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CC도 초격차…호황 속 업계 희비교차

선두권 더 좋아지고 하위 업체들은 힘들어져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11/16 16:22    수정: 2018/11/19 08:52

'제2의 메모리반도체'로 불릴 만큼 슈퍼호황을 구가하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업계에 희비가 엇갈려 주목된다.

같은 MLCC임에도 '한쪽은 유례없는 공급 부족, 다른 쪽은 공급과잉'이라는 특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장·인공지능(AI)용 고사양 MLCC와 저사양 IT·모바일용 제품의 업황이 대조적으로 재편되면서다.

하위 업체들의 제품 수요 둔화가 확실시되면서, 수위(首位) 업체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업계 1·2위 무라타와 삼성전기가 매분기 실적 신기록을 쓰는 것과 대비된다.

이들이 고부가 제품에 집중하는 동안, 나머지 업체들은 기술 장벽을 넘지 못하고 보급형 제품 양산에 매몰된 점이 이유로 꼽힌다.

대만 MLCC 업체 야게오. (사진=Yageo)

5위 대만 야게오, 4분기에 매출 30% 감소할 듯

16일 대만 디지타임스 등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MLCC 시장 점유율 5위 대만 야게오(Yageo·야교)는 4분기에만 매출이 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 매출이 약 40% 줄어든 데 이어 또다시 추가적인 실적 하락이 예견된 것이다.

야게오는 최근 MLCC 생산 인력 감축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실적 회복을 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 현물 거래가격이 오를 기미가 도통 보이지 않아 재고량이 쌓여만 간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더 나아가 디지타임스는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PC 공급 부족으로 인해 분기 초부터 MLCC 시장 수요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며 MLCC 고점 논란에 불을 지폈다. 5세대(5G) 통신 기술과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상업화되기 전까지는 수요 성장 동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무라타 "내년에도 MLCC 전망 좋다"

야게오의 상황을 통해 주목할 것은, MLCC 시장의 또 다른 한 편에서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점유율 1위와 2위인 일본 무라타와 삼성전기는 지난 3분기에 나란히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내년에도 MLCC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는 게 두 업체의 공통된 견해다.

MLCC 호황이 '기술력을 지닌 상위 업체들만의 이야기'라는 분석도 있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같은 MLCC라도 대만과 중국은 로엔드(저사양), 한국과 일본은 하이엔드(고사양)에 집중하고 있다며 "MLCC 호황은 전장·AI 등 4차산업 수요에 맞춘 하이엔드 제품 중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고성능 제품과 중저가형 제품의 가격 차도 더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MLCC는 고성능 제품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위 무라타를 필두로 판매 가격도 일제히 인상됐다. 이 부품이 주로 탑재돼 왔던 스마트폰 외에도 5G와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곳에서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자사가 주력 중인 고부가 MLCC의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며 "수요가 확대되는 전기자동차와 AI용 제품은 삼성전기와 일본 경쟁사(무라타)만이 증설 여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무라타가 양산하는 MLCC. (사진=Murata manufacturing)

초격차 만드는 '전장 MLCC'

삼성전기와 무라타가 주목하는 건 전장용 MLCC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전장 제어 장치용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스마트폰에 평균적으로 800개~1천개가량 탑재돼 온 것이, 자동차에는 최소 3천~5천개 이상 필요하다.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Tesla)엔 약 1만5천개 이상의 MLCC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라타는 최근 발표를 통해 400억 엔(약 3천900억원)을 투입해 일본 현지에 전장용 MLCC 생산설비를 짓고 다른 공장도 재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도 중국에 전장용 MLCC 라인을 신축하는 등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설투자비로 내년까지 총 5천733억원이 단계적으로 투입된다.

용어 설명☞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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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는 스마트폰과 TV, PC 등 전자 제품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콘덴서다. 금속판 사이에 전기를 유도하는 물질을 삽입해 필요에 따라 안정적으로 회로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MLCC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일본 무라타 44% ▲삼성전기 21% ▲일본 TDK 15% ▲타이요유덴 14% ▲대만 야게오 6%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