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칩 없는 인텔, 5G 시대 입지 좁아지나

유일한 스마트폰 고객사 애플 이탈설도 나와

일반입력 :2018/07/10 06:40

인텔 5G 로드맵 중 가장 끝에는 자동차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스마트폰, PC 등이 위치한다. 이는 퀄컴이나 삼성전자 등 경쟁사와 큰 차이가 없다.그러나 인텔의 5G 스마트폰 분야는 극히 취약하다. 바로 통신칩이 아닌 모뎀만 생산한다는 한계를 지녔기 때문이다.

■ 아이폰용 5G 모뎀 취소설, 인텔 "사실 아니다"

현재 인텔은 2019년 스마트폰 탑재를 목표로 5G용 모뎀인 XMM 8000 시리즈를 개발중이다. 올 2월 MWC 2018에서 인텔은 올 중반부터 첫 5G 모뎀칩을 생산해 HP, 델, 레노버,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공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인텔의 로드맵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근 불거진 5G 모뎀 개발 중단설이다.

이스라엘 매체인 씨테크는 지난 6일 "인텔이 2020년 아이폰 탑재를 목표로 개발하던 5G 모뎀칩인 '서니피크'(Sunny Peak) 개발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씨테크는 관계자 증언과 내부 메모를 입수해 "애플이 최근 서니피크를 2020년 출시될 아이폰에 탑재하지 않겠다고 인텔에 통보했고 인텔도 인력을 재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텔이 생산하는 LTE 모뎀 칩을 쓰는 회사는 애플 뿐이다. 실제로 패스트컴퍼니는 지난 4월 애플 소식통을 인용해 올해 출시되는 아이폰 중 70% 이상이 인텔 모뎀칩을 탑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만약 애플이 인텔 모뎀칩을 쓰지 않는다면 인텔은 스마트폰 분야의 고객사를 모두 잃게 된다. 삼성전자 엑시노스나 퀄컴 스냅드래곤 대신 모뎀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각각 따로 쓸 스마트폰 제조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텔은 "서니피크는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만 지원하는 칩이며 5G와 관계가 없다"고 해명하고 "2020년까지 세워둔 5G 로드맵에는 변화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최초 보도했던 씨테크도 이를 기사에 반영한 상태다.

■ CDMA 못 쓰는 인텔 LTE 모뎀

인텔이 현재 생산하는 LTE 모뎀칩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 퀄컴이 원천기술을 가진 CDMA를 지원하지 못한다. 이 문제는 올해 출시될 아이폰에 탑재될 XMM7560 칩에 와서야 해결됐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아이폰7 이후 끊이지 않는 성능 논란이다. 기지국에서 멀리 떨어지는 등 LTE 신호가 약해질 경우 감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평가 업체인 셀룰러인사이트는 지난 해 12월 LTE 밴드4를 이용한 벤치마크 결과를 공개하고 "같은 조건에서 퀄컴 LTE 모뎀이 인텔 제품보다 더 빠르다"고 밝혔다.■ 폴 오텔리니의 오판 "애플을 거절했다"

인텔이 LTE는 물론 5G에서도 통합 SoC가 아닌 모뎀에 머무르게 된 계기는 전임 CEO였던 폴 오텔리니의 오판도 큰 몫을 했다.

당시 인텔 CEO였던 폴 오텔리니는 2013년 디애틀란틱과 인터뷰에서 "인텔이 애플 아이폰에 들어갈 프로세서를 만들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거절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7년만 해도 연간 100만 대 조금 넘게 팔리던 아이폰이 큰 수요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2006년 당시 인텔은 1997년 디지털이큅먼트(이후 컴팩에 인수, 컴팩은 HP와 합병)의 ARM 프로세서 부문인 X스케일을 인수한 후 ARM 기반 칩인 스트롱암을 생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텔은 사업부진을 이유로 2006년 이 사업부를 마벨에 매각했다.

결국 애플은 인피니언 모바일칩 사업부와 함께 최초의 아이폰을 생산했고, 이어 인텔이 인피니언 모바일칩 사업부를 인수하자 2009년부터는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 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으로 두각을 드러내자 자체 프로세서 개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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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텔은 2010년 8월 인피니언 모바일칩 사업부 인수를 완료한 뒤에도 이렇다 할 성과물을 내지 못했다. 2013년이 되어서야 첫 LTE 모뎀칩인 XMM 7160을 출시하고 삼성전자 갤럭시탭3 (10.1)에 공급한 게 시작이다.

ARM 프로세서 대신 저전력 프로세서인 아톰에 3G 모뎀을 합친 칩을 생산해 2014년 경 레노버와 에이수스 등에 공급했지만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결국 2016년 4월 인텔은 아톰 기반으로 개발하던 모바일 칩인 브록스턴과 소피아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