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코리아 새 대표, 왜 국제조세법 전문가일까

2020년 외부감사법 시행 앞둔 '선제조치' 가능성

디지털경제입력 :2018/09/05 14:22    수정: 2018/09/05 15:11

최근 애플코리아 새 대표이사로 선임된 피터 로날드 덴우드는 전임 대표이사와 달리 마케팅이나 세일즈와 무관한 법률가 출신이다.

법 전문가가 애플코리아 대표이사로 선임된 배경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그의 전문 분야인 국제법, 특히 세금과 깊은 관련이 있다.

업계에서는 오는 2020년부터 시행되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대한 법률'(외부감사법) 시행을 앞둔 선제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 마케팅과 무관한 법률가가 애플코리아 대표로

애플코리아유한회사 대표는 그동안 일본 애플 법인인 '애플재팬합동회사' 대표가 겸임해 왔다.

2011년 취임한 더글라스 벡, 2016년 취임한 다니엘 디시코 역시 애플재팬합동회사 대표이사였다. 이는 법인 등기부등본에서도 확인된다. 더글라스 벡과 다니엘 디시코의 주소지는 모두 일본 도쿄였다.

최근 애플코리아 대표이사에 선임된 피터 로날드 덴우드. (그림=링크드인 캡처)

그러나 이번에 취임한 피터 로날드 덴우드의 주소지는 애플 본사가 있는 '원 애플 파크웨이, 쿠퍼티노, 캘리포니아'다. 일본이 아닌 미국 본사에서 애플코리아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것이다.

담당 분야에도 차이가 있다. 다니엘 디시코는 2010년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대표이사로 활동한 마케팅 전문가였으며 더글라스 벡 역시 북미와 일본 지역 세일즈 담당이었다.

그러나 애플코리아 신임대표인 피터 로날드 덴우드는 마케팅이나 소매 전략과는 무관한 법률가 출신이다. 1963년생인 그는 1983년 UCLA에 입학해 1987년 상위 25%의 성적으로 졸업한 후 UC 헤이스팅스 법학대학원에서 1990년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캘리포니아 주 변호사 자격증도 소유하고 있다

■ 애플 세금 회피에도 관여한 세금 전문가

실제로 그는 국제 법, 특히 세금 관련 전문가다. 링크드인에 등록된 논문과 저서를 살펴보면 다국적 기업의 해외 지사 소득 신고와 법규 등 조세 문제에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의 이름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지난 해 공개한 파라다이스 페이퍼에서도 등장한다.

2013년 당시 세계 최대 규모 로펌인 베이커 앤 매킨지에서 세금 관련 전문가로 활동하던 그는 애플이 세금 회피를 위해 아일랜드 자회사를 저지 섬으로 이전하는 과정에 관여했다. 그리고 일련의 작업이 끝난 2013년 9월 애플의 기업 법, 특히 국제 법 담당 이사로 이직했다.

■ 2020년 시행 예정인 외부감사법 선제 대응 나섰나

다시 말해 세금 전문가인 피터 로날드 덴우드가 애플코리아유한회사 대표로 취임했다는 것은 이 법인에 세금 관련 이슈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애플유럽, 애플 리투아니아, 애플 프랑스, 애플 스위스, 애플 폴란드, 애플 네덜란드, 애플 베트남 등 세금 관련으로 마찰을 빚은 국가의 법인에 대표이사 또는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제기되는 문제는 지난 4월 개정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대한 법률' 시행안이다. 지금까지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는 외부 회계 감사 의무가 없었지만 내년 11월부터는 외부 회계법인 감사를 통해 매출이나 영업 실적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 앱스토어 원화 결제 시행도 '외부감사법' 선제조치

실제로 애플은 아이폰3GS 국내 출시 직전이던 2009년 10월 '애플컴퓨터코리아 주식회사'를 애플코리아유한회사로 조직변경 설립했다. 이후 단 한 번도 국내 시장에서 올린 매출에 대해 공개한 적이 없다.

지난해 국정감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다니엘 디시코 전임 대표이사 역시 "매출은 본사 소관 문제"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애플은 이번 달부터 앱스토어 결제 통화를 원화로 변경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림=이메일 캡처)

그러나 회계년도 기준 2020년부터는 국내에서 올린 모든 실적을 회계법인을 통해 감사받고 이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애플 국내 실적이 드러나는 동시에 각종 세금을 보다 투명하게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애플은 앱스토어와 아이튠즈, 아이클라우드 등 결제 통화를 이번 달부터 달러화에서 원화 결제로 전환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 조치 역시 외부감사법 개정을 염두에 둔 선제조치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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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앱스토어와 아이튠즈, 아이클라우드에서는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 해외 브랜드로 발급된 신용카드만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순수 국내용 신용카드도 결제 수단으로 쓸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소득공제 문제다. 달러 결제한 금액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대상 금액에서 제외되었지만 앞으로는 이들 금액이 모두 신용카드 소득공제 대상 금액에 포함된다. 앱스토어 매출 역시 국세청의 세금 부과 근거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