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확산? 만능 아니란 점 인식해야"

[블록체인서울2018] 전문가 7인 미래 전망

컴퓨팅입력 :2018/09/18 08:40    수정: 2018/09/18 20:28

특별취재팀 기자

"실생활에 쓰이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빨리 내놔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기술'로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 이제 1년 가까이 되지만, 아직 대중이 체감할 만한 서비스는 하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지 않으면, 블록체인 산업 전체에 암흑기가 올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실생활에 쓰일 블록체인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까?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블록체인 서울 2018' 행사에선 이같은 주제를 가지고, 주요 차세대 플랫폼 블록체인 개발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승환 피어닷컴 창립자 사회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는 ▲최예준 보스코인 대표 ▲박승호 플레타 대표 ▲캐슬린 브레이트만 테조스 대표 ▲준 리 온톨로지 대표 ▲지미 정 IOST 대표 ▲돈 송 오아시스 대표가 참여했다.

이들은 해법을 찾으려면 "우선 블록체인이 만능 기술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내려놓고 현실적으로 효용을 볼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이밖에도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전망,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근본적인 가치, 리버스 ICO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블록체인 서울 2018에서 블록체인 전문가 7명이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승환 피어닷컴 창립자, 최예준 보스코인 대표, 박성호 플레타 대표, 캐슬린 브레이트만 테조스 대표, 준 리 온톨로지 대표, 지미 정 IOST 대표, 돈 송 오아시스 대표

암호화폐 시장은 암흑기?..."아직 실망하지 말라"

한승환 피어닷컴 창립자(이하 사회): 현재 암호화폐 시장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캐슬린 브레이트만 테조스 대표(이하 브레이트만 대표): 시장 상황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지 않지만, 이 사업을 해오면서 시장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일은 항상 많이 봤다. 이런 일은 너무 빈번하다.

준 리 온톨로지 대표(이하 리 대표): 현재 시장 상황은 겨울이 오고 있는 게 맞다. 많은 프로젝트가 없어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톱 레벨 프로젝트는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고, 시장 마케팅도 활발하다. 시장이 곧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미 정 IOST 대표(이하 정 대표): 다시 한번 호황이 올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데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많은 정부가 규제를 제거하고 있다. 또, 새로운 암호화폐가 많이 등장하면서 곧 실생활에 채택되는 사례가 등장할 것으로 본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의 확장성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실제 사용 사례가 나오고 대중적으로 채택되어야 한다고 본다.

최예준 보스코인 대표(이하 최 대표): 기본적으로 새로운 산업이 성숙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새로운 개념이 나오고 기술이 수용되고 일반화되는 게 일반적인 순서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좀 급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 시장에서 밸류 형성이 빨랐기 때문에 실사용 서비스도 빨리 나오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송금은 이제 조금 성숙기에 와 있다고 본다. 기존 은행 스위프트망를 대체하는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실제 시장에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 개념은 등장한지 2~3년 밖에 안됐다. 이 부분도 동일하게 시간이 지나면 경쟁력 있는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박승호 플레타 대표(이하 박 대표): 코인이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 실제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공급과 수요 유동물량에 따라 가치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코인이 쓰일 곳이 명확해야 하고, 코인이 어느 정도 가치 있는지 평가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블록체인 실사용사례 늘려면?..."만능 기술 아니라는 점 먼저 인식해야"

사회: 블록체인 산업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또 실제 사용사례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사용사례가 나와야 할까. 모범적인 접근 방법에 대한 예시를 들어줄 수 있나?

브레이트만 대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등장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기 때문에, 성장 기회는 더 많은 것이라고 본다. 온라인 게임, 보안, 법, 은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리 대표: 새로운 프로세스 만들고 새로운 시나리오 만들려면 결국엔 소셜네트워크(SNS), 금융, 경제 디자인이 하나의 메카니즘 안에 녹아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큰 범위를 다 감싸는 인프라가 나오게 될 것이고, 그 안에 명성 시스템도 구체화될 것으로 본다.

정 대표: 실제 사용사례가 많지 않다. 이런 문제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얘기해 보면 대부분의 사용사례가 보안, 금융 등 특정 부분에 집중돼 있다.

블록체인이 멋진 기술이고 유용한 기술이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 사용해 본 사람은 없는 게 현재 상황이다. 블록체인이 우리에게 가져다 줄 혜택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기업, 개인이 블록체인의 혜택을 누릴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

박 대표: (더 많은 사용사례가 나오려면) 투자와 비즈니스 사용자가 함께 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스팀잇(블록체인 기반 블로깅 서비스)이 광고를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광고주에게 스팀달러로 광고 집행비를 내게 하자는 얘기다. 그러면 광고주가 토큰 보유자(홀더)가 된다. 투자자와 비즈니스 사용자가 함께 늘어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비즈니스 홀더가 얼마나 많으냐가 그 코인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 대표: 블록체인에 대한 과한 기대치가 존재한다. 블록체인이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기술이긴 하지만, 동일한 동일한 기능을 하는 기존(레거시) 시스템보다 더 비싼 시스템이다. 글로벌 합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을 쓰는 서비스에는 비용을 감수해야 할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합당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그 모델을 발굴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만능이 아니라) 제공할 수 있는 혜택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지금은 모호한 면이 있는데, 이런 얘기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리버스ICO는 블록체인 대중화를 이끌까?..."혜택 명확해야·아직은 실험단계"

사회: 최근 리버스ICO(기존 사업에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적용해 새로운 사업으로 추진하는 일)가 많다. 대형 기업들이 기존 사용자와 블록체인을 연결하면, 블록체인 대중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나.

최 대표: 어느 부분까지 블록체인에 연결할지가 문제가. 리버스ICO는 블록체인에 올리기 쉬운 부분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떤 부분을 블록체인으로 변경했을 때 고객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박 대표: 리버스 ICO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존 서비스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리버스 ICO 많이 했으면 좋겠다.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돈 송 오아시스 대표(이하 송 대표): 이 분야는 새로운 분야다. 블록체인도 실험적인 단계다. 아직 무엇이 최고의 사용사례가 될지 알기 어렵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알아가는 과정 같다. 이런 식으로 점진적으로 발전할 것 같다.

블록체인, 근본적 가치는 뭘까..."신뢰의 인프라·글로벌 협업 플랫폼"

사회: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은 느리고 비싸고, 복잡하다고 얘기한다. 또 검열 저항성에 있어서도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리 대표: 성능 차이를 보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앙화된 시스템이 어떤 영역에선 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장점은 신뢰에 있다. 신뢰가 결국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게 만드는 동인이 될 것이다. 작은 기업도 블록체인으로 기술력이 증명되면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협력 방식을 제시할 수 있다. 신뢰의 인프라로서 더 많이 보급될 것이라고 본다.

지금 구글이나 텐센트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각자 폐쇄적으로 운영하고있다. 하지만 나중에 (블록체인으로 가능해질) 새로운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다. 신뢰만 확보 된다면, 개인과 개인(P2P), 개인과 기업(P2C)이 협력 가능해 진다. 블록체인이 신뢰를 확보하는 인프라가 될 것이다.

최 대표: 블록체인은 대규모의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술이다. 단, 얼마나 큰 규모의 협업을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어떤 일을 하는데 대규모 협동이 필요하고, 이걸 끌어내는데 기존 레거사 시스템보다 얼마나 저렴하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협업 비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라는 관점에서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먼저 일어날 것으로 본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이 SNS를 잘 제공하고 있는데, 이 가치를 탈중앙화된 시스템이 더 싸게 제공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근본적인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이 부분이 충족됐을 때 기술적으로 사용할 매력이 발생한다고 본다.

구글·애플 같은 블록체인 플랫폼 나올까?..."분야별 독과점 블록체인 나올 가능성"

사회: 물류, 결제, 배달, 보안 등 각 산업 마다 별도의 지배적인 블록체인 플랫폼이 나올까.

최 대표: 확장성에 대한 많은 얘기가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한 블록체인에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는 솔루션은 없다. 기술적 한계로 봤을 때 각 산업 분야(도메인) 마다 전문적인 블록체인이 나올 수 밖에 없고, 각 블록체인이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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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류의 전문 블록체인이 나오고 장기적으로 비슷한 것들이 합쳐질 수 있을 것 같다. 도메인 별로 독점이나 과점이 일어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본다.

브레이트만 대표: 블록체인 마다 역할, 목표, 속성, 스마트 컨트랙트, 언어가 다 다르다. 목표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어떤 블록체인 컨소시엄 하나가 전체를 다 주도할 수 있다는 얘기는 과장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