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Team) 쿡, 잡스 유산 멋지게 키워내다

'제품+유통' 혁신…시총 1조달러 새 역사

홈&모바일입력 :2018/08/03 11:19    수정: 2018/08/03 15:2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뛰어난 천재’ 스티브 잡스도 못 해낸 일을 ’팀(Team)’ 쿡이 이뤄냈다.

애플은 2일(현지시간) 주가가 207.39달러로 마감되면서 시가총액 1조 달러 고지를 돌파했다. 팀 쿡은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IT 역사상 최고 혁신가로 꼽히던 스티브 잡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팀 쿡이 애플 CEO로 공식 임명된 것은 2011년 8월24일이었다. 잡스는 그로부터 40여일 뒤인 10월5일 사망했다.

스티브 잡스를 추모하는 팀 쿡. 잡스 사망 이후 최고경영자가 된 팀 쿡이 애플을 시가총액 1조달러 기업으로 키워냈다. (사진=씨넷)

제품 혁신 대신 유통혁신 주력…고실적 행진 계속

잡스가 사망할 당시 애플의 시가 총액은 3천500억 달러였다. 그무렵에도 간간히 시가총액 1조 달러 얘기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보다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강조하는 성격이 더 강했다.

잡스의 뒤를 이은 팀 쿡이 처음 무대에서 소개한 것은 아이폰4S였다. 하지만 ‘아이폰4S’는 ‘잡스의 유작’으로 불렸다. 여전히 스티브 잡스의 그림자가 강하게 남아 있었다.

팀 쿡은 이듬해인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자기 색깔을 드러냈다. 특히 화면 크기를 줄인 아이패드 미니 등은 팀 쿡의 성향이 그대로 반영된 제품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소개하던 장면.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물론 팀 쿡 취임 초기 약간의 혼란도 있었다. 애플 맵을 둘러싼 소동 끝에 결국 팀 쿡이 직접 사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 과정에 잡스 시절 강력한 후계자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스콧 포스콜을 전격 해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게 잡스가 사망한 지 1년쯤 지나던 2012년 10월 29일이었다.

이후부턴 팀 쿡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특히 팀 쿡은 2014년 잡스라면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많은 화면을 키운 아이폰6를 내놓으면서 자기 색깔을 분명히 했다.

이듬 해인 2016년 12월엔 아이폰 분기 판매량 7천829만대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애플이 아이폰 판매량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건 제품 혁신보다는 유통 혁신의 힘이 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애플 내 최고 물류 전문가로 통했던 팀 쿡의 노하우가 큰 힘을 발휘했다.

팀 쿡은 중국 시장 개척에 성공하면서 아이폰 판매량을 대폭 늘릴 수 있었다.

지난 해 내놓은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은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1천 달러를 웃도는 고가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면서 대표적인 비수기인 6월 분기에도 수익 40% 증가란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다.

덕분에 애플은 미국 기업들에겐 전인미답의 고지로 통했던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카리스마 대신 팀워크…잡스도 못한 일 해내

팀 쿡이 처음 잡스 후계자로 낙점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잡스에게 볼 수 있었던 강력한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캇 포스톨이 더 잡스와 가까운 성향을 갖고 있단 평가를 받았다.

필 쉴러 애플 수석부사장. (사진=씨넷)

하지만 ‘뛰어난 개인’ 대신 ‘탄탄한 팀’을 강조한 팀 쿡의 리더십이 ‘잡스 이후’에는 더 적합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생전의 스티브 잡스는 애플 그 자체였다. 애플 제품 발표 행사 거의 전부를 혼자서 다 해낸 적도 있었다.

반면 팀 쿡은 달랐다. 전체 행사 진행을 맡긴 하지만 주요 제품 발표는 담당 부문장에게 맡긴다. 그래서 요즘 애플 제품 발표 행사는 잡스 때와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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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쉴러 마케팅 담당 부사장이나 크레이그 페레리히 소프트웨어 책임자가 자주 무대에 올라온다.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에디 큐 얼굴도 이젠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하다.

뛰어난 개인 대신 ‘팀’을 강조했던 쿡. 그런 팀 쿡의 21세기형 리더십은 뛰어난 천재 잡스도 누리지 못했던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 CEO란 또 다른 영예를 선사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