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가 전자영주권 제도 도입한 이유

칼률라이드 대통령 "디지털 신원인증 공공영역"

컴퓨팅입력 :2018/10/10 16:28    수정: 2018/10/11 10:44

"여권처럼 디지털 신원(ID)도 정부 차원에서 공공 서비스로 제공해야 한다."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은 10일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에스토니아 전자영주권(이레지던시) 제도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에스토니아는 1999년부터 전자 신분증 제도를 제공해 왔다. 법제도를 정비해 2014년부터 모든 국민이 디지털 신원을 보유하도록 한 전자영주권 제도를 운영 중이다.

에스토니아 국민들은 전자영주권 플랫폼이 제공하는 디지털 신원을 이용해 세금납부, 전자투표 등 모든 온라인 공공 서비스와 금융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다.

또, 전자영주권 플랫폼을 적용한 민간 서비스에서도 디지털 신원을 이용할 수 있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에스토니아가 전자영주권을 발급하는 이유에 대해 "디지털 경제 시대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아날로그 세상에서 각종 거래에서 여권 등 신분증 없이 서로를 신뢰할 수 없었다. 디지털 세상에서도 모든 국민이 인터넷 상에서 안전하게 활동하기 위해선 디지털 신원 인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디지털 시대 걸맞는 신분증명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에스토니아는 디지털 국가로 선도적으로 전환하면서, 북유럽 ICT강국으로 떠올랐다.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은 10일 신라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시 제도를 소개했다.

인구는 한국의 2% 수준, 국토 면적은 한국의 절반 수준이지만 유럽연합(EU) 경제자유지수, OECD EU 조세경쟁력, 세계경제포럼 선정 기업가정신, 세계은행 디지털 국가 인덱스 등에서 1위로 선정됐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에스토니아 금융거래의 99%, 세금신고에 95%가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에스토니아 국민들이 전자영주권을 통해 국가 공공 서비스와 국가 데이터에 쉽게 접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디지털 국가 전환 효과에 대해 "에스토니아는 인구 밀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국가 차원에서 도움이되고 국민 모두가 평등하게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관공서나 은행지점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낭비를 줄이면서, 공공 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디지털ID에 있어 민간 기업이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면 안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모든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여권을 쓰는 것 처럼 에스토니아 ID는 (디지털 세상에서) 그러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민간이 있으면 안된다고 본다. 정부차원의 공공서비스로 제공하고 특정 분야에서 발생하는 요구는 민간에서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ID 보안, 정부와 개인이 함께 노력해야"

에스토니아는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개인에게 주는 방식으로 보안성을 높였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줘야 한다"며 "누가 내 정보에 접근했는 지 개인이 확인할 수 있고 자신의 개인 정보를 통제할 수 있게 했다. 또 불법적인 접근이 확인되면 이를 사법적으로 처벌을 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는 디지털ID를 분산화된 데이터 베이스에 저장하고, 모바일 아이디와 칩을 이용한 보안장치를 결합해 보안을 강화했다.

하지만, 모든 보안취약점으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최근 디지털ID 카드 칩 내부에 소프트웨어 결함이 생겨, 문제가 발생한 인증서를 몇 달간 중단한 사고가 발생했다.전자영주권 카드 62%가 이 문제에 영향을 받았고 모두 보안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이번 사고에 대해 "디지털 신분 인증서를 한가지만 사용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시민들에게 인증서를 두개 이상 가지고 있어야 하며 보안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 누구나 에스토니아 영주권 취득 가능"

에스토니아는 자국민뿐 아니라 전세계 누구나 에스토니아 전자영주권을 발급받을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국경을 초월한 디지털 국가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전자영주권은 국적과 장소 관계 없이 전세계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안전한 디지털 신원 증명 시스템이다. 전자영주권자는 디지털 아이디 카드를 사용해 전세계 어디서나 유로존 소속의 법인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는 전자영주권을 도입한 후로 현재까지 167개국에서 약 4만8천명이 전자영주권을 발급받았다. 이 가운데 4천800여 명이 법인을 설립했다.

한국은 에스토니아 전자영주권자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전자영주권 발급 국가 순위 13위로 현재까지 총 1천300명이 전자영주권을 취득했다.

에스토니아는 서울에 전자영주권 수령 센터도 운영해 에스토니아 대사관에 가지 않아도 보다 쉽게 전자영주권을 발급받을 수 있게 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오트 베터 이레지던시 부대표는 “전자영주권 제도는 한국의 우수한 기업들, 특히 스타트업의 창업 생태계를 지원하고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자영주권, 블록체인·암호화폐와 상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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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에스토니아의 전자영주권 시스템이 블록체인을 사용한다거나, 에스토니아 정부가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선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블록체인과 코인이 에스토니아 전자영주권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에 대해선 "경제적 관점에서 거품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제 기반에 대한 정확한 예가 없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