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vs신흥...상반기 유통시장 ‘폭풍전야’

신세계·롯데 조단위 투자·홈쇼핑-T커머스 경쟁↑

유통입력 :2018/06/29 10:46    수정: 2018/06/29 11:02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에선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돋보였다. 롯데, 신세계 두 오프라인 유통 공룡은 본격적인 이커머스 사업 확장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에 계속된 적자를 이어가던 이커머스 사업자들은 전통 유통기업들의 행보를 의식하면서도,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다년 간 쌓은 온라인의 경험과,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한 유연한 조직을 앞세워 한바탕 벌어질 이커머스 전쟁에 전열을 가다듬었다.

국내 T커머스 사업자는 올해 취급고 3조원을 목전에 뒀다. TV홈쇼핑과 T커머스를 합하면 2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시장이 형성된다. 이에 기존 TV홈쇼핑과 T커머스 간 채널 선정 경쟁도 치열해졌다.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심사 통과도 올 상반기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하반기 국내 유통가의 커다란 변화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반기 온라인 커머스와 홈쇼핑 판에서 나타난 폭풍전야의 시간들을 정리해 봤다.

■대규모 투자로 온라인 넘보는 오프라인 유통사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롯데와 신세계는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감행,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는 온라인 쇼핑몰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 및 강화한다. 이들이 5년 내 유의미한 성장을 거두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이커머스 업계에 ‘올 것이 왔다’는 긴장감이 돌았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신세계였다. 신세계는 올해 1월 이커머스 사업 확장을 위해 약 1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뉜 온라인 사업부를 하나로 통합하고, 이커머스 전담 법인을 설립해 5년 뒤 연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신세계는 2014년 신세계몰, 이마트몰, 신세계백화점에서의 각각 온라인쇼핑몰을 하나로 통합한 SSG닷컴을 출범한 바 있으나, 각 법인이 별도로 운영을 맡으면서 통합된 마케팅 전략 수립이 어려웠다. 또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머커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SK플래닛의 오픈마켓 11번가를 인수하는 방법을 고려하다 포기했다. 신세계는 결국 직접 이커머스 판을 꾸려보고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3월엔 롯데가 “신세계보다 더 잘 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치며, 온·오프라인 쇼핑을 아우르는 옴니채널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7조원 수준의 온라인 매출을 2022년 20조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롯데는 향후 5년간 3조원을 온라인 사업부에 투입한다. 백화점·마트·홈쇼핑·면세점 등 롯데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8개의 온라인 몰을 통합해 2020년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통합 재편한다. 또 롯데그룹의 온라인 전문성을 한층 높이기 위해 롯데쇼핑은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이었던 롯데닷컴을 흡수합병하고, 올해 8월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한다.

■소셜커머스, 적자 탈환 가시권에 위메프 근접

지난 4월경 쿠팡, 위메프, 티몬 등 기존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이 공개한 지난해 사업 성적표는 여전히 적자에 머물렀다. 다만 쿠팡을 제외한 위메프와 티몬은 적자폭을 줄였다. 소셜마켓들의 공통 변명인 ‘계획된 적자’를 누가 먼저 탈피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소셜커머스 중 흑자전환 사정권에 가장 먼저 근접한 업체는 위메프로 꼽힌다. 위메프는 지난해 매출은 4천731억원, 영업손실은 417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24.7% 증가, 영업손실은 25% 감소했다. 위메프는 2014년 290억, 2015년 1천424억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위메프 측은 연내 월 단위 기준 흑자전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2조6천846억원으로 전년대비 40%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역대 사상 최대치인 6천388억원으로 전년대비 13% 증가했다. 쿠팡의 영업손실은 2014년 1천215억원, 2015년 5천470억원, 2016년에는 5천653억원이었다. 근 3년간 1조6천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로 지난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유치한 1조1천억원 자금도 모두 소진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엔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4천200억원을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티몬은 지난해 매출 3천562억원, 영업손실 1천18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24% 줄었다. 티몬은 2015년 1천419억, 2016년 1천585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2천억원대의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티몬은 지난해 4월 시몬느자산운용으로부터 500억 원을 유치했다. 티몬은 2020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

오픈마켓 업계에선 SK플래닛이 5천억원의 투자를 받고, 11번가를 신설법인으로 내보내는 점도 주요 이슈다. 11번가는 SK플래닛 합병 2년 만에 다시 분사된다. 신설법인은 9월 1일 출범한다. 11번가는 국민연금, 사모펀드 H&Q코리아 등 국내 투자자로부터 5천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데, 이때 H&Q코리아가 투자조건으로 11번가에 분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지난해 매출 9천915억원, 영업손실 2천496억원을 달성했다. 이중 11번가는 지난해 매출 6천억여원, 영업손실 1천억여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11번가.

■롯데홈쇼핑 재승인·T커머스 사업 확장으로 경쟁 심화

TV홈쇼핑 업계는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아울러 TV홈쇼핑 업체들의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한 T커머스의 경우 지난해 취급고 1조7천억원에서 올해 3조원 가까이 성장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TV홈쇼핑 7개 사업자의 올해 거래액은 20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5년 재승인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돼 올해 5월 재승인 심사를 받았고, 턱걸이 점수로 사업권을 3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 롯데홈쇼핑은 당시 임직원 비리와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공정위 제재 등의 여파로 재승인 기간이 단축됐다. 이번 재승인 심사 때에도 롯데홈쇼핑 신헌 전 대표의 방송법 위반 등 형사소송과 2016년 5월 받은 업무정지처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

CJ오쇼핑은 기존 CJE&M과 합병돼 CJ ENM으로 내달 1일 출범한다. CJ ENM의 초대 수장엔 허민회 CJ오쇼핑 대표가 선임돼, 그룹의 역점 사업인 미디어커머스를 한층 강화한다. 지난해 CJ오쇼핑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2천600만원과 2천245억원으로 전년대비 2.3%, 25.5%씩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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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시청 중 전용 리모콘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T커머스의 경우 전체 취급고가 올해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T커머스는 중소기업 제품 편성비율이 80% 정도로, TV홈쇼핑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점이 특징이다. 현재 T커머스 업체 중 T커머스 단독사업자는 KTH, SK스토아, W쇼핑, 쇼핑엔티, 신세계티비쇼핑 등이고, 겸영사업자는 TV홈쇼핑 상위 5개 업체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CJ오쇼핑, GS홈쇼핑, NS홈쇼핑 등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SK브로드밴드는 T커머스 사업인 SK스토아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고 지난 4월엔 2021년까지 취급고 2조원, 매출액 5천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올초엔 기존 TV홈쇼핑과 T커머스 채널 등으로 홈쇼핑 채널 수가 증가하자 일반 PP가 40번 이하의 황금번호 대에 진입하기 어려워지면서 채널 연번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이에 홈쇼핑 업계는 2000년대 초 채널 연번제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위성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가 홈쇼핑 채널을 200번대에 몰아넣자 시청가구당 홈쇼핑 매출이 케이블TV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시청자가 직접 선호 채널에 별도 순번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됐을 때에도 업계는 홈쇼핑 업체를 겨냥한 방송법 개정이라며 또 한 번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