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업계가 먼저 자율 규제 제안해야"

[블록체인서울2018] 스위스 크립토밸리협회 세실리아 위원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8/09/18 22:46    수정: 2018/09/19 08:41

특별취재팀 기자

스위스 크립토밸리(Crypto valley) 성공모델은 변화 의지를 품은 정부 관료, 블록체인 산업에 참여하려는 민간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활동, 규제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당국의 합리적 대응이 맞물려 작동하고 있다.

한국의 크립토밸리를 원하는 사업자들이라면 자율규제 체계를 적극 제안하고, 자정활동과 정부와 규제당국을 설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스위스 '크립토밸리협회(CVA)' 소속 전문가 세실리아 뮐러 첸 위원의 견해다.

CVA는 스위스에서 금융감독청(FINMA)과 함께 블록체인 산업계의 암호화폐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ICO)이 산업진흥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당국과 협력한다. 뮐러 첸 위원은 과거 취리히 중국건설은행 최고준법책임자, 독일 도이체뵈르제 스톡스의 수석규제책임자 등에서 일했다. 현재 스위스 CVA의 규제 및 정책 작업반(Regulatory & Policy Working Group) 멤버로 참여 중인 블록체인 분야 준법 전문가다.

FINMA는 지난해 토큰의 유형을 3가지로 분류해 기존 규제의 틀 안에 ICO를 포섭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이로써 스위스에서 활성화되고 있던 ICO를 법적으로 허용했다. CVA는 자체적으로 ICO 코드 오브 컨덕트(Code of Conduct)를 마련했는데, 이는 우리말로는 'ICO 행동강령'쯤 되는 표현으로 일종의 자율규제를 뜻한다. 이 ICO 코드 오브 컨덕트의 주 작성자가 바로 뮐러 첸 위원이다.

뮐러 첸 위원은 18일 서울 코엑스 블록체인서울2018 컨퍼런스 현장에서 크립토밸리의 대명사로 통하는 스위스의 강점을 '개방적인 정부, 공무원의 변화 의지'를 꼽았다. 직후 뮐러 첸 위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뮐러 첸 위원에게 그가 컨퍼런스 강연을 통해 강조한 자율규제의 필요성, 법적 구속력, 보수적인 한국 규제당국의 인식,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블록체인 생태계 참여자들에게 줄 수 있는 조언 등을 구했다.

스위스 크립토밸리협회 세실리아 뮐러 첸 위원

다음은 세실리아 뮐러 첸 위원과의 1문 1답이다.

-크립토네이션이 되기 위한 국가의 조건 중 하나로 자율규제를 강조한 이유는

"정부가 하나의 규제를 만드는 덴 많은 시간이 걸린다. 2~3년이 걸릴 수도 있다. 불확실성의 시간이다. 민간에 최대한 확실성을 전달하는데 코드 오브 컨덕트(Code of Conduct, 행동강령)가 큰 역할을 한다. 코드 오브 컨덕트는 불확실성을 없애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당장이 아니라도 미래에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다.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줄일 수 있다."

-한국에서 자율규제는 구속력 없는 민간의 행동강령에 불과한데, 스위스에선 다른가

"스위스는 40년에 걸친 자율규제 역사를 갖고 있다. 법적 구속력을 갖는 자율규제가 있고, 그렇지 않은 자율규제가 있다. CVA의 자율규제도 아직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앞으로 생길 것이다.

예를 들어 보겠다. 과거 최고준법책임자(Chief Compliance Officer)로 일할 때 자금세탁방지(AML)법 관련해 스위스 은행협회와 함께 일했다. 이는 그들의 실사(due diligence)관련 코드 오브 컨덕트를 따라 진행됐다. 우리가 일하는 것을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이 지켜봤다. 코드 오브 컨덕트를 통해 일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감사를 진행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자율규제의 법적 강제성 유무, 코드 오브 컨덕트의 구속력은 지역마다 다른 것 같다.

한국에 강제성이 없다고 했는데, 그처럼 스위스에서도 강제성이 없다가 생긴 코드 오브 컨덕트가 있다. 미국에는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라는 자율규제기관이 존재한다. 현지 증권사 영업행위에 대한 자율규제를 행한다. 나는 스위스 은행 'DISS' 그리고 중앙은행과 함께 일할 때 적용한 코드 오브 컨덕트는 사실상 강제성이 없는(voluntary) 규정이었다."

-크립토네이션으로 가는 길에 공무원들의 변화에 대한 의지도 중요하다 했는데, 한국에 그게 없으면 국내 사업자들은 그저 추크(Zug)로 가야 되나

"물론 한국사업자들이 모두 스위스로 오겠다고 하면, 스위스 입장엔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지속가능한 모델은 아닌 것 같다. 정부 역할이 중요하고, 교육도 중요하다. 그 과정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언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발표 후 이어진 행사 일정 중) 민관협약에 대해서도 많이 얘기했다. 옆자리에 앉았던 여성 의원(자유한국당 송희경 국회의원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과도 얘기했다. 그는 앞으로 활발히 활동할 계획이며 혁신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런 정치인들과 여러분(언론)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모두가 하나의 '운동(movement)'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정부에 자율규제안을 제시하고 다양한 전략을 내놓아라 요청할 수 있다. (이해가 부족한 이들을 대상으로) 그와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할 수도 있다. 자율규제안은 정부, 공직자뿐아니라 업계 여러분들이 비즈니스를 하려면 시장의 원칙을 제대로 확립하고 따르라는 내용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상황이 어떤진 모르겠다. 하지만 ICO를 한다면서 사기, 그런 공정하지 않은 활동이 발생할 것 같다면, 그런 업체를 없애달라, 요청해야 한다. 사기성 짙은 행위가 보인다면 그걸 신고하고 없애려 노력하고, 업계 전반의 청렴성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에서 비중이 큰 블록체인관련 사업 유형은 암호화폐거래소 운영인데, 스위스에서도 비슷한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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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전통적으로 기존 금융업 은행과 보험상품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위스 인구구조는 고령화돼 있고, 전체 인구가 800만명 규모에 불과해 한국의 서울이라는 도시 인구 수준이다.

아시아권, 특히 한국에선 새로운 금융 서비스로 암호화폐를 받아들이고 거래하는 것 같고, 그래서 한국에 암호화폐 수요자들이 더 많지 않을까 짐작한다. 한국에서 암호화폐거래소 운영과 이용이 활발하다는 건 인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한국에 평균적으로 더 젊고 스위스보다 개방적인 세대 인구가 많아서 암호화폐거래가 활발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