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와 국가경쟁력

[방은주기자의 IT세상] 몰타에서

컴퓨팅입력 :2018/11/02 08:16    수정: 2018/11/02 13:59

#기자는 지금 몰타에 있다. 이탈리아 아래에 있는 몰타는 작은 나라다. 인구가 50만명 정도고, 면적은 제주도의 6분의 1이다. EU 28개 국가중 가장 작다. 이곳에서 국가경쟁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몰타 경제는 EU 국가중 최우등이다. 혁신 성장 실패로 신음하는 우리 경제와 대비된다. 경제 성장률이 EU 평균(약 3%)보다 두배나 높다. 실업률은 역대 최저다. 지난 2분기 3.8%를 보이며 불과 6개월만에 최저치(4%) 기록을 갈아 치웠다. 몰타 경제가 꽃길을 걷는 건 이유가 있다. 경제의 12%를 차지하는 금융서비스 분야가 탄탄히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몰타 금융서비스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도 한 축을 이룬다. 규제 완화 소문이 나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업이 이곳에 몰려들고 있다. 현재 100개 넘는 관련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오케이엑스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국내 기업 몇 곳도 몰타에 정착하려고 워밍업을 하고 있다.

주마가편인가, 이달 1일 몰타는 어느나라보다 앞서 'VFA(Virtual Financial Assets)'라는 ICO 허용 법안을 발효, 시행에 들어갔다. 작년 4월 몰타 정부가 블록체인 관련 국가 전략을 승인한지 1년 6개월만이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이미지=이미지투데이)

#몰타 총리는 올해 45살인 조셈 무스캣(Joseph Muscat)이다. 그는 친비즈니스 정책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2013년 국민 투표로 첫 총리가 됐다. 외국직접투자 유치에 사활을 거는 등 친 비즈니스 정책으로 몰타 경제를 성장궤도에 올려놓았다. 그는 지난해 다시 총리로 선출됐다. 지난 1일 몰타에서 열린 블록체인 행사에서 무스캣 총리는 "블록체인은 기회의 땅이다"면서 블록체인을 앞세워 새로운 성장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했다.

# 지난 2월 기자는 암호화폐공개(ICO)를 허용하라는 컬럼을 썼다. 이후 9개월간 많은 일이 일어났다. 특히 국회가 그렇다. 여당 중진이자 국회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한국도 ICO(암호화폐 공개)를 허용하라”고 주장했다. 여당에서 처음 나온 ICO 합법화 소리였다.

지난 9월에는 프랑스정부가 ICO를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싱가폴, 스위스 등은 이미 ICO에 우호적이다. 뉴욕대학교 (New York University, NYU)는 최근 미국 대학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전공 과목으로 개설하기도 했다. 국내외 대학에서 블록체인을 정규 과목으로 받아들이는 대학이 늘고 있다.

관망세를 보이던 기업도 최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적극 끌어안고 있다. 한국 최대 게임사 넥슨 지주사 NXC는 최근 유럽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했다. 네이버 라인도 지난해 일본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비트박스)를 열었다. 다른 대기업들도 잇달아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조만간 정부가 ICO 입장을 밝힌다. 근 1년간 침묵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정부는 블록체인은 산업으로 육성하지만 ICO는 '노땡큐'라는 입장이다. 암호화폐의 투기 성향 때문이다. 와중에, 괜찮은 블록체인 기업 다수는 해외로 빠져나갔다. "정부 때문에 고맙게도 시작때부터 글로벌로 하게됐다"는 우스갯소리가 이 세계에서 성행한다. 일자리와 세금 등을 생각하면 '웃픈' 현실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분리가 가능할까. 블록체인 공부를 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분리가 불가능하다"고.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면 블록체인은 존재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를 '핸들없는 자동차'로 비유한다. 답은 나왔다. 정부측 사람들이 공부하면된다. 그들이 누구인가. 그 어려운 고시를 통과한, 머리 좋은 집단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공부는 안하고 '일단 금지'라는 족쇄를 채운 걸 거둬들일 때가 됐다. 블록체인 공부를 쎄게해달라. 그래서 도출해달라 족집게 규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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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혁명하려는자가 혁명되지 않은 채 혁명하려 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에 한탕해보려는 불나방들이 많다. 변변치 않은 비즈니스 모델과 개발력도 없으면서 한탕해 먹튀하려 든다

머리 좋은 공무원들이 할 일은 이것이다. 이런 불나방들을 쪽집게처럼 집어내는 핀셋 규제를 만드는 것이다. 때론 비관론자들이 옳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건 그들이 아니다. 낙관론자들이다. 국가경쟁력은 혁신성장에 달려있다. 기업 기를 살리는 정교한 규제 없이는 혁신성장도 없다. 정부는 서둘러 ICO 관련 핀셋 규제를 만들어라. 그리고 ICO는 허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