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카 핵심 ‘내비’ 경쟁 2라운드 시작

카카오·네이버·SKT, 자체 내비 확산 주력

인터넷입력 :2018/07/17 09:12    수정: 2018/07/17 10:24

커넥티드카 시대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인 ‘차량 내비게이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SK텔레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CT 기업들의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자동차에 IT기술로 네트워킹해 안전과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 때 가장 대표적인 적용 분야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플랫폼이다. IVI 플랫폼은 차와 스마트폰이 연결돼 길찾기 같은 다양한 정보는 물론 음악, 오디오 콘텐츠 등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 이 분야 대표주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의 '카 플레이'다.

시장조사업체인 BI 인텔리전스는 2020년 세계 자동차 생산량(9천200만대) 중 75%(6천900만대)가 커넥티드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시장분석업체 트랜시페어런시 마켓 리서치(TMR)는 세계 커텍티드카 시장이 2019년까지 1천320억 달러(1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5G 커넥티드카 'T5'(사진=BMW 코리아)

커넥티드카는 통신망에 상시 접속해서 주행 환경을 파악한다는 점에서 자율주행 기술 영역까지 확장된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조사에 따르면 자율주행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30억 달러(3조4천억)에서 2025년에는 30배 이상 늘어난 960억 달러(109조4천억)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국내에서는 카카오의 행보가 무섭다. 국내 완성차 시장 1위인 현대기아차와 끈끈한 협력 관계를 가져간데 이어,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점해 가고 있는 구글과도 손을 잡았다.

SK텔레콤은 자체 내비게이션인 ‘T맵’의 고도화를, 네이버는 검색 기술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내비게이션 애프터마켓 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다.

이들은 IVI플랫폼에서 빠져선 안 될 차량용 내비게이션의 기능 고도화와, 데이터 축적을 위한 사용률 확장에 힘쓰는 모습이다.

■ 카카오, 구글 통해 현대기아차에 내비 지원

안드로이드 오토 실행(사진=지디넷코리아)

카카오는 최근 구글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안드로이드 오토’ 국내 서비스에 기본 내비로 들어갔다. 구글은 현대기아차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50종이 넘는 차량에 안드로이드 오토 시스템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글은 국내 특성상 정밀 지도 제작이 어려운 구글 맵 대신, 국내 모바일 내비 시장 2위인 카카오 내비를 안드로이드 오토의 사실상 유일한 내비로 선정했다. 카카오는 이번 구글과의 협력으로 보다 많은 차량에서 주행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운전자가 어느 곳을 목적지로 많이 설정하는지, 또 자세한 주행거리와 교통 상황 등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 정보가 반영돼 보다 정교한 길안내 서비스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는 현대기아차 자회사인 현대엠엔소프트 내비에도 음성인식 인공지능(AI) 플랫폼인 ‘카카오i’ 기술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음성으로 목적지를 검색하고, 맛집 등을 현대차 내비에서 바로 추천받을 수 있다.

그 동안 정확도 측면에서 운전자에게 아쉬움을 줬던 현대 내비가 카카오i 음성인식 기술을 만나 보다 똑똑한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직접 길안내 서비스는 아니지만, 주행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들을 간접적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카카오는 차량 주행 정보를 다양한 협력업체와 함께, 여러 방식으로 모으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보다 정확하고 최적화된 길안내 서비스가 필요한 만큼, 이를 대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카카오는 택시, 대리운전 등의 서비스를 통해서도 풍부한 주행 데이터를 끌어 모으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오토의 핵심은 길안내다. 이번 협력으로 구글은 완전한 안드로이드 오토 국내 서비스가 가능해졌고, 카카오는 풍부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게 됐다”며 “내비 주행 데이터는 구글 측에 제공되지 않고, 카카오 내비 서비스 고도화에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 네이버, 애프터마켓 공략...자체 기술 콘텐츠 고도화

그린카에 설치된 네이버 '어웨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직접 나선 네이버는 차량 내비 시장도 보다 직접 공략하는 모습이다.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랩스는 지난해 자사 AI 플랫폼 클로바를 탑재한 ‘어웨이’ 인포테인먼트 기기를 출시했다. 여기에는 네이버 내비가 탑재돼 있으며, 음악 서비스인 ‘네이버 뮤직’과 팟캐스 서비스인 ‘오디오 클립’ 등의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들어있다.

네이버는 어웨이를 렌트카인 그린카에 적용했으며, 현재 2천대 수준에서 올해 말까지 3천대에 어웨이를 장착할 예정이다. 또 이 회사는 아직 큰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올 2월 초 일반 이용자 대상의 어웨이 애프터마켓 제품도 출시했다.

네이버의 과제는 어웨이로도 네이버 내비 사용률을 상대적으로 크게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린카를 통해 내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만, SK텔레콤의 T맵이나 카카오의 카카오내비에 비하면 크게 뒤지는 수준이다.

결국 네이버는 커넥티드카 시대가 됐을 때 차량 내에서 탑승자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얼마나 잘 제공할 수 있느냐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가령 사용자 맞춤형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맞는 정교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추천을 해준다면 사용자들의 선택을 넓혀나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네이버 내비 이용률도 증가하게 된다.

네이버랩스는 사용자의 실제 생활환경과 상황을 인지하고 이해해 필요한 정보를 적재 적시에 제공하기 위한 '생활환경지능' 기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 사람들의 삶이 펼쳐지는 공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 공간과 공간 사이를 연결해주는 이동에 집중하며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어웨이는 그린카 2천대에 장착돼 있으며, 올 연말까지 3천대로 늘리고 보험 호출 기능 등을 추가할 계획”이라며 “각사마다 전략적인 선택에 있어 방향이 다른 것 같다. 커넥티드카 시대가 됐을 때 내비도 중요하지만, 차량 내에서 결국 IVI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SKT, AI 기술로 T맵 경쟁우위 다지기 전략

SK텔레콤은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에 운전자들의 목적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맛집을 알려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SK텔레콤은 T맵에 음성인식 AI 기술인 ‘누구’를 도입해 사용자 편의성을 끌어올렸다. 또 2016년 7월부터 타 통신사 이용자들에게도 무료로 개방,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해 길안내 정확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운전자의 안전한 주행을 위한 음성 문자 발신 기능을 도입했다. 스마트폰 화면 터치나 별도 조작 없이 “아리아, OO에게 XX 문자 보내줘”라고 말하면 문자가 전송되는 식이다. 또 문자를 받았을 때는 “아리야, 문자 읽어줘”라고 말하면 T맵이 “OO의 문자에요. XX”와 같이 문자를 읽어준다.

SK텔레콤의 T맵은 현재 국내 모바일 내비 중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인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지난 4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T맵 월 사용자는 756만 명으로, 같은 기간 카카오내비 359만 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현재까진 큰 차이로 T맵이 국내 모바일 차량용 내비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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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T맵과 카카오내비가 앱 대 앱으로 경쟁이 이뤄진 기준이다. 카카오 내비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해당 시스템 지원이 되는 GM대우 등의 차량으로 확대될 경우 또 다른 경쟁 구도가 펼쳐질 수 있다.

다만 안드로이드 오토에서 카카오내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차량에 연결된 USB 선과 안드로이드 폰을 매번 연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얼마나 많은 이용자들이 이용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미 많은 운전자들이 T맵에 익숙하고 품질에 만족하고 있어 이를 넘어서는 것도 카카오 입장에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