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 넘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공급하겠다”

[인터뷰] 황혜영 스트라타시스 코리아 지사장

디지털경제입력 :2018/11/08 07:52    수정: 2018/11/08 15:00

국내에선 생소하게만 느껴졌던 3D프린팅 시장이 점차 열리고 있다. 시제품부터 완제품까지 인쇄하면서 복잡하고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공정도 줄여주는 혁신 제조 기술로 기업들에 인식되는 것이다.

글로벌 3D프린팅 선도기업 스트라타시스도 제조업 강국 한국에서 3D프린팅 산업 잠재성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서 제조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스마트팩토리에 관심을 보이는 점도 고려해 금속 제품 양산이 가능하고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다른 자동화 기술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기술 개발과 홍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포부다.

최근 기자와 만난 황혜영 스트라타시스 코리아 지사장은 “한국이 점차 3D프린팅 잠재성이 큰 시장에서 전문화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전에는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구체적으로 산업 현장에 기술 도입을 원하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혜영 스트라타시스 코리아 지사장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당사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스트라타시스 코리아)

공장에서 사용하는 지그(jig)나 자동차 부품 시제품 등을 3D프린팅으로 출력하면 제작비용이나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시각이 퍼지면서 기술 도입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이같은 수요를 주도하는 산업 분야는 자동차와 전기전자, 기계가공, 의료 등이다. 스트라타시스 코리아 역시 해당 산업 분야와 교육시장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황 지사장은 “전기전자, 자동차 등은 소비자 대상 산업이다 보니 고객도 많고 애플리케이션도 다양해 시제품 제작이나 툴링 등에 3D프린팅을 도입하고 좋다”며 “의료산업에서도 의료기기 프토로타이핑(prototyping)나 서지컬 가이드 제작에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문의도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교육기관도 3D프린팅 활용에 관심이 많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라타시스는 세계 산업 트렌트에 민감하고 제조업이 발달한 한국에서 3D프린팅이 주요 산업으로 클 수 있다고 봤다. 특히 한국 정부가 제조 현장을 혁신하는 스마트팩토리에 관심이 많은 만큼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3D프린팅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빅데이터 등과 함께 스마트팩토리 주요 기술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민관합동 스마트공장 추진단은 오는 2025년까지 3만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까지 5천여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올해 잡힌 예산만 410억원이다.

황 지사장은 “한국은 글로벌 트렌트가 그대로 반영되는 나라다. 아직 다른 나라에 비해 3D프린팅 산업이 주춤하는 면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며 “OECD 국가 중 제조산업 의존도도 높다. 정부가 3D프린팅 산업 육성에도 관심이 많고 투자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잠재성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제조업 트렌드는 제조 공정을 간소화시키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스마트팩토리로 가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스트라타시스는 이같은 점에 주목해 한국에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으로 3D프린팅 사업 전략을 펼친다. 전통적인 금속 사출, 주조 방식과 비교해 복잡한 금속 제품을 더 빠르게 양산할 수 있는 금속 3D프린팅 솔루션 ‘메탈 바락(metal varak)’을 지난달 서울시에서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아가 단순히 장비 판매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 제조 현장을 스마트팩토리로 만드는 기본 솔루션으로 3D프린팅을 알리고 그랩캐드(Grap CAD) 등 제조 자동화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적극 소개할 계획이다.

그랩캐드는 제품 디자이너부터 엔지니어, 3D프린터 운영자 모두 별도 변환 과정 없이 네이티브 CAD 파일을 친숙하게 사용하는 CAD 환경에 맞춰 변환, 수정해 스트라타시스 3D프린터나 3D프린팅 제작 부서에 전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작업 일정 관리, 프린트 대기열 상태, 재료 사용량과 사용량 기록 등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어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로봇과 연동해 제조 효율을 높이는 방안이나 더 다양한 제품 생산을 소화할 수 있도록 신소재와 4D프린팅 기술을 개발한다. 이미 국내 자동화기업 TPC메카트로닉스가 공급하는 협동로봇에 탑재하는 그리퍼 등 다양한 엔드 이펙터(End-effector로봇이 작업할 때 작업 대상에 직접 작용하는 기능을 가진 부분)를 3D프린팅으로 출력해 작업 효율을 높인 사례도 있다.

황 지사장은 “3D프린팅을 스마트팩토리 안에서 전체 공정과 연결되면서 공정은 간소화시키면서 제조 효율은 높이는 솔루션으로 알릴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자사 장비를 구매하면 대량 생산 솔루션 소프트웨어인 그랩캐드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제조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3D프린팅 솔루션은 지속 개발, 발굴할 계획”이라며 “내부적으로 4D프린팅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당사 4D프린팅 기술에 관심을 가진 교수들과 함께 초청 학회를 진행한 적 있다”고 강조했다.

■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韓산업 성장 저하”

스트라타시스는 이처럼 국내 시장 수요와 잠재성에 맞춰 3D프린팅 솔루션을 개발, 공급하고 싶지만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논란이 부상하면서 시장 성장성 자체가 저하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중기간경쟁제품은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중 판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품목에 대해 3년간 대기업의 공공 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다.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논란은 한국전자산업협동조합과 국내 일부 중소기업이 지난 6월 처음으로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에 3D프린터를 ‘2019년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대상으로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찬성 측과 스트라타시스가 포함된 반대 측은 9월까지 수차례 조정회의를 통해 의견 대립을 이루다 국내 중견기업, 해외사는 당해연도 공공수요액 40% 내 입찰만 들어올 수 있다는 조정안이 나왔다. 지정 여부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연내 결정한다.

황 지사장은 “중기간경쟁제품 지정은 국내 3D프린팅 산업 육성책이 아닌 도태를 초래하는 정책이다. 3D프린팅은 제조산업과 연결되므로 지정이 되면 제조 혁신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한국 시장은 제한돼있는 동안 다른 국가에서 시장 경쟁을 통해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이 나오게 될 것”고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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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중기간경쟁제품은 국내 3D프린팅 중소기업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지만 해외사 3D프린터를 고객사에 공급하는 국내 유통사들도 중소기업”이라며 “지정되면 이들 기업도 직격탄을 맞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라타시스는 중기간경쟁제품 지정이 당사 기술과 영업에 불공정한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답답함도 토로했다. 황 지사장은 “당사가 보유한 플라스틱 기반 FDM방식 특허 중 아직 보호기간이 유효한 것이 수십가지”라며 “공공시장에는 FDM방식 장비 수요가 많은데 그럼에도 지정이 되면 스트라타시스 경영 활동이 제한되고 특허 논쟁도 벌어질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