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 스마트 기기, 완전 방수 아니네"

일정한 수심·시간에서만 유효...믿고 썼다간 낭패

홈&모바일입력 :2018/07/18 08:36    수정: 2018/07/18 09:05

삼성전자 갤럭시S9, LG전자 G7 씽큐, 소니 엑스페리아 XZ2, 애플 아이폰X 등 최근 1~2년 사이 출시된 스마트폰은 모두 '방수' 기능을 갖췄다. 휴가철이 다가오며 이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계곡이나 수영장, 바다 등 물놀이 장소에서 쓸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소비자가 많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가 생각하는 '방수' 기능과 제조사가 말하는 '방수'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수심 1미터, 30분 방수'라는 사실만 염두에 두고 기기를 험하게 쓰다가는 기기가 고장나거나 망가지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 'IP68 방진·방수'에 담긴 의미

최근 1~2년 사이 출시된 스마트폰은 대부분 'IP68 방진·방수'를 지원한다고 설명한다.

애플 아이폰8은 IP67 등급 방진·방수 기능을 갖췄다. (사진=씨넷)

이 숫자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가 정한 표준 코드이며 앞의 숫자는 먼지나 흙과 같은 고체에서 얼마나 버티는지, 뒤의 숫자는 습기나 물에서 기기가 어떻게 보호되는지를 보여준다.

만약 앞의 숫자가 ’6′이라면 이것은 유해한 먼지에서 제품이 충분히 보호된다는 의미다. 또한 뒤의 숫자가 ’8′이라면 ‘수심 1미터를 넘는 깊이의 물 속에서 보호됨’을 의미한다. 단 수심과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제조사가 시험 후 소비자에게 밝혀야 한다.

■ 한자로 쓰면 모두 같은 '방수'지만?

그러나 이러한 '방수' 스마트폰은 엄밀히 말하자면 물을 완벽히 막아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water proof'와 'water resistant' 모두 '방수(防水)'로 번역되지만 그 차이는 분명하다.

LG전자 G7 씽큐 사양 페이지. 'Water Resistant'로 표기했다. (사진=웹사이트 캡처)

'water proof'는 물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완전방수'이며, 'water resistant'는 특정 조건을 준수할 경우 기기가 망가지는 것을 막는 '부분방수'에 가깝다.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와 애플 모두 방진·방수 기능에 대해 'Water and dust resistance', 또는 'Water Resistance'라고 표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어떤 깊이에서나, 혹은 시간 제한 없이 기기가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 '고요한 민물'에서만 유효한 방수 성능

방수 시험 기준이 되는 물의 성분에도 일정한 제약이 있다. 대부분의 방수 기기들은 수돗물이나 생수, 증류수 등 민물에서만 방수 성능을 보장한다. 당분이나 탄산이 섞인 음료수, 염분이 섞인 바닷물 등 부식 우려가 있는 물에 장시간 노출시키면 안 된다.

수영장에 채워지는 물에는 수돗물의 최고 5배 이상 염소가 녹았다. (사진=픽사베이)

수영장이나 워터파크에 채워지는 물에도 일반 수돗물보다 높은 농도의 염소가 녹아 있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 6에서 정해진 대로 일정한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염소 소독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두 물의 염소 함량을 비교하면 실제 가정에 공급되는 수돗물이 리터당 0.16-0.21mg, 수영장이나 워터파크에 채워지는 물은 그 2배에서 5배를 넘는 리터당 0.4-1.0mg다. 오래 노출될수록 금속이나 도금된 플라스틱, 혹은 각종 단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방수 성능에는 수압도 영향을 미친다. IP68 기준은 수심 1.5미터에서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삼는다. 이 기준에 따르면 수심 1.5미터에서는 1제곱센티미터당 150g의 압력이 가해진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물 속에 갑자기 빠뜨리거나, 물 속에 넣어서 흔들거나, 혹은 수도꼭지·샤워기의 물줄기를 세게 틀고 노출시키면 기준 이상의 수압이 가해진다.

■ 스마트 기기의 '방수', 완전 방수 아니다

결국 스마트폰이나 액션캠 등의 방진·방수 기능은 '완전방수'가 아님을 염두에 두고 무리하게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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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단자와 스피커에 스며든 물이 마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사진=씨넷)

물이 많은 환경에서 장시간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써야 한다면 사전에 방수 기능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떨어뜨리거나 충격을 가한 적이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금(크랙)으로 물이 스며들거나, 내부 패킹이 틀어지거나 변형되며 방수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USB-C 단자나 라이트닝 단자, 혹은 3.5mm 이어폰 단자와 스피커에 스며든 물이 마르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주요 제조사들은 물을 완전히 털어낸 다음 그늘에서 3-4시간 이상 완전 건조시킬 것을 권장한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 장시간 활동해야 한다면 방수 특화 기기를 써야 한다. (사진=소니)

30분을 넘는 장시간동안 물이 많은 환경에서 방수 기기를 써야 한다면 방수팩, 방수 하우징이나 방수에 특화된 기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단 이들 기기도 수심이나 시간 등에 일정한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