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 반란…'30% 수수료' 무너질까

넷플릭스·에픽게임즈 등 애플·구글에 잇단 반기

홈&모바일입력 :2018/08/23 16:45    수정: 2018/08/25 10:4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이 스마트폰 강자가 된 비결은 뭘까? 물론 아이폰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매끈한 디자인과 화려한 이용자경험 모두 혁신적이었다. 이런 요소들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쳐버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매끈한 디자인과 혁신은 후발주자들이 곧바로 따라잡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도드라져보이게 한 것은 한해 뒤인 2008년 출범한 앱스토어였다. 앱 500개로 출발한 앱스토어는 첫 주말에만 1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사진=픽사베이)

스티브 잡스는 처음엔 앱스토어를 수지 타산을 맞추는 선에서 운영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래서 애플은 초기엔 최초 거래에 대해서만 30% 수료를 받았다. 최소한의 운영비만 받는 공개장터였다.

하지만 앱스토어가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하자 애플의 입장도 바뀌었다. 모든 거래에 대해 ‘수수료 30%’란 공식이 굳어졌다.

이후 애플은 ‘앱 골목의 독재자’ 노릇을 해 왔다.

■ 인기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는 구글 플레이 우회

물론 앱 장터는 매력적인 부분도 적지 않다. 잠재 수요자가 한 곳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애플 특유의 매끈한 유통 방식 역시 ‘돈 없고 백 없는’ 개발자들에겐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조금 규모가 큰 업체에겐 상황이 다르다. 30% 씩 꼬박 꼬박 떼어나는 ‘애플세’ ‘구글세’가 성가시기 이를데 없다.

그렇다고 앱 장터의 골목대장들에게 정면 반발하는 건 부담스럽다. 자칫하면 장터에서 퇴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애플, 구글 두 앱 독재자들에게 반기를 드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2년 전 앱스토어 우회 선언을 하면서 정면 대결한 적 있다. 결국은 애플의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30% 수수료를 이듬해부터는 15%로 낮추는 결실을 맺는 성과를 얻었다.

2010년과 2018년 인기 앱 비교. (사진=앱애니)

최근 들어선 앱 장터 실력자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반란이 모의되고 있다. 이달 들어 에픽게임즈가 슈팅게임 ‘포트나이트’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하면서 구글 플레이를 우회했다. 또 다른 게임업체 밸브도 비슷한 시도를 했다.

좀 더 최근엔 넷플릭스가 애플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자사 모바일 페이지에서 결제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넷플릭스 측은 9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하는 실험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시험 결과에 따라 전면 도입할 수도 있다.

구글과 애플에 반기를 든 업체들은 앱 장터의 대표적인 실력자들이다.

포트나이트는 지난 3월 애플 앱스토어에서 출시된 이후 총 2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애플은 포트나이트를 통해 총 1억3천500만 달러 가량의 수수료를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포트나이트의 우회 조치로 구글은 최소 5천만 달러를 잃게 됐다.

포트나이트를 만든 톰 스위니 에픽게임스 최고경영자(CEO)는 “게임에 대한 개발, 지원, 운영 업무를 모두 담당하고 있는 퍼블리셔가 앱스토어 운영자에게 30% 수수료를 내는 건 너무 큰 비중이다”고 비판했다.

■ 앱스토어 매출 1위 넷플릭스의 반란, 성공할까

넷플릭스가 반기를 든 것도 마찬가지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앱이 바로 넷플릭스다. 또 구글 플레이에선 최근 90일 사이에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앱이기도 하다.

그런만큼 넷플릭스 역시 애플에 꼬박꼬박 갖다 바치는 30% 수수료가 부당하단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애플이나 구글도 쉽게 밀리려 하진 않을 전망이다. 앱 수수료를 낮출 경우 매출 타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서비스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애플은 이런 움직임이 더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어카운팅 투데이에 따르면 매쿼리는 앱스토어 수수료가 5~15% 수준으로 하향될 경우 애플 수익이 최대 21%까지 타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구글도 20%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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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구글은 또 다른 악재에 직면해 있다. 유럽연합(EU)이 안드로이드 폰에 구글 플레이를 자동 다운로드하는 건 반독점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결한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에선 앱 장터를 우회하려는 시도가 좀 더 수월할 가능성이 많다.

앱 장터의 대표적인 실력자들이 지핀 반란의 불꽃은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10년 동안 애플과 구글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준 앱스토어 비즈니스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이 질문은 모바일 거래 시대를 지켜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