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시황 위태...이달부터 가격하락 조짐

공정 안정화로 주력 제품 SSD부터 공급과잉 현상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07/09 17:40    수정: 2018/07/09 17:40

D램과 함께 메모리반도체 슈퍼호황을 이끌고 있는 낸드플래시 시황이 위태롭다. 지난해 9월부터 쭉 같은 평균가를 지켜오다 하반기가 시작되는 이달을 기점으로 가격이 하락할 전망이다.

이유는 글로벌 업체들의 3차원(3D) 낸드 공정 전환이 안정기에 접어들어 공급과잉을 초래하고 있어서다. 특히, 주력 제품으로 꼽히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곳곳에서 이미 가격 하락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업체들의 기술 개발이 되레 시장에 가격 하락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삼성전자가 제조한 3D V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진=삼성전자)

■ 스마트폰 부진·공급 증가가 원인…"D램과 상황이 다르다"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11개월째 같은 가격(5.60달러)을 유지했던 낸드 범용 제품 '128기가비트(Gb) 16Gx8 멀티레벨셀(MLC)'의 평균 판매가격(ASP)이 이달 본격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은 월초라 정확한 평균 거래가가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개별 제품들의 판가 동향을 보면 이달부터 가격 하락세로 접어든 것이 확실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주요 업체들의 3D 낸드 공정 전환이 대부분 완료돼 이제 공급이 늘고 개별 제품별로 가격 하락이 시작될 일만 남았다"며 "공정 전환의 어려움으로 공급 하락 폭이 더 커서 가격이 영향을 받았던 이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낸드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낸드가 주로 탑재되는 스마트폰 판매량이 부진해 완제품 제조사의 수요는 유지되거나 줄어든 반면, 부품 제조사의 공급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스마트폰 등 완제품 수요가 약해지면서 3분기부터 낸드플래시 가격이 본격 하락세로 접어들고, 이 기간동안 수요 증가가 없다면 4분기엔 더 큰 가격 하락이 예견된다"며 "삼성전자와 도시바메모리, 마이크론 등 글로벌 상위 낸드 업체들의 3D 공정 전환이 대폭 개선됐고, 하반기부터 생산량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가 양산하는 72단 3D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진=SK하이닉스)

■ 안정 찾은 3D 공정…메모리로 쏠린 韓 '위기'

최근 몇년 간 낸드 시황은 3D 공정 전환율에 따라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급격한 3D 공정 전환 과정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졌던 지난해 9월 ▲공정이 안정기에 들어선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상반기 ▲공급과잉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올해 하반기다.

시황을 그나마 단편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건 이미 가격 하락세에 접어든 SSD를 통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SSD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1분기까지 반절 가까이 떨어졌다. 공급량이 늘면서 업체들이 무리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낸드 시장 침체가 우려되는 이유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사업구조가 메모리 중심으로 쏠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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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 업계 1위인 삼성전자도 전체 낸드 출하량은 10% 이상 늘었지만, 엔터프라이즈(기업용) SSD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이 심화돼 제품 가격이 약 10% 가량 하락했다.

이에 대해 D램익스체인지는 가격이 떨어진 SSD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공급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익 방어는 어려울 가능성도 유효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