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김프 사라졌지만 한프는 여전"

[상반기 결산] '암호화폐와 분리' 공방 계속

컴퓨팅입력 :2018/07/05 09:58    수정: 2018/07/05 16:03

"김치 프리미엄은 없어졌다. 하지만 한국 프리미엄은 유효하다."

2018년 상반기 한국 블록체인 산업을 되돌아보면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1월까지 이어진 암호화폐 투자 열풍에 온 나라가 들썩거렸다. 과열 분위기에 깜짝 놀란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2월부터 투자 열풍이 한풀 누그러졌다.

한때 30%를 넘어섰던 김치 프리미엄(해외보다 한국 거래소에서 암호화폐가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은 사라지고 역프(한국 거래가가 더 낮은 현상)까지 나타났다. 정부가 우려한 이상과열 현상은 없어졌다.

김치 프리미엄은 사라졌지만 한국이 전세계 블록체인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는 평가는 그대로 유지했다. 한국인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 높고,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국내 블록체인 업체들엔 '한국 프리미엄'이 붙었다.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환대를 받은 경험은 처음"이란 게 이들이 입을 모아 전하는 전세계 블록체인 업계 분위기다.

이제 하반기가 시작됐다. 올해 연말까지 '한국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을까. 워낙 변화가 빠른 시장이라 장담할 수 없다. '합리적인 규제, 전향적인 진흥' 정책이 없이는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업계에 감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분리 논쟁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분리 가능한가'란 주제는 상반기 블록체인 산업을 관통한 가장 중요한 아젠다다.

올해 초 법무부, 금음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유관부처들이 "암호화폐는 규제하고 블록체인은 진흥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논쟁에 불을 붙였다.

1월 18일 종합편성채널 JTBC는 유시민 작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를 패널로 불러 암호화폐 열풍을 진단하는 긴급 토론을 진행해 높은 관심을 사기도 했다.

토론에서 유 작가는 "결국 초점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분리 여부다"며 "분리된다고 본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가상화폐 외에 블록체인 기술을 쓸 곳이 없다면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암호화폐는 규제하고 블록체인 기술만 키우자는 말은 꽃은 있는데 벌레는 다 죽여 생태계를 유지하자는 말로 들린다"며 "공공에서 블록체인이 거래되기 위해서는 장부를 기록한 사람한테 암호화폐가 보상으로 주어져야 하는데 암호화폐를 죽이면 블록체인도 성장하지 않는다"고 반대 주장을 펼쳤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각종 암호화폐들. (사진=지디넷)

현재 국내 암호화폐 거래 규모는 올해 초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지나갔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암호화폐가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퍼블릭 블록체인 분야는 아예 못본척 외면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과기정통부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퍼블릭 블록체인에 대한 정책은 전혀 포함시키지 않았다. 적어도 정부에게 '블록체인-암호화폐 분리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해외 ICO 러시...카카오, 네이버도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중

정부가 지난해 9월 ICO 금지를 선언한 이후 한국 기업들은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 등 ICO 친화적인 국가를 찾아 해외를 떠돌고 있다.

올해 이런 한국 기업이 200개 가까이 될 전망이다. ICO 정보사이트 ICO랭크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한국 기반 ICO 프로젝트는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상태 포함)는 약 100여 개 정도다. 여기에 ICO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까지 추가하면 올해 말엔 140~200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ICO를 금지하고 있지만, 업체들은 놓쳐선 안될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다.

라인이 7월 중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박스를 출시한다.

한국 대표 IT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도 블록체인 플랫폼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해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금융서비스 분야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첫번째 시도로 7월 중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박스'를 개설할 예정이다.

카카오도 일본에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를 설립했다. 그라운드X를 통해 연내 블록체인 플랫폼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토큰이코노미(서비스 참여자들에게 암호화폐 보상을 주는 경제 시스템)를 갖춘 블록체인 서비스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해킹에 검찰조사...바람 잘 날 없는 암호화폐 거래소

올해 상반기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다양한 이유로 구설수에 오르며 홍역을 치렀다.

수백억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도난당한 대형 해킹 사고가 두 건이나 발생해, 업계에 충격을 줬다.

지난달 9일 거래량 기준 국내 7위 업체 코인레일은 해킹 공격으로 40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도난 당했다. 10일 뒤엔 1위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암호화폐 탈취 사고가 발생해 350억원 규모(이후 복구를 통해 180억원으로 피해 축소)의 피해를 입었다.

코인레일이 지난달 10일 새벽 400억 규모의 암호화폐 탈취 해킹 피해를 입었다.

암호화폐 자산을 다량 보유하고 있지만, 금융권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해커들이 노리는 1순위 먹잇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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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경찰·검찰 조사 소식도 끊이질 않았다. 업비트, 코인원, 코인네스 등 5개 업체가 각기 다른 이유로 조사를 받았다. 코인네스트 김익환 대표는 고객의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이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가 구속된 최초 사례다.

국내 주요 거래소들까지 해킹부터 검찰 조사 등 다양한 사건에 휘말려, 암호화폐 거래소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