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차량 화재·결함에 소비자 불만 고조

'팔고 나면 나 몰라라'...배상·리콜책임 강화해야

카테크입력 :2018/08/03 14:48    수정: 2018/08/04 10:38

잇단 차량 화재와 품질 결함에 따른 사고에 대한민국이 공포에 빠졌다.

BMW 코리아는 올해 20차례가 넘는 주행 중 화재 사태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회사 측은 24시간 서비스센터 가동과 렌터카 제공 등의 대응책을 내놨지만, 이후에도 화재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3일 오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이번 BMW 차량의 사고원인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조사하겠다”며 “관련기관과 민간 전문가를 다 참여시켜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심각한 결함 발견시 법적 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대처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하지만 화재 사고는 단순히 BMW 브랜드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지난 2015년 상암동에서 발생한 BMW 520d 화재 사고 (지디넷코리아 독자 제공)

올해 하반기 파사트 TSI, 아테온 등을 출시하는 폭스바겐 코리아도 화재 사고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특정 서비스센터에 맏겨진 제타(Jetta) 차량이 주행 중 불에 타는 사고가 두 차례 이상 발생했지만, 폭스바겐 측은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경상북도 경산시에서 주차 중 발생한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화재 사고도 소비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자체 조사에 나섰지만,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까지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화재 사고 뿐만 아니라, 주행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결함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광주광역시에서 서브프레임 파손 진단 문제로 소비자와 분쟁중이며, 마세라티는 기블리 누유 사태로 브랜드 이미지에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벤츠와 마세라티의 임직원들은 '문제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서비스센터 정비 불량에 화재까지

부산광역시에 거주하는 폭스바겐 제타 BMT 프리미엄 모델 운전자 H씨는 올해 초 아찔한 차량 화재를 경험했다. 차량 접촉 사고가 생겨 부산에 한 폭스바겐 서비스센터에 정비를 받은 후 발생한 사고였다.

H씨는 "서비스센터에서 접촉 사고 조치 이후에 차량을 운전해보니 커브를 돌때마다 차 앞쪽에서 쇠구슬 같은 게 굴러가는 소리가 났다"며 "너무 놀라 차를 세워 본넷을 열어보니 볼트 조임용 스페너가 차량 보닛 안 플라스틱 커버에 올려져 있었다. 황당한 정비 실수였다"고 밝혔다.

H씨는 차량을 서비스센터에 다시 입고시켰지만, 입고 과정 중에서 서비스센터 엔지니어의 부품 파손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접했다. 폭스바겐 측은 "주행하는 데 이상은 없다"며 "3주 뒤에 다시 수리를 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H씨는 그 이야기를 들은지 열흘만에 화재 사태를 경험해야 했다.

화재로 차량 하체 일부분이 탄 H씨의 폭스바겐 제타 차량 (사진=H씨 제공)

화재 당시 H씨의 차량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차된 상태였다. H씨는 차량에 연기가 난다는 주변 거주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분말 소화기로 차량 불을 직접 진화했다.

H씨는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폭스바겐 측은 차량 결함의 원인을 차주 스스로 밝혀주면 직접적인 보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만 고수했다"며 "결국 고객, 서비스센터, 폭스바겐코리아 본사가 각각 3분의 1씩 사고 처리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조건을 서비스센터 측이 제안해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H씨는 결국 수리비의 3분의 1을 지급하고 차량 수리를 받았다.

폭스바겐 코리아 측은 사고 당시 H씨 등에게 대차 지원 등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한 H씨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힘썼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고에 대한 100% 책임을 지고 있지 않아 당분간 소비자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도 예외 아니다...철저한 품질관리 필요해

화재 발생은 BMW와 폭스바겐 등 수입 차량 뿐만 아니라 현대차에서도 발생했다. 1일 경산북도 경산시 옥산동에 위치한 한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주차된 아이오닉 일렉트릭 트렁크 뒷부분에서 화재 사고가 났다. 사고 발생 시각은 새벽 5시 42분이었다.

지디넷코리아가 취재한 아이오닉 일렉트릭 화재 차량을 보면 트렁크 아래쪽 리튬이온배터리 부분이 검게 탄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차량 배선 문제일 가능성과 리튬이온배터리 결함 가능성 등 여러 추정이 업계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주정차 도중 화재 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지난 2016년 차량 출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차는 현재 아이오닉 일렉트릭 사고차량의 화재 원인 분석에 착수했다. 결과가 나오면 미디어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방서 관계자들이 경산 이면도로 주차 후 불에 탄 아이오닉 일렉트릭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경산소방서 제공)

■차량 결함에 입 닫고 외면하는 수입차 대표들

이밖에도 올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마세라티 기블리 연료 누유 사태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트렁크 오작동 사태 등 여러 차례 결함이 나타났다.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은 지난 2015년 화재 사태와 2018년 화재 사태 때마다 사과문을 내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김광철 FMK(마세라티 국내 수입원) 대표와 디미트리스 실라카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 등 업체 임원들은 결함 등에 대한 입장 언급을 꺼리고 있다.

연료 누유 피해를 봤던 마세라티 기블리 S Q4 차주 A씨는 지난 5월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FMK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3월 28일 발생된 자신의 차량 누유 상황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서다.

연료 누유 현상이 나타난 A씨 소유 마세라티 기블리 S Q4 차량이 서울 청담동 FMK 사옥 앞에 정차된 모습. (사진=지

A씨는 지난 3월 28일, 차량 주차 후 약 10분 뒤 출차를 위해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 나가던 중, 엔진 회전이 불안정하면서 시동이 꺼질 듯한 증상을 경험했다.

A씨는 "직접 확인 결과 차량 엔진룸에서 휘발유 냄새가 심하게 나고 바닥에 기름이 흥건히 흘러나왔다"고 밝혔다.

A씨 차량은 지난 2015년 9월 9일 제작되어 2015년 12월 28일에 최초 등록된 차량으로, 위 사고 당시 주행거리는 약 2만km에 불과했다.

김광철 대표는 5월 29일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네리시모 에디션' 출시 행사에서 기블리 누유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출시 행사에서 포토 타임 포즈만 잡고, 누유 사태 관련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실라카스 사장은 연이은 결함 우려에 당당한 입장이다.

관련기사

그는 지난 6월 18일 오전 서울 벤츠 청담전시장에서 열린 3세대 더 뉴 CLS 프리뷰 행사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기자들이 매년 제기하는 벤츠의 기술 및 환경적 이슈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차량을 포함해 거의 모든 완성차 제조사들은 차량 결함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자동차의 결함을 방지하고 이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내릴 수 있는 정부 부처 설립과 자동차 업체들의 꾸준한 품질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