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EO] 실패한 운동선수, IT 성공 스토리

박동현 하이코어 대표 “뒷바퀴 바꾸면 전기자전거”

인터넷입력 :2018/09/20 16:07

말 그대로 청천벽력이었다. 유년기부터 운동만 해온 고교 선수를 급습한 장애. 스포츠 스타는커녕 당장 운신조차 어려웠다. 좋든 싫든 선택권은 공부뿐이었다. 운동으로 쌓은 체력과 끈기는 자신 있었다. 대학에 가면 컴퓨터를 실컷 만지겠다는 꿈으로 버텼던 90년대 초였다. 어느덧 중년이 된 이 학생은 IT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서울 가산동 '하이코어' 본사에서 만난 박동현 대표㊸는 익히 알려진 과거사를 언급하자 손사래만 쳤다. 실패 경험이 워낙 많아 부끄럽다지만 본인 분야에서는 글로벌 유명인사다. 물론, 그에 걸 맞는 파격적 콘텐츠들도 갖췄다. 일반 자전거도 뒷바퀴 '휠'만 바꾸면 전기 자전거가 되는 기술이 그의 핵심 자산이다. 지난 2012년 창업, 약 6년을 연구에 힘썼다.

"하이코어의 주 종목은 디자인과 소프트웨어고, 제품 양산은 OEM 기업에 맡겨요. 고객은 세계 곳곳의 자전거 제조사들과 유통사들이죠. 그들은 지금까지처럼 자전거들 만들거나 팔되, 뒷바퀴에 저희 휠을 탑재하면서 전기자전거 시장에 자동 진출하는 셈입니다."

정확한 제품명은 '하이코어 T1(HyCore Trispoke Version1)'. 스포크(살대) 3개로 이뤄진 외양이 단순해 보이지만, 내부는 첨단 기술 집약체다. 6kg 무게 안에 배터리와 듀얼모터, 각종 센서, 소프트웨어 등을 품었다.

직접 체험기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페달을 밟으면 속도가 빠르게 올라가는 데, 오르막에서도 다리의 부담은 평지와 비슷하다. 듀얼 모터는 각각 힘과 속도를 맡아 구동한다. 첫출발에서는 추진력, 본격 주행이 이어지면 속도를 올려가는 구조다. 모터의 표현이 '듀얼'이지만 독립 구성이기에 저항 발생이 없다. 전문 용어로는 병렬 합성 기술이다.

이 모터는 자전거가 어느 정도 빨라지면 자동으로 멈춘다. 기술적으로는 시속 40km 넘게 가능하지만, 각국 법률에 맞춰 제한선을 설정했다. 한번 충전 시 주행 거리는 40~50km. 배터리가 밖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일반 전기 자전거와는 디자인의 급도 다르다.

모터를 내장한 휠 자체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유럽에는 경쟁 제품도 여럿이다. 단, 박 대표가 이들과의 차별점으로 내세운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의 요소가 승부수로 적중했다.

"심미성은 물론 호환성을 중점 과제로 삼아 수 없이 디자인을 깎아냈어요. 이 결과 휠 크기 20인치 이상의 모든 자전거에 탑재 가능한 결과가 나왔죠. 시중 자전거의 90% 이상과 호환된다는 뜻입니다. 이건 저희가 세계 최초예요. 소프트웨어는 빅데이터 기반의 사후관리가 해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사용자가 입력한 체중과 성별에 제품이 모은 지형 정보를 결합, 일종의 펌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합니다. 사용자가 편하도록 모터의 움직임을 펌웨어로 조정할 수 있죠."

승부의 가속페달은 이제부터 밟는다. 그간의 이슈는 전시회와 바이어 중심이었고, 실제 판매 제품은 이달부터 나왔다. 이미 해외 기업들과 계약 맺어진 '초기' 납품 물량만 2만대에 달한다. 미국과 영국, 독일, 스페인 등 고객사 국적까지 다양하다. 미국에는 지사, 독일에는 물류거점을 세웠다. 본사 직원 10여명의 소규모로 이룬 결과여서 더욱 주목된다. '카페24'로 운영 중인 기술소개 사이트도 해외를 겨냥했다.

요즘은 유명세가 생기니 까칠한 질문도 많이 받는다고. 대표적으로 "중국에서 곧 복제할 터, 회사가 오래가겠냐?" 식의 지적인데 박 대표는 "할 테면 해봐라"라고 받아친다. 역시나 믿는 구석이 있다. 투자자들과도 누차 공유하는 대목이다.

"실력 있으면 베껴보라고 하세요. 배터리로 모터는 돌리겠지만 그 조정은 전혀 다른 얘기예요. 모터 구동은 소프트웨어에서 어떤 위상신호가 나오느냐에 따라 수 없이 세분화됩니다. 결국 소프트웨어의 힘이고, 이를 갖춘 기업이 세계에 몇 없죠. 저희 직원들이 수많은 실패에서 얻어낸 과실이기에 공개 안 할겁니다. 인생을 걸고 작은 기업에 합류한 직원들이 너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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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미, 실패 경험을 묻자 "여전히 두렵다"는 말이 자동처럼 나왔다. 20대 초반부터 수 차례 창업하면서 격은 시련들이 다양하기도. 서른 즈음에 PC방 아르바이트로 기저귀 값을 벌던 그였다. 다행히 이런저런 기회를 잡고, 하이코어를 열기 전에는 한양대학교 기술지주회사 전략사업팀장으로 일했다.

"고생하면서 사람과 철학의 소중함을 뼈에 각인하게 됐어요. 테슬라처럼 우주를 향하는 꿈이 위대하지만 저에겐 사람 한 명도 우주로 여겨집니다. 넓게 보면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만들겠다는 저희 제품도 이런 생각에 닿아있어요. 저처럼 거구의 장애인도 자전거로 쉽게 언덕을 오른다면 혁신 아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