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게 세금 제대로 걷는 길

[이균성 칼럼] 혁명만큼 어려운 구글세

데스크 칼럼입력 :2018/10/24 11:52    수정: 2018/11/16 11:12

#구글 이전에도 큰 글로벌 기업이 많았고, 지금도 구글에 필적할 큰 기업이 다수 있다. 그런데 그 회사 이름을 본 딴 세금은 구글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구글세(Google tax)가 그것이다. 유럽에서는 이 화두가 10여 년 전부터 제기됐고 활발하게 논의돼왔지만 국내에서는 최근에야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는 핫이슈 중 하나다.

#구글세 논의의 핵심은 “돈을 벌고 왜 세금을 안 내느냐”의 문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게 조세 기본원칙일 터인데 구글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보는 관점이다. 우리가 이 문제에 뒤늦게 대처한 까닭은 구글이 국내에서 큰돈을 벌기 시작한 게 얼마 안 됐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인터넷 초창기부터 그랬지만, 한국에서는 모바일과 동영상이 대세가 되고나서부터 이 문제가 부각되었다.

#스마트폰의 활성화로 모바일 앱과 동영상 서비스가 큰 시장을 형성하기 전에 구글은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구글 검색이 세계 시장을 대부분 점령했지만 한국에서는 네이버나 다음에 밀려 힘을 쓰지 못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모바일 OS를 기반으로 앱 장터를 거머쥐면서 IT 관련 대부분의 비즈니스가 구글로 수렴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의 논의는 그러나 아직은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구글코리아 지사장을 증인으로 불러 “한국에서 버는 돈이 얼마냐”고 묻고, “세금은 제대로 내고 있느냐”고 따지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 두 개의 질문에 구글코리아 지사장이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는 실제로 모르고 있다. “나로선 알 수 없다”는 것이 그가 아는 전부인 셈이다.

#그를 ‘바지사장’이라 비난하는 건 이런 현실에 분노한 이의 자유지만 그로서는 어쩔 수 없다. 진짜 모르기 때문에. 물론 그가 모든 걸 모르는 건 아니다. 구글도 쥐꼬리만큼 세금을 내긴 낸다. 그 부분에 대해선 알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구글이 한국에서 연간 4~5조원의 매출을 일으키고, 200억 원 정도의 세금을 내는 것으로 추산한다. 네이버는 매출 4조6785억원에 세금 4231억원이었다.

#문제는 두 가지다. 구글의 한국 매출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게 첫째고, 설사 안다하더라도 네이버 만큼 내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게 둘째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글이 외국기업이기 때문이다. 구글코리아는 상법상 비상장 유한회사다. 비상장 유한회사는 실적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그래도 세금은 내야 한다. 다만 그 세금은 소득에 대한 자발적 신고에 따를 뿐이다. 신고가 불성실하다면 어찌될까.

#정부가 세무조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함부로 할 수 없다. 합리적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다 해도 구글코리아에선 털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합법적으로 소득을 본사로 돌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본사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여야만 한다. 그런데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일까. 불가능하다. 왜? 구글 뿐만 아니라 모든 다국적기업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것이 현재까지의 국제적인 조세 조약이다.

#우리가 구글 본사를 세무조사하려면 먼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국내 수출 기업부터 미국으로부터 자발적 세무조사를 받게 해야 한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수출 기업도 이와 같은 방식을 따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간 매출의 87% 가량을 수출을 통해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그런데 전체 세금의 81% 가량을 한국에 낸다. 외국에서 보기엔 구글처럼 부당한 것일 수 있다.

#현재 국회의 논의는 그러므로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구글로서는 속으로 무지한 자들의 헛소리라고 비아냥거릴 수도 있다. 국내 수출 기업들도 한심하게 바라볼지 모른다. 그렇다고 구글이 꼭 옳은 것은 아니다. 아니 구글에 큰 문제가 있다. 사상 처음(아마도)으로 특정 기업의 이름을 딴 세금이 논의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를 제대로 파헤치는 종합적인 대책과 입법 활동이 필요한 시기다.

#구글과 여타 수출 기업은 다르다. 보통 기업이 돈을 번 나라보다 자신의 국적 나라에 대부분의 세금을 내는 건 자유무역이 대세가 된 이후에 국제적인 조세 원칙으로 자리 잡은 게 아닐까 싶다. 각국 모두 비교우위 기반으로 무역을 할 것이고, 들고나는 걸 따지면 엇비슷할 터이니, 국적 나라에 세금을 내면 다른 나라에서는 감면하는 것으로 합의한 셈이다. 수출이 중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꼼수를 부리는 기업도 있다. 세금을 적게 물리는 나라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소득을 모두 그쪽으로 집중시켜 국적 나라에도 거의 세금을 안 내는 기업 말이다. 이에 대한 논의는 이글의 요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구글의 경우 정상적인 다른 기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두 가지 특질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 두 가지가 과연 세계 인류와 각국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사실상 글로벌 독점 사업자라는 게 첫째다. 각국 입장에서 보면 다른 수출 기업과 달리 주고받는 게 없고 일방적이다.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고 그래서 같이 성장하자는 게 자유무역의 철학일 텐데 구글의 경우 모든 게 구글로 집중될 뿐 자국에서는 얻는 게 없다면 무역에 대한 상호주의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새로운 제도와 규제가 필요하다. 유럽에선 지금 그것을 만들고자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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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플랫폼 사업의 특질이다. 제조업은 글로벌 독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플랫폼은 다르다. 시간이 흐를수록 독점의 경향이 커진다. 플랫폼은 특히 제조업과 달리 참여 기업 덕택에 큰다. 이 과정에서 과실의 배분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 기업이 게임을 만들고 한국인이 구매하는데 그 소득의 대부분은 구글이 가져가고 세금은 안내는 상황이 발생해버리는 거다.

#국회의 질타는 이런 이유로 신발을 신은 채 가려운 발을 긁는 꼴과 같다. 또 국정감사 때만 반짝하고 1년 내내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구글세에 관한 논의는 그러므로 혁명적이어야 한다. 과거엔 없던 일에 대처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소 과격하더라도 획기적인 제도가 필요하다. 이 일은 당연히 한국 정부나 정치인만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연대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