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앱스토어, 반독점 소송으로 가나

美 대법원서 공방…"애플 패소 유력" 전망

홈&모바일입력 :2018/11/28 10:04    수정: 2018/11/28 10:1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앱이 판매될 때마다 30% 수수료를 받는다. 이 수수료는 애플 서비스 사업을 지탱하는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이 모델은 독점금지법 위반이라며 들고 일어섰다. 30% 수수료 때문에 치솟은 가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게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로버트 페퍼를 비롯한 고객들은 2011년 캘리포니아 지역법원에 애플을 제소했다. 그런데 그들은 단순히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한 게 아니었다. 반독점 집단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경우 피해의 3배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 (사진=미국 대법원)

1심에선 소비자들은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제9 순회항소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아이폰 이용자들이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이 사건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왔다.

■ 아이폰 이용자는 앱 최초 구매자일까

‘애플 대 페퍼’로 명명된 이 사건 심리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열렸다. 한 시간 가량 계속된 심리에서 양측은 앱스토어 구매자들이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는지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1977년 ‘일리노이 브릭 대 일리노이 주’ 사건 판례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겠냐는 부분이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최초 구매자’에 한해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선 ‘일리노이 브릭 대 일리노이 주’ 사건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림1 참조)

(그림1) '일리노이 브릭 대 일리노이 주' 사건 개념도

일리노이 브릭은 대형 벽돌 제조업체였다. 이 회사는 벽돌 공사 업체에 벽돌을 판매했다. 벽돌 공사업체는 다시 건설 수주업체와 계약을 맺고 공사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건립된 건물을 일리노이주가 구매했다. 그런데 일리노이 주는 건물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게 일리노이 브릭의 벽돌 가격 담합 때문이라면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최초 구매자만이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일리노이 주의 소송을 기각했다. 이 수직 공급망에서 최초 구매자는 일리노이 브릭에서 직접 구매한 벽돌 공사업체란 게 연방대법원의 판단이었다.

앱스토어 사건을 둘러싼 이번 공방에선 1977년 대법원 판례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그림2) 아이폰 이용자들이 주장한 애플 앱스토어 비즈니스 모델 개념도

소비자 쪽은 앱스토어 비즈니스 모델이 1977년 일리노이 브릭 때와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이 앱 최초 구매자란 주장이다.

앱 가격은 개발자들이 책정한다. 여기에 애플이 30% 수수료를 덧붙인 것이 앱의 최종 가격이다.

앱이 판매될 때마다 이 가격은 그대로 애플에게 지불된다. 반면 앱 개발자들은 아이폰 고객들에게 직접 판매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제품 가격도 직접 수령하지 않는다.

애플이 도매사업자 역할을 하는 이 유통 구조에선 소비자들이 최초 구매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그림3) 애플이 주장한 앱스토어 비즈니스 모델 개념도

반면 애플 측 생각은 조금 다르다. 앱 생태계에서 애플은 앱을 구매하거나 재판매하지 않는다는 게 애플 측 주장이다.

애플은 대리인 역할을 할 뿐 직접 판매 행위에 개입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가격 책정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개발자들이 책정한 가격에서 30% 수수료를 뗄 뿐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최종 가격을 책정한 주체는 개발자들이다.

결국 앱스토어 생태계에서 최초 구매자는 소비자들이 아니라 앱 개발자들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없다는 게 애플의 주장이다.

■ '애플 패소= 독점행위' 아냐…패소 땐 다시 공방 벌여야

미국 대법원 전문 사이트인 스카터스블로그는 이번 소송에선 애플이 패소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대법원 판사 9명 중 최소한 5명이 “소비자들에게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는 쪽에 가까운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스티븐 브라이어 판사 뿐 아니라 보수 계열인 브렛 캐버노 역시 아이폰 이용자들의 의견에 동조했다고 스카터스블로그가 분석했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아예 연방대법원이 1977년 판례를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많은 주들이 간접 구매자들에게도 반독점 소송 제기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다만 존 로버츠 대법원장만은 애플 쪽에 좀 더 가까운 논지를 펼쳤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반독점 소송 제기권을 인정할 경우) 애플이 앱 가격을 올리게 되면 아이폰 이용자와 개발자 모두로부터 반독점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사진=미국 대법원)

이 주장에 대해 아이폰 이용자를 대리한 데이비트 프레데릭 변호사는 다른 논지를 펼쳤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독점 행위로 인해 더 비싸게 된 가격을 보상받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는 반면, 아이폰 개발자들은 ‘잃어버린 수익’을 주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소송의 최종 판결은 ‘반독점 여부’가 아니다. 앱스토어 구매자들이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느냐는 것이 쟁점이다. 따라서 애플이 이번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앱스토어 비즈니스가 독점금지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 부분은 다시 1심 법원부터 새롭게 공방을 벌여야 할 사안이다. 물론 애플이 이번 소송에서 패소했을 때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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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엔 또 다시 소비자들과 지리한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한다. 특히 삼성이나 퀄컴 같은 경쟁업체가 아니라 잠재 고객들과 소송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앱스토어 비즈니스 모델의 운명을 결정할 이번 소송의 최종 판결은 내년 초에 나올 전망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