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 입은 네이버, 대박일까 쪽박일까?

[백기자의 e知톡] 사용자 반응 극과 극

인터넷입력 :2018/10/11 17:09    수정: 2018/10/12 16:12

2009년 출시된 네이버 모바일 앱이 완전히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첫 화면부터 파격적인데요, 뉴스 등 기존에 텍스트 중심의 콘텐츠들이 옆 화면으로 밀려나고 녹색의 검색창과 동그란 모양의 터치검색(그린닷) 버튼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사람들이 매일 체크하는 날씨와 같은 생활정보가 하단에 들어가긴 하지만, 사실상 네이버 첫 화면에는 검색 기능만 남는다고 봐야 합니다. 뉴스는 오른쪽 두 번째(뉴스판, 구독방식), 세 번째(뉴스피드, 추천방식) 화면으로 이동합니다. 이번에 새롭게 왼쪽 화면도 신설됐는데요, 네이버 홈 화면을 오른쪽으로 밀면 나타나는 공간(웨스트랩)에는, ‘랩’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커머스(쇼핑) 등 보다 실험적인 콘텐츠들이 하나 둘 채워질 예정입니다.

이를 두고 사용자들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립니다.

“간단하고 시원해 보여서 좋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네이버 본연의 맛과 매력을 잃었다”는 반응도 들립니다. 또 “구글처럼 검색창만 남아 좋다”는 의견도 보이는 반면, “네이버가 구글을 따라하면 잘 되겠냐”, “나이 많은 사람들은 적응하기 어렵겠다”는 다소 회의적인 얘기도 있습니다.

왼쪽 화면에 배치된 커머스 영역을 두고서는 “네이버가 쇼핑 서비스로 제대로 돈을 벌려고 작정했다”라는 비판도 있고, 오른쪽으로 밀어낸 뉴스 콘텐츠에 대해서는 “네이버가 책임 면피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아직 베타 테스트 기간이기 때문에 결론을 내리기 힘든 시점이지만, 서로 상반되는 이용자 반응의 결과가 결론적으로 네이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지는군요.

■ “앱 소비 행태가 바뀌었다” vs "뉴스 콘텐츠 선호도 1위"

이번 네이버 모바일 앱이 새로운 모습을 하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사용자들의 달라진 앱 소비 행태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처럼 사용자들이 관심있어할만 한 콘텐츠를 찾아주고 추천해줄 때 사용자들이 더 편리하게 느끼고, 그 만큼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습관이 자리잡았다는 겁니다. 공급자가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강제적으로 보여주는 시대가 지났다는 거죠. 이 방식은 뭔가 올드해 보인다 이거죠.

그 동안 네이버는 오늘은 어떤 이슈가 떠들썩했는지를 ‘뉴스’와 ‘실시간급상승검색어’ 등을 통해 매일 3천만 명에 달하는 네이버 모바일 방문자에게서 똑같이 보여줬습니다. 이에 사용자는 오늘은 어떤 일들이 화제가 됐는지, 또 누가 결혼하고 스캔들 중심에 섰는지를 손쉽게 파악했습니다. 이에 친구나 직장 동료끼리 “야 너 오늘 이거 뉴스 봤어?” 혹은 “오늘 실검 1위 봤어? 대박”과 같은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는 네이버가 보이지 않은 막강한 권한을 쥐락펴락한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네이버가 전면에 어떤 콘텐츠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여론이 생기기도, 또 가려지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달라지는 네이버 모바일 앱이 정착되면 공통된 이슈를 놓고 대화하거나 논쟁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이 구독하는 언론사도 서로 다를 것이고, 실시간급상승검색어도 첫 화면에서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사용자들이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동일한 뉴스나 콘텐츠를 접하게 되겠지만, 분명한 건 예전보다 네이버를 통해 이슈를 파악하고 공유하는 경우가 줄어드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대신 본인이 관심 있는 콘텐츠들을 보다 많이, 또 깊이 있게 볼 가능성은 커 보입니다.

■ 트래픽 감소 불가피...이용자 설문에서는 뉴스 선호도 높아

네이버와 다음 앱 첫 화면에 만약 하나의 콘텐츠만 노출 된다면, 어떤 콘텐츠가 노출되는 걸 선호하시나요?(지디넷코리아-오픈서베이 조사)

이 같은 현상은 네이버를 찾는 이용자나 트래픽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차지하는 뉴스 콘텐츠 소비가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포털 첫 화면에서 손쉽게 뉴스를 보고 싶어하는 이용자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검색하러 네이버 앱을 실행시켰다가 뉴스나 실시간검색어 등 눈에 띄는 콘텐츠를 클릭하는 경우가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이 녹색소비자연대와 함께 지난 달 조사한 ‘인터넷 뉴스 서비스 관련 소비자 인식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2명만이 개인맞춤형 뉴스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지디넷코리아가 오픈서베이에 의뢰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1.4%는 ‘최신 및 주요뉴스’가 바뀌는 포털 모바일 첫 화면에 노출되는 것이 좋다고 답했습니다. ▲날씨 등 생활정보(18.6%) ▲구글처럼 검색창 하나만(14.6%) ▲스포츠, 책문화, 자동차, 웹툰, 동물 등 취미 관련 콘텐츠(9.6%) 보다 뉴스가 많은 표를 받은 것입니다.

네이버 모바일 오른쪽 세 번째 화면. 개인 맞춤형 뉴스를 보여준다.

두 설문 결과를 놓고 봤을 때 네이버는 반대되는 길을 걷는 것처럼 보입니다. 뉴스 주목도를 낮추고, 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모든 콘텐츠를 개인 맞춤형으로 보여준다는 전략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에 따르면 이번에 새롭게 바뀐 네이버 첫 화면에 대한 내부 평가는 6:4 정도로 부정보다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그리고 이번 개편의 디자인을 총괄한 김승언 디자인설계 총괄은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네이버 홈 화면을 사용하다 보니 이전 버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더라”라는 공통된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 “결국 적응하지 않을까?”

이번에 바뀌는 네이버 모바일 앱에 대한 기자의 개인적인 소감은 “결국 사용자들은 적응하게 될 것 같다”입니다.

처음엔 부자연스럽고 낯설겠지만 네이버에 이미 익숙한 사용자들이 하루 아침에 네이버를 떠나 ‘다음’이나 ‘구글’로 이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는 생각입니다. 약 20년 간 쌓인 네이버의 방대한 데이터와 서비스를 모두 두고, 발길을 끊는다는 게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 검색, 뉴스, 쇼핑 등의 영역이 따로 떨어져 있어 내게 필요한 서비스만 깔끔히 보고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도 새 네이버 모바일 앱의 분명한 강점이기 때문입니다.

“검색이 필요할 땐 첫 화면”, “쇼핑하고 싶을 땐 왼쪽 화면”, “뉴스를 보고 싶을 땐 오른쪽 화면”이란 인식과 습관이 크게 어렵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이미 우리는 '밀어서 잠금해제', '밀어서 전원끄기'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죠. 배달음식 시킬 땐 ‘배달의민족’, 송금할 땐 ‘토스’, 지하철 탈 땐 ‘지하철 앱’ 등 여러 앱을 설치해 놓고 필요에 따라 켜고 끄는 일은 이제 일도 아니죠.

다이얼을 돌려 세탁방식을 선택하는 드럼 세탁기(위), 아이폰의 '밀어서 전원 끄기' 기능.

그린닷이 너무 복잡하다는 반응도 많은데요, 이 역시 낯설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최신식 세탁기나 전자렌지도 다이얼을 돌려서 원하는 기능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저희 부모 세대들도 이 기능을 거뜬히 사용하고 계십니다. 적응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크게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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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연내에 새로워진 모바일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베타 테스트를 통해 이용자 반응을 보고, 적용해 연착륙 시킨다는 방침입니다. 네이버의 과감한 변화와 변신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린닷 실행 화면.

참고로 안드로이드 사용자라면 지금 구글플레이 마켓 내 네이버 앱에 들어가 베타 테스트를 신청한 뒤, 앱 업데이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구 버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네이버 앱 삭제 후 다시 설치하시면 됩니다. 아쉽지만 아이폰 사용자들은 정식 서비스를 기다리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