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중국 '세계의 연구실'로 변신

글로벌 인공지능 R&D 허브로 거듭나고 있어

인터넷입력 :2018/09/19 08:19    수정: 2018/09/20 09:50

중국이 세계 인공지능(AI) R&D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의 공장' 타이틀을 벗고 '세계의 연구실'을 향하는 대륙의 열기가 인공지능으로 더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미국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퀄컴 등 소프트웨어 및 반도체 공룡들이 모두 중국에 인공지능 키워드의 R&D 거점을 마련했다.

중국의 'R&D 인재'와 '거대한 시장', '현지 기업의 기술' 이라는 삼각편대가 갖춰지면서 세계 기업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형식은 다양하다. 중국 대학 혹은 기업과 손잡는 모델부터 직접 연구소를 차리는 시도까지 이어진다. 트럼프의 '리쇼어링' 압박과 미중 무역마찰 심화 속에서도 R&D 진출은 오히려 가속도를 내는 현상도 보였다.

'생산거점' 보다 'R&D 거점'으로서 가치를 갖게 된 중국의 변신에 관심이 모인다.

■세계 인터넷 공룡들의 R&D 거점 속속

올해를 기점으로 구글에 이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퀄컴이 동시에 중국 인공지능 R&D 거점을 마련하거나 확장했다.

구글의 인공지능 R&D 센터인 'AI중국센터'가 지난해 12월 베이징에 대단위 사무실을 얻어 착륙한 이래 지난달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브랜드 웨이모가 상하이에 '훼이모(慧摩)비즈니스컨설팅'이란 회사명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지난 17일 아마존 산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상하이에 'AWS 인공지능 연구원'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AWS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짓는 첫번째 인공지능 연구원이다. 중국어를 중심으로 다언어 자연어처리 연구를 강화하고 오픈소스 딥러닝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중국 기업 고객을 위한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을 지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같은날 '마이크로소프트아시아연구원(상하이)', '마이크로소프트-이네사(INESA) 인공지능혁신원' 설립을 발표했다. 이네사는 중국 사물인터넷(IoT) 전문 기업이다. 두 연구원 모두 인공지능 분야에 주력한다.

인텔은 18일 난징대학과 '인공지능 연합연구센터(IPCC)' 설립을 발표했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주력하면서 인재 배양과 생태계 구축을 위해 손잡는다.

퀄컴은 올해만 잇따라 두번의 중국 R&D 센터 설립을 발표했다. 지난 5월 중국 베이징에 AI 연구센터인 '퀄컴 AI 리서치(Qualcomm AI Research)' 설립을 발표했으며 이어 지난 7월 ‘난징 소프트웨어밸리-퀄컴 중국 공동혁신센터’ 운영에 돌입했다. 역시 인공지능과 AR·VR 등 차세대 기술에 중점을 뒀다. 퀄컴이 중국 지방정부와 공동으로 R&D 기지를 설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MW와 지멘스, SAP 등 유럽 기업도 중국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등 시장 투자를 강화하면서 R&D를 포함한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머신러닝과 자연어처리 및 얼굴인식 등을 포함한 인공지능 기술 R&D에 중점을 두고 있다.

중국 인공지능 R&D 거점화 가속 (사진=바이예왕)

■ 인재-시장-기술 '삼각편대' 갖춘 중국 시장

이처럼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중국 시장에 인공지능 분야 R&D 거점을 마련하는 데는 세 가지 요소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첫번째는 인재다. 최근 중국 인터넷 기업의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 기술 개발, 학교와 정부의 인공지능 인재 육성 의지가 더해지면서 대학가와 기업에서 관련 인재가 빠르게 육성되고 있다. 실제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중국이 AI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를 보유했다는 점을 베이징에 AI 센터 설립의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들었다.

구글뿐 아니라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역시 중국 현지 인력을 대거 채용하겠다고 밝혀 직접적으로 인재 흡수 의지를 드러냈다. 인텔과 손잡은 난징대학은 중국에서 최초로 인공지능단과대를 설립해 인재 육성의 요람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이달 중국 상하이에서 MIT 등이 참여한 '글로벌 대학 인공지능 학술 연맹'이 탄생한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두번째는 중국 인공지능 시장이 가진 잠재력이다. 중국에서 인공지능 스피커와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홈 등을 필두로 시장이 개화하고 있지만 관련 음성 서비스 등을 위해 현지화가 필수적이다. 우선 영어 이외 '중국어' 연구가 필요하다.

AWS의 인공지능 연구원이 중국어 기반 연구에 중점을 두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며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이 점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기업과 협력하기에도 거점이 필요하다.

중국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이미 7조원에 육박한다. 칭화대학과기정책연구센터와 칭화대학공공경영단과대 정부문헌센터가 발표한 '중국 인공지능 발전 보고서 2018'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올해 중국 인공지능 시장의 성장률은 75%에 이른다. 올해 시장 규모는 414억 위안(약 6조951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세번째는 기술력이다. 중국 인공지능 기업 수는 이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부터 빠른 속도로 늘어나 올해 6월 기준 이미 1천11개에 이르는 것으로 중국 정부는 집계했다. 얼굴인식, 음성인식, 자연어처리와 인공지능 반도체 등에 걸쳐 아이플라이텍, 센스타임, 클라우드워크, 캠브리콘, 디파이테크 등 유니콘 기업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퀄컴도 AI 연구소 설립을 위해 난징 소재 중국 기업 니비루(Nibiru)와 손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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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 화웨이, 비보(vivo), 오포(OPPO) 등 중국 공룡 기업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예컨대 알리바바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사용해 인공지능을 결합한 혼합현실(MR) 쇼핑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알리바바가 기술과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결합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징둥의 경우 이미 미국 구글의 투자를 받아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인공지능 기술 개발 지원 및 투자 정책도 디딤돌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