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은산분리 원칙, 재점검할 때 됐다"

"시대변화와 디지털 네이티브 요구 수용해야"

금융입력 :2018/07/11 17:07    수정: 2018/07/12 10:58

은산분리 제도 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관련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산분리 원칙의 적용 방식을 재점검할 시점"이라고 말해 완화 논의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 차례 연기됐지만 이달 중순 열리는 '2차 규제혁신회의'에서도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은산분리는 산업 자본(비금융자본)이 은행을 사금고화하고 금융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에 제한(의결권 있는 주식 4% 이하 보유·의결권 미행사 전제 최대 10% 보유 가능)을 둔 제도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국회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최종구 "은산분리 재점검할 시점"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정재호 의원이 주최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1년 성과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산분리 도입 당시보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요구를 제도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사회·경제적 여건이 충분히 성숙했다"며 "경제 규모의 확대와 경제 시스템의 선진화 노력이 이어지면서 은산분리 원칙의 적용방식을 재점검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산분리는 국유화됐던 시중은행들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를 반영해 1982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며 "당시 우리나라는 기업의 자금수요에 비해 공급이 항상 부족했고 대기업들이 금융회사의 자금을 독점하던 시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이 다변화됐고 대기업 집단에 대한 사회·제도적 감시체계가 강화됐으며 금융감독과 규제도 정교해졌다"며 "시대의 변화와 금융상품과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IT기업들이 투자할 의욕이 있고 청년들이 그 곳에서 일하고 싶어 하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금융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 "은산분리는 금융산업의 기본원칙으로 지켜가되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규제를 국제적인 수준에 맞춰 나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은산분리 완화하면서도 부작용 줄일 기준 있어야"

이날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 시 나올 부작용을 피해갈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그동안 은산분리 완화에 있어 폐해 우려에 집착했다"며 "산업자본의 대주주의 은행 지분 취득 한도에 상한선을 두고 대주주와의 여신 한계도 기준을 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한국을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칭하지만, 대국을 이끄는 금융산업이 부끄러울 정도로 낙후된 것이 현실"이라면서 "금융 산업을 선진화하고, 핀테크로 경제 활성화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것이 더 큰 논점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호 의원은 2016년 11월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 자본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했다.

토론회서 발제를 맡은 한국금융연구원의 김우진 박사도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제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 완화 움직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작년 출범한 두 은행은 강력한 대주주가 없어 유상증자에도 시일이 오래걸리는 등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케이뱅크는 주주가 20여개 업체로 구성되면서 증자를 논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대출 상품 판매를 일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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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의 심성훈 은행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을 위해선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혁신적 융합 서비스 개발 역량은 물론이고 시장의 판을 흔들 수 있는 과감한 의사 결정과 증자를 감당할 수 있는 주주의 존재가 필수"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윤호영 대표는 "ICT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소유 지분을 완화하는 것은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고객에 제공하고 금융시장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이뤄나가는 기회의 시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