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 시범도시 향후 4개월이 성패 좌우"

황종성 부산 에코델타시티 MP 인터뷰

일반입력 :2018/09/05 16:44    수정: 2018/09/05 19:32

“앞으로 연말까지 남은 4개월 동안 제대로 된 실행전략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4년 안에도 정리하지 못할 겁니다.”

황종성 부산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총괄계획가(Master Planner·MP)는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사업 성공 여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황 MP는 지난 8월, 부산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인 에코델타시티(EDC)의 새 MP로 위촉됐다. 지난 7월 천재원 엑센트리 대표가 MP 직을 사임하면서 AP(Assistance Planner)였던 그가 MP 직에 새롭게 선임됐다.

MP는 시범도시 사업을 총괄, 사업 전반을 이끌어간다. MP를 지원하는 총괄계획단도 현재 구성 단계에 있으며,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출범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MP 혼자 사업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MP와 총괄계획단이 한 팀을 이룬 만큼 앞으로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사업은 한 층 더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황 MP를 만나, 새 MP로 선임된 소감과 앞으로의 시범도시 사업 계획을 들어봤다.

황종성 부산 에코델타시티 총괄계획가(MP)

-부산 MP가 갑자기 바뀐 것에 대해, 시범도시 사업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려할 건 없는 것 같다. 이전에도 AP로서 전 MP와 같이 일을 했었고, 또 부산 시범도시 사업의 기본 철학, 기본 구상을 함께 만들었다. 기본 구상에 이어 앞으로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짜면 되기 때문에 MP 교체로 인한 사업 지연 문제는 없다.”

-기본 구상안은 그대로 가져갈 계획인가, 변경되거나 보완할 부분이 있나.

“기본 구상안은 많은 분들과 논의를 해서 만든 것이라,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본 구상과 그것을 실현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어떤 걸 먼저 실행하면 파급효과가 높을지, 우리나라 산업 발전방향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앞으로 만들 거다. 기본 구상안을 구체화시키는게 중요하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지금부터 연말까지 남은 4개월이 우리가 하는 국가 시범도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4개월 동안 제대로 된 실행 전략을 만들어낸다면 3년 후에 시범도시 건설이 잘 완성될 것이고, 4개월 이내에 기본 골격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4년 안에도 정리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12월 말까지는 정부정책 방향에 맞고, 산업발전에 도움도 되고, 국민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공통분모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에 정부 투자계획에도 반영이 안 되고, 타이밍을 놓치면 또 한 해가 지나버린다.”

-기본 골격은 누가, 어떻게 짜게 되나.

“기본 골격은 저 혼자 하지 않고, 이번에 새로 생기는 마스터플래너팀(총괄계획단)과 함께 짜려 한다. 마스터플래너팀이 구성되면, 본격적인 체계를 갖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일 먼저 하게 될 일은 핵심 과업을 정리하는 거다. 예를 들면 블록체인은 꼭 들어가야 한다든지. 그동안 스마트시티는 보안 문제에 관해서는 눈감았는데, 이번에는 보안도 하나의 과업으로 정리하려 한다. 이렇게 정리된 핵심 과업들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셔, 그분들이 과업 방향을 정리·확정해 전체 계획으로 묶어내는 작업을 하게 될 거다. 문호를 열어 관심 있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을 모셔 오려 한다. 늦어도 9월 중순까지는 진용을 갖출 계획이다.”

-부산 에코델타시티의 3대 특화 전략 중, 스마트시티 혁신센터를 구축,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시킨다는 전략이 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부산 에코델타시티로 끌어들일 수 있는 당근책은 뭔가.

“현재로서 구체화된 건 규제 샌드박스다. 외국 도시와 교차실증을 하는 것도 큰 요인이다. 인센티브도 줄 수 있으면 좋은데, 아직 다른 당근책들은 공부해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은 스마트도시법 발의로 충분한가.

“충분하지 않다. 현재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 수 있는 근거는 ‘스마트도시법’ 하나다. 하지만 스마트도시법은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 수 있는 근거가 돼주는 법이지, 세부적으로 어떤 규제를 풀 것인지에 대한 사항은 들어가 있지 않다. 규제라는 게 필요한 규제가 있고, 풀어줘야 하는 규제가 있다. 그 기준을 어떻게 표현해야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쓰는 지침이나 각종 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그 부분을 저희가 잘 설계해 정부에 요구하고, 정부와 국회가 그걸 받아줘야 한다.”

-국가 시범도시인 EDC는 신도시다. 원도심과의 협력도 생각하고 있나.

“그렇다. 부산시 자체가 EDC 기획 단계에 같이 참여하고 있고, 부산시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마스터플랜은 MP가 책임지고 짜지만, 최종적으로 부산시와 한국수자원공사, 국토부와 정책적인 조율을 거쳐서 나오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협력방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경우는 EDC보다 부산시에서 먼저 시도해볼 수도 있다. 부산시도 적극적인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협력하나.

“예를 들면 교통이 있다. 부산 EDC 자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교통 인프라는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역이 접근성이 좋아야 EDC도 성공할 수 있지 않겠나. 또 EDC도 결국 부산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복지, 사회안전, 환경 같은 부산시 정책하고 완전히 떨어져 진행할 수 없다. EDC에서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은 부산시의 정책적인 협의와 부산시의 지원 속에서 가능한 거로 이해한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주변의 김해공항으로 인해 드론을 사용하지 못한다거나, 소음이 심하다는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다. 해결 가능한가.

“이런 문제를 푸는 것 자체가 스마트시티를 하는 이유다. 드론 문제는 합의가 가능하다는 1차 브리핑을 받았다. 규제가 풀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소음 문제는 꼭 풀어야 하는 문제라 생각한다. 화이트 노이즈를 쓸 것인지 등 어떻게 하면 도시가 소음을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도전과제라 생각한다.”

-스마트시티를 새 부지에 만드는 것에 대해 또 하나의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장일단이 있다. 현재 성숙된 기술만 활용한다면 굳이 신도시까지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금 만드는 시범도시는 현재 기술이 아니라 미래 기술을 염두에 두고 가는 거다. 시범도시인 부산 EDC와 세종5-1생활권은 스마트시티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도시가 될 거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그럴 경우는 구도시보다는 신도시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테스트를 해보는 게 효과적이다. 구도시는 이미 모든 게 셋업 돼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신도시 같은 경우는 새 기술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제한 없이 실험해 볼 수 있다.”

-국가 시범도시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난개발을 극복해야 한다. 그동안은 여러 기술들이 부분들로 들어와 무질서하게 자기 서비스만 제공했다. 하지만 이제 스마트시티는 패러다임이 바뀌어 서로 다른 부분이 모여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서로 다른 영역들 간에도 서로 호환될 수 있게끔 벽이 허물어져야 한다.”

-실현하는 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제일 어려운 점은 부분의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도시에 들어가는 수많은 부분의 칸막이를 없애 융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걸 성공해야 새로운 스마트시티 모습을 선보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역들 간의 배타성을 극복해야 한다. 시청 조직도만 봐도 물 담당 영역, 공원 담당하는 영역 등 수많은 부서가 있다. 부서·부처 간 배타성을 없애고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 최소한 시범도시 안에서는 그런 각 영역이 옛날처럼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닌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관련기사

-마지막으로 포부를 밝혀준다면.

“부산 EDC가 한국 미래를 여는 첫 단추가 됐으면 좋겠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도 도약해야 하는데, 부산 EDC에서 그런 발전 동력을 찾았으면 좋겠다. 국민들도 새로운 거주환경을 통해 생활 여건이 개선됐으면 좋겠다. 그런 중요한 의미로 부산 EDC MP를 받아들이고 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