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해야”

[스마트시티 전문가를 찾아서⑩] SKT 차인혁 전무

컴퓨팅입력 :2018/10/30 14:47    수정: 2018/11/19 21:43

“스마트시티는 미래 생활 터전의 역할도 있지만, 잘되면 미래 국가 수출 상품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우리에게 부족한 역량을 채워 가야 합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SKT 차인혁 전무는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SKT 테크인사이트그룹장을 맡고 있는 차 전무는 현재 부산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AP(Assistant Planner)를 겸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 내 대내외협력소그룹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SKT 차인혁 전무

■ “우리나라 SW 역량 약해"

차 전무는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대기업의 중요 역할 중 하나로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을 꼽았다. 유수의 기업을 만날 수 있는 대기업의 이점을 활용해, 우리나라에 부족한 역량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산업 역량이 너무 약하다”며 “스마트시티에 필요한 요소 중 하드웨어 부분을 제외하고는 많이 약한 게 사실”이라고 평했다. 이어 “기술을 혼자 다 해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좋은 글로벌 파트너가 있다면 손잡고 가야 하지 않나”라고 제언했다.

차 전무가 생각하는 한국이 부족한 역량은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하이레벨(High-level) 컨설팅 역량이다.

차 전무는 AI, 블록체인 쪽의 역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외국 유력기업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한 스케일링이 가능한 기술 기업이나 대기업이 파트너로서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그 사람들의 기술로만 도배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논의된 건 없지만, 우리나라 블록체인 기업이 그들과 함께 기술을 만든 다음 판권을 공동 소유하거나, 그들의 좋은 기술을 우리가 먼저 쓸 수 있도록 우선권을 받는 방법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보통 같으면 워낙 기술차이가 많이 나 (글로벌 기업이) 협업하려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충분한 기술과 재원이 있는 기업 중에는 유의미한 혁신을 외국 파트너와 함께 기꺼이 실험해보려는 기업도 있다”며 그런 글로벌 기업들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트너십이 필요한 또 하나의 역량은 하이레벨 컨설팅 역량이다. 그가 말하는 하이레벨 컨설팅 역량은 개념 설계 역량 및 총괄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다. 그는 “조선업이 크게 성과를 못 냈던 이유 중 하나도 우리 기업들이 가치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한 개념설계를 담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수출할 때 위에서 선주의 입맛에 맞춰 개념 설계를 바꿔버리면, 밑에서 수주하는 기업은 수익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시티는 우리나라가 도시 설계까지 주도해 수익성을 담보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파트너 사업자가 필요하다는 게 차 전무의 생각이다.

그는 “투자를 반드시 우리 국민의 세금만 가지고 할 필요가 있느냐”라며 “글로벌 투자를 가지고 올 필요가 있고, 투자를 정당화할만한 파트너십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은 국가 단위 스마트시티 진행한 유일한 나라"

그렇다면 해외기업과 협업했을 때, 우리는 어떤 파트너십을 제안해야 할까.

차 전무는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어보자는 제안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문제를 풀어본 사람들한테 어떻게 풀었는지 쉽게 물어보는 식의 태도로는 상대 기업과 대등한 파트너가 되기 어렵다”며 “출발점이 다르더라도, 상대 기업도 아직 풀지 못한 어려운 문제를 같이 풀자고 다가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협업하기에 유리한 조건은 무엇일까.

그는 “한국은 국가적인 단위로 스마트시티를 진행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며 “우리나라는 스마트시티를 국가 시범도시로 진행하기 때문에 거대기업이라 하더라도 한국이라는 나라를 파트너로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답했다. “스마트시티를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나라인 중국은 집단주의적 사회 체제 속성 때문에 파트너로서 같이 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수목적회사(SPC)도 고려했다. “법, 제도 등을 유연하게 할 수만 있다면 SPC를 통해 초거대기업도 일부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PC 규모도 늘리자고 제안했다. “규모가 작아서 대기업은 못 들어가고, 중소기업은 자원 부족으로 들어오기 힘들다”며 “우리나라 브랜드만 갖고 하기보다는 규모를 키워 경험 있는 해외 기업과 함께하면 더 좋은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스마트시티 많이 실패할 것"

차 전무는 한국이 가진 강점으로 인프라와 공공서비스 영역을 꼽았다. “한국이 국가적으로 망 운영을 하다 보니 다른 나라에 비해 인프라 영역에서 많이 앞서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스마트시티 밑단에 들어가는 부품 생산 영역도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망 영역 인프라는 잘하지만,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점에서 대기업의 노력이 필요함을 짚었다. “망만 제공하는 얇은 플랫폼이 아닌, 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을 융복합할 수 있는 두꺼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기업이 갑인 상황이 아닌, 이 플랫폼 위에 올라오는 서비스 프로바이더들에게 고마워하고 과실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할 때 장기적인 기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시범도시라 하더라도 도시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도시와 상호작용하며,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으니 스마트시티 사업을 할 수 있게 기회를 달라고 하는 것보다, 여기서 최대한 길게 버티면서 할 테니 기회를 달라 하는 것이 더 믿음이 간다”며 스마트시티 사업에는 지속적인 투자와 실험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차 전무는“스마트시티가 "많이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스마트시티는 여러 실험을 많이 해봐야 하고, 그 안에는 당연히 실패도 많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가 시범도시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실험공간으로서의 의미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부, 시민, 운영 주체가 이러한 실패를 기다려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시범도시는 오히려 실패를 더 자주 할 수 있는 공간을 허락한 거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과제도 조금 더 자율권을 많이 주는 방식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지금의 과제는 너무 세부적”이라며 “과제를 세부적으로 줄 게 아니라 일을 하는 태도나 역량을 투명하게 검증하고, 그 이후에는 방향성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자율권을 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한국, 혁신하려면 젊은 세대에 기회 줘야”

마지막으로, 차 전무는 스마트시티 사업뿐만 아니라, 한국이 혁신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을 가보면 주요 의사결정자가 매우 젊다”며 “반면, 한국은 젊은 사람들한테 기회가 너무 늦게 온다”고 우려했다. “일이 사람을 만들기 때문에 큰일을 처음부터 할 수 있게 장려하고, 나이 든 사람이 지원해주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가 혁신하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의 책임과 (그들을) 참을성 있게 봐줄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아직은 우리와 같은 4-50대의 기성세대가 그간의 성과들을 향유하려고만 하면 안 된다”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 수 있는 세대를 키울 수 있도록 몸 바쳐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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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의 주요 참여자도 연령이 상대적으로 많다며, 보다 젊은 체제로 바꾸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이 “사회적 마인드와 기술적 변화가 들끓고 있는 시점”이라고 평했다. “예를 들면, 블록체인이란 기술을 통해 데이터 주권이 시민한테 돌아갈 수 있고, 경제시스템도 선진화할 수 있다”며 “국가적인 단위에서 이러한 변화를 절묘하게 잘 조합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