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産學, 자율적 IEO 가이드라인 개발

"15억 이상 토큰 팔려면 '최소기능 제품' 있어야"

컴퓨팅입력 :2018/11/02 08:00    수정: 2018/11/02 12:15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토큰을 공개하는 방식인 '이니셜 익스체인지 오퍼링(IEO)'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와 학계가 손잡고 건전한 IEO 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IEO의 정의를 '거래소 상장 직전에 일정한 자격조건을 갖추고 거래소를 통해 토큰을 판매하는 것'으로 내리고, 최소기능을 갖춘 제품(MVP)을 구현한 경우에만 15억 규모 이상의 토큰 판매를 할 수 있게 제한했다.

고려대학교 암호화폐 연구센터,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KBIPA),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KBSA)는 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미래융합관에서 'IEO 가이드라인 발표' 행사를 개최했다.

신근영 KBSA 회장은 IEO 가이드라인의 목적이 "현재 암호화폐공개(ICO) 시장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자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ICO 시장은 규제 공백으로 인해 사기, 다단계, 유사수신 등이 걸러지지 않는 문제가 있는데, IEO는 거래소가 토큰 판매 주체가 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든 한번 필터가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거래소가 준용할 IEO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건전한 시장 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1일 고려대학교에서 IEO 가이드라인 공개 행사가 열렸다.

가이드라인은 ▲IEO의 정의 ▲IEO 가이드라인 체크리스트리스트 제시 ▲토큰 판매 권장 한도 구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포함했다.

먼저, 가이드라인은 IEO를 증권시장에서의 IPO공모와 비교해 "IPO가 (증권시장) 상장 직전 주식을 공개 판매하면서 필요 자금을 모으는 행위라면, IEO는 상장 직전 토큰을 공개 세일하면서 토큰을 판매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가이드라인은 IEO 가이드라인 체크리스트를 제시하고 셀프 체크해 홈페이지에 공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체크리스트는 기술, 컴플라이언스, 보안, 구매자 보호, 사업성 총 5개 카테고리의 160여 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각 항목의 응답에 따라 포인트를 스코어링하게 했다. 1000 포인트가 만점이다.

체크리스트 중에서 기술 카테고리에 총 500포인트가 배정됐다. 실제 제품을 출시할 기술력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특히 MVP가 없으면 300 포인트가 깎이도록 했다.

또, 토큰 판매 권장 한도를 설정해 체크리스트에 따라 700포인트 이하를 획득했다면 15억 이하 규모의 토큰만 판매하도록 권장했다. MVP가 없으면 마이너스 300 포인트를 받기 때문에, 사실상 MVP 구현을 15억 이상 토큰 판매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15억을 기준으로 한 이유는 금융위원회가 내년 1월부터 크라우드펀딩으로 15억까지 조달하도록 자본시장법과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MVP를 못 만들면 15억 미만의 자금만 모아서 조직을 갖추는 데 쓰면된다. 이정도 자금이면 스타트업이 MVP만드는 데까지 발전할 수 있다. 더 많은 투자를 받으려면 IPO에 준하는 자격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메시지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블록체인 기업들 사이에선 가이드라인이 요구하는 기준이 너무 높아 초기기업들이 IEO를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크로스체인 정상호 대표는 "IEO는 ICO와 상장 중간에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지금 가이드라인은 너무 상장 기준에 가까운 것 같다"며 "현재 기준으로 초기기업은 IEO를 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우려했다.

또 "ICO의 기본철학은 아이디어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아이디어에 공감하는 사람에게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IEO에도 이런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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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 연구센터장(정보보호 대학원 교수)는 "가이드라인이 너무 엄격하면 실제로 시장에서 받아들여 지지 않을 것이고 또 너무 느슨하면 있으나마나하기 때문에 적절하게 수위를 조절하려 한다"며 "이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피드백을 받아서 수정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IEO 가이드라인은 블록체인 산업을 발전시키고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두가지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정부와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교감은 없었지만 이 가이드라인이 장차 정부의 부담을 덜어 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