100D 등을 출시해 장거리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

모델 S P100D는 한번 충전으로 424km까지 주행 가능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250km/h다. 시속 0에서 100km/h까지(제로백) 2.7초만에 도달한다.

모델 X 100D는 국내 환경부 공인 기준으로 한번 충전으로 386km까지 주행 가능하다. 차체 크기는 전장 5천50mm, 전폭 2천72mm(미러 포함), 전고 1천685mm다. 휠베이스는 2천965mm다.

■수소전기차도 출시..주행보조 기술 경쟁 치열

현대자동차가 올해 내놓은 수소전기차 넥쏘도 올해 친환경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전 투싼 수소전기차는 최소 8천만원 이상의 구매 비용이 필요했지만, 수소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3천만원대에 넥쏘를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넥쏘는 현대기아차 최초로 차로유지보조(LFA) 주행보조 기술이 탑재됐다. 시속 60km/h 이상 주행시 활용 가능한 차선 이탈방지 보조(LKA) 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능으로, 시속 0에서 150km/h 범위 내에서 차로 중앙 유지를 돕는다(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작동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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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현대기아차는 더 K9, K7, 싼타페, 팰리세이드 등 세단과 SUV 등에 주행보조(현대차 스마트 센스, 기아차 드라이브 와이즈) 사양을 확대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일부 차종에는 트림별로 주행보조 사양을 기본화시키는 전략도 택했다.

토요타, 렉서스, 메르세데스-벤츠, 혼다, 푸조 등 수입차 업체들도 올해 출시된 차량에 주행보조 사양을 강화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다가오는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아우디 코리아의 경우, 국내 수입차 업계 최초로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 임시 운행 허가를 받아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 모터스튜디오 하남 정문 앞에 배치된 수소연료전지차 넥쏘 (사진=지디넷코리아)
HDA 시스템이 작동중인 기아차 니로 EV 전기차 계기반 클러스터 (사진=지디넷코리아)
제 1회 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