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애플, 인질로 잡히나

관영매체들 "협상카드로 쓸 수 있다" 공세

금융입력 :2018/08/08 14:22    수정: 2018/08/09 08:2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중국이 애플을 협상카드로 쓸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이 갈수록 불을 뿜으면서 세계 최고 기업 애플이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갈등이 심화될 경우 중국 정부가 미국 대표기업인 애플을 볼모로 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뒷받침하듯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지난 7일 “애플이 중국에서 벌어들인만큼 나누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인민일보는 ‘애플 같은 실적 좋은 기업들을 중국 정부가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제목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와 환구시보가 일주일 간격으로 '애플을 협상카드로 쓸 수 있다'는 기사를 연이어 게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인민일보 기사는 지난 주 중국의 또 다른 관영매체 환구시보에 한 차례 게재됐던 기사다. 인민일보와 환구시보 기사는 작성자와 제목이 똑 같다.

중국 정부가 사실상 미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 분쟁이 시가총액 1조 달러 시대를 연 애플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애플, 중국 민족감정의 타깃 될 수도" 경고

이번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보호 무역기조에서 시작됐다. 출범 직후부터 대중국 무역 적자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선 직접적인 공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당장 미국은 오는 23일부터 160억 달러(약 18조원)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앞서 340억 달러 규모 제품에 대해 25%를 부과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중국도 가만 있지 않을 태세다. 600억 달러 상당의 미국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미국 정부를 겨냥한 이런 엄포에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악관이 지난 주 이례적으로 정부와 테크 및 통신쪽 주요 관계자 간 회동을 마련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인민일보 기사가 관심을 끄는 건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중국 정부가 미국 대표 기업인 애플을 ‘협상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하게 피력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인민일보와 환구시보는 기사 첫 머리부터 “미국 정부가 시작한 무역전쟁으로 중국 업체들이 거액의 손실을 입고 있는데 애플은 왜 중국에서 기록적인 성공을 만끽하고 있나”는 질문을 던지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애플의 2분기 중국 매출은 19% 증가한 96억 달러였다. 인민일보는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중국에서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낸 덕분에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은 아이폰 판매 전체 이익의 1.8%만 가져갔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인민일보는 이런 상황을 강조하면서 “애플이 중국인들의 분노와 민족감정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애플이 계속 중국에서 잘 벌어들이기 위해선 중국 인민들과 과실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인민일보는 애플이 중국에서 일자리 창출 측면에선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인정했다. 그런 관점에서 애플을 쫓아내는 것이 중국 정부에게 이득이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중간 무역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계속 엄청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애플이 중국인들과 더 많은 경제적 과실을 나눠야 한다고 경고했다.

■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갈등…'애플 인질' 최후 카드 동원될까

중국 관영 매체의 잇단 보도는 애플에게 좀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사 논조는 그런 차원을 넘어선다. ’협상카드로 쓸 수도 있다’는 기사 제목이 시사하는 대로 여차하면 애플을 무기로 미국 정부를 협박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애플은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시작될 때부터 두 나라 모두에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 공세를 펼칠 경우 양쪽 모두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올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을 때 가장 관심을 끈 건 중국 업체가 아니라 애플이었다.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핵심 제품들은 전부 중국에서 조립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팀 쿡 최고경영자(CEO)에게 “애플 제품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질 것”이라는 언질을 줬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관영 매체가 연일 애플을 거론하면서 상황이 좀 복잡해지게 됐다. 굳이 비유하자면 ‘핵심 귀족이 유학가 있는 나라와 전쟁을 벌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6월 마감된 분기에 애플 전체 매출(532억 달러)중 중국 매출(96억 달러) 비중은 18%에 달했다. 중국은 애플에게 북미와 유럽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지난 해 6월 분기 10% 감소했던 애플의 중국 매출은 올해는 19% 상승했다. 매출 증가율은 북미(20%)에 이어 두 번째다.

중국 관영매체 지적대로 애플이 6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서는 데는 중국이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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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중국 정부는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애플을 ‘협상카드’로 꺼내들까? 만약 그럴 경우 미국 정부나 애플은 어떤 응수를 보여줄까?

이 질문은 걷잡을 수 없이 치닫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