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대 아이폰…애플, 왜 세게 질렀나

"고급 이미지가 중요"…5C 실패서 교훈 얻은 듯

홈&모바일입력 :2018/09/14 16:39    수정: 2018/09/14 17:2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은 지난 해 아이폰X을 내놓으면서 프리미엄 전략을 강하게 밀어부쳤다. 아이폰X은 시작 가격 999달러로 애플 최초로 ’1천 달러 시대’를 연 제품이다.

그런데 올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후속 모델인 XS는 아이폰X와 마찬가지로 시작 가격 999달러다.

하지만 프리미엄 모델인 아이폰XS 맥스 판매 가격은 1천99~1천449달러에 이른다. XS 맥스 512GB 모델은 환율을 비롯한 각종 조검을 감안할 경우 촐고가 200만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제품 라인업. 최근 몇 년 사이에 조금씩 상승하던 아이폰 가격이 어느 새 200만원대에 육박하게 됐다. (사진=애플)

LCD를 장착한 중저가 모델 아이폰XR도 마찬가지다. 아이폰XR 출고가는 749∼899달러로 지난 해 보급형인 아이폰8(699∼849달러)보다 50달러 가량 더 비싸다.

미국 씨넷이 “아이폰 새 제품의 두드러진 특징은 향상된 카메라나 새로운 디자인이 아니라 더 높아진 가격표다”고 꼬집었을 정도다.

씨넷은 아예 “아이폰XS, XS맥스, XR이 소비자들의 지불 능력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이렇게 높은 가격 정책을 고수하는 걸까?

애플 출신인 벤 톰슨이 운영하는 스트래태처리는 애플이 2013년 아이폰5C 이후 여러 경험을 통해 저가 전략보다는 고급 전략이 더 통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보급형 시장 겨냥한 아이폰5C 실패에서 교훈 얻은 듯

그 첫 계기가 된 제품이 아이폰5C였다. 애플은 2013년 저가 모델인 아이폰5C를 내놓으면서 신흥 시장 등으로 세력 확대를 꾀했다.

그 무렵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진출 만 5년을 넘기면서 조금씩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안드로이드 진영이 무서운 공세를 펼치면서 저가 시장에서 설 땅을 잃고 있었다. 반면 하이엔드 시장은 포화 상태에 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애플이 선택한 것인 저가모델인 아이폰5C였다. 아이폰5C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위해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5 대체 제품이었다.

하지만 플라스틱 케이스를 사용했던 아이폰5C는 보기 좋게 실패했다.

(사진=스트래태처리)

실패 이유는 간단했다. 애플 고객들은 최고 제품만을 원한다는 것. 따라서 올해 출시된 최고 제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고객들은 저가 모델 대신 지난 해 출시된 최고 모델을 싼값으로 구매하는 쪽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스트래태처리가 분석했다.

애플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교훈 1] 애플은 싸구려 시장으론 가지 않는다. 고객들도 그걸 원치 않는다.

애플의 지난 해 제품 전략은 아이폰5C 때와는 완전히 반대였다. 아예 고급 제품인 아이폰X을 내놨다.

원래 제품 출시 순서대로라면 아이폰8이 나올 차례였다. 하지만 애플은 ‘스마트폰의 미래’란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아이폰X을 내놨다.

대신 기존 모델인 아이폰8이 상대적인 보급형 제품이 됐다. 다만 아이폰5C 때와 다른 점은 아이폰8 역시 프리미엄 제품 모양을 그대로 갖췄단 점이다.

이 전략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아이폰X은 충성 고객들의 지갑에서 더 많은 돈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교훈2] 애플 충성 고객에겐 가격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아이폰5C와 아이폰X를 보면 애플이 아이폰XR의 적용한 전략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다고 스트래태처리가 분석했다.

■ 올해는 보급형 모델의 고급스런 이미지에 더 신경

올해 보급형 제품인 아이폰XR은 X나 XR에 장착된 스테인레스 엣지를 사용하진 않았다. 하지만 아이폰5C처럼 플라스틱으로 덮어 씌우지도 않았다.

대신 하이엔드 제품 냄새가 나는 유리 엣지를 사용했다. 또 옆부분은 알루미늄으로 처리해 고급 분위기를 풍겼다.

여기서 애플의 또 다른 전략이 숨어 있다. 케이스를 씌울 경우엔 앞부분은 똑 같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케이스를 씌우는 점을 감안하면 보급형 답지 않은 보급형 모델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 애를 쓴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다.

두 번째는 화면 크기다. 아이폰XR은 6.1인치로 XS(5.8인치)와 XS맥스(6.5인치) 중간 크기다.

애플이 올해 최저가 모델 화면 크기를 6.1인치로 한 것은 2020년 이후를 감안한 전략적 선택일 가능성이 많다고 스트래태처리가 분석했다.

아이폰XR의 색상은 6개로 제공된다. (사진=씨넷)

마지막으로 XR은 A12 칩과 와이드 앵글 카메라, 페이스ID 같은 고급 기능을 전부 탑재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아이폰XR이 이렇게 뛰어난 성능을 갖췄다면 굳이 250달러나 더 주고 아이폰XS를 살 이유는 없지 않을까?

이에 대해 스트래태처리는 “애플 충성 고객은 최고급 모델을 구매하기 위해선 가격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카니발 현상은 심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오히려 아이폰XR이 지난 해 보급 모델인 아이폰8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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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애플이 2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 전략을 고수할 수 있는 건 아이폰5C와 아이폰X을 통해 확인한 아이폰 고객들의 성향을 확실히 이용하는 것이란 게 스트래태처리의 분석이다.

가격을 좀 비싸게 매기더라도 충성 고객들은 최고급 모델을 구매하는 데 크게 꺼리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다. 오히려 가격을 조금 올리더라도 상대적으로 보급형 모델을 좀 더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게 시장에서 통할 것이란 판단을 근거로 한 제품 전략이란 얘기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