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자율규제 이달 내 가닥…신규 진입 이제 어려워"

양태영 3대 한국P2P금융협회장 인터뷰

금융입력 :2018/07/04 11:42    수정: 2018/07/04 13:22

'먹튀'와 '사기'로 얼룩져버린 국내 P2P대출업체를 정화하기 위해 한국P2P금융협회가 이달 중으로 자율규제안을 내놓는다. 내주 이사회를 거쳐 자율규제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확정해 시행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3일 서울 역삼동 테라펀딩 사무실에서 한국P2P금융협회 양태영 회장은 이 같은 구상을 밝히며, P2P대출업계의 환경과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양태영 회장은 부동산 담보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기반으로한 P2P대출업체 테라펀딩의 대표이며, 지난달 12일 한국P2P금융협회장으로 선임됐다.

한국P2P금융협회 3대회장인 양태영 회장이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테라펀딩)

■ 자율규제안에 채권추심업체 제휴·회계감사 포함 논의

현재 협회는 자율규제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대출 채권이 회수가 되지 않아 연쇄 부도를 맞은 업체와 사기업체가 줄줄이 발각되면서 업계에 대한 평판이 무너진 상태기 때문이다.

양태영 대표는 "4일 저녁에 자율규제안에 대한 세부사항이 나올 것으로 본다"며 "탑 다운(Top-down)방식으로 하면 자율규제를 더 빨리 시행할 수 있었는데 그러면 회원사 이탈이 생기기 때문에 협의와 합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양태영 회장은 최근 부도로 투자자 손실을 안긴 헤라펀딩의 사례를 거론하며, 이달 안으로 나올 자율규제안에는 채권추심업체와의 업무협약 포함 여부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부도 처리를 하더라도 투자자들의 일부 채권을 회수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금융위원회에서도 업체 부도 시 채권 회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 중이지만, 당국 차원에서 풀기 어려운 일"이라며 "업체 부도 시 채권을 어떻게 정리해서 돌려줄 것인지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여러 시범 케이스로 운영해봐야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 회장은 "업체가 부도 선언을 하면 투자자들의 채권을 누가 추심할 거냐, 회사가 없어져 주체가 사라진 상황이다"라며 "채권추심업체와 협회가 제휴를 맺어 부도 위기에 직면한 업체들의 채권 추심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신용대출, 담보대출 등 자산별로 채권을 분류해서 제휴를 맺어야 하기 때문에 한 군데 업체를 지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정기 회계감사와 가입을 원하는 업체의 실태조사 등이 담길 예정이다. 나아가 연 1회 진행됐던 실태조사 횟수를 분기나 반기로 늘리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양태영 회장은 "현재 연 1회를 하면 신규 회원사에 대한 실태조사는 1년 뒤에나 이뤄지는 꼴"이라며 "현재 업계 정화를 위해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가장 시급하다. 금융감독원이 180개 정도의 업체를 모니터링하면 좋을텐데 그게 아니니 협회가 업체를 모니터링해 시장 정화를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문제가 발각될 경우 금감원에 고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양 회장은 회원사 가입 조건에 인적·물적 가이드라인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 회장은 "부동산PF P2P대출이라고 하면 기존 금융사에서 관련 경험이 몇 년 이상있어야 하며, 최소 심사역이 몇 명이어야 한다 등의 인적 조건을 주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돕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역량있는 인재 채용을 매칭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침도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운영자와 투자자들을 위한 교육도 제공하겠다는 게 협회의 계획이다. 양태영 회장은 "시장이 꽤 크고 투자라는 형태로 자금이 들어오는데 어디서도 교육을 하는 곳이 없다. 회사 홍보 용도가 아닌 P2P투자를 안전하게 하는 방법에 대한 투자자 대상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가이드라인부터 잘못 된 시장, 신규 진입 생각하지 말라

양태영 회장은 성장을 위해 규제를 줄인 최초의 가이드라인부터 잘못된 단추를 뀄다고 진단했다. 양 회장은 "최초 가이드라인에 투자 한도 1천만원 조항이 들어가면서 업체들의 수익률 경쟁과 고민이 치열해졌다"며 "사실 처음 사업을 진행하면 얼리어답터인 고액투자자들이 선도해줘야 시장이 크는데, 크기도 전에 투자한도를 제한해 소액 투자자들을 엄청 많이 모아야 사업이 진행되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소액 투자자를 엄청 모으기 위해선 당연히 수익률이 높아야 하고, 단기 상품이어야 하며 리워드까지 줘야했다"면서 "P2P업체 입장에서 그나마 우량한 차주(次主)를 찾기 어려워졌고, 생존을 위해 리스크가 높지만 수익률을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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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양태영 회장은 P2P업체를 새로 차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심사숙고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회장은 "진입장벽이 낮은 상태라 들어왔다가 괜히 연체가 이어지고 투자자에게 고발당한다"며 이제 신규로 진입하는 것은 늦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수익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자본금, 제대로 된 심사인력 관리, 플랫폼 자체 개발을 하고 5~10년 정도 돈을 벌지 않고 버틸 수 있다면 무리한 대출로 인한 부도나 부실은 터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쉽지 않은 시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