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망중립성 정책기조 유지하며 시장 주시"

5G 도입 앞두고 완화 필요성 제기...CP는 결사반대

방송/통신입력 :2018/09/07 15:12    수정: 2018/09/07 15:13

김민선, 김윤희 기자

5G 시대를 앞두고 통신 인프라, 서비스 경쟁력 확보를 위한 망중립성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정부는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5G 상용화 이후 산업 환경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히며 향후 정책 수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7일 이종걸 의원실이 주최한 '5G 시대의 망중립성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세미나 토론에서 김정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 곽진희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이같은 의견을 내놨다.

다만 토론에 참여한 통신업계와 인터넷 업계는 망중립성 완화 필요성을 두고 각각 긍정, 부정하는 입장으로 갈려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망중립성 완화? "늦으면 5G 경쟁력 상실"vs"통신사에 기울어진 운동장 될 수도"

스타트업 업계를 대표해 토론에 참가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현재 통신 3사의 영향력이 막대한 상황에서 망에 대한 접속성이나 품질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게 되면 완벽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클라우드페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국내 CP들이 지불하고 있는 망 사용료는 글로벌 수준은 물론 아시아 평균 대비 2~2.5배 높았다. 같은 기간 CP가 통신사에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네이버 734억원, 카카오 200~300억원, 아프리카TV 150억원 등으로 추정된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사무총장은 “망중립성 가치를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하는 건 가능하다고 본다”며 “주파수 할당이나 중복 투자를 줄이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민호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신사가 망 시설 구축 시 CP에게 비용 분담을 요구할 정도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류민호 교수는 “국내 통신사들의 망 구축 비용에 대한 자료를 봤더니 이는 (전체 비용의) 13~16%로 유지됐고, 4G 망을 처음에 깔 때는 1~2년 증가하기는 했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하락하는 추세가 유지됐다”고 밝혔다.

반면 류용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팀장은 "트래픽의 폭발적 증가로 인한 네트워크 안정성 문제, 투자와 수익의 불균형으로 인한 투자 위축, 생태계 왜곡 등으로 망중립성이 담고 있는 기계적 동등 대우, 비차별 등에 대한 변화 필요성이 제기된다"며 "미국과 유럽은 이미 정책 변경을 통해 ISP의 투자 촉진을 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적시 투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류용 팀장은 "과거 유럽은 2G 기술을 통해 글로벌 통신 시장을 선도했지만, 4G 전환기에 정책적 투자 유인이 미비해 투자 타이밍을 놓쳐 현재 통신시장 주도권을 상실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류 팀장은 "자율주행, 원격의료, 생체정보 IoT 등 5G 시대 통신 서비스는 서비스마다 요구되는 통신 품질이 크게 차이가 나 일반 네트워크로 모든 통신조건을 충족하긴 어렵다"며 "서비스별 요구되는 망 품질이 다르고 이에 소요되는 비용도 차이가 나는데, 현재 망 차등을 제한하는 정책을 유지할 경우 네트워크 서비스 단가를 동일하게 책정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수 강원대 교수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 폐지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대형 CP들이 자사 비즈니스에 네트워크라는 자원을 이용하고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아 ISP의 투자 부담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라며 "망중립성 정책이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과기정통부 "정책 기조는 유지"...방통위, 연말 망중립성 정책 보고서 발간

각계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정부는 현 시점에서의 정책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정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5G 시대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망중립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속 관심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 망 중립성 정책 기조는 유지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정렬 과장은 "통신사들과 원격의료, 자율주행차 등 신규 서비스에 대한 트래픽 처리 등에 대해 몇 차례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며 "ISP, 대형 CP, 스타트업, 이용자 등 생태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감안해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와 의견을 나누며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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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희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망중립성 정책 방향을 협의하기 위해 각 사업자와 시민단체, 학계 등이 참여한 인터넷상생협의회를 지난 2월 출범시킨 바 있다"며 "협의회에서는 망중립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일부 CP 주장, 5G 시대 신규 서비스에 대한 망중립성 제도 적용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ISP의 불만, 트래픽 관리 측면에서의 정보 공개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 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곽진희 과장은 "연말께 전체적인 내용을 담은 정책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라며 "사후규제기관인 방통위와 사전규제기관인 과기정통부가 관련 부분에 대해 협력해 접근할 것"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