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한 ICO, 국내 자본시장법 적용 받을 수도”

배재광 대표 "국내백서 19개 분석...80%가 증권 해당"

금융입력 :2018/06/27 17:27    수정: 2018/06/27 18:02

국내에서는 코인공개상장(ICO·Initial Coin Offering)을 전면 금지하고 있어, 많은 기술 보유 기업들이 싱가포르나 홍콩, 스위스 등 해외로 나가고 있다. 이 국가들은 ICO의 기준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업이 해외서 진행한 ICO가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 관심을 모은다.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해외에서 진행한 국내 ICO의 백서를 살펴본 결과, ICO 과정서 나오는 토큰과 코인 등이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 자본시장법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부연이다.

■ 국내 자본시장법 '국외 적용' 규정 존재

27일 벤처법률지원센터의 배재광 대표(변호사)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아직 국내에선 암호화폐(가상화폐·가상통화)가 증권이나 금융투자상품으로 정의되지 않은 상태지만, 명확하게 규정되면 국내 자본시장법에 따라 처벌받을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자본시장법 2조에서 국외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란 게 그 이유다. 자본시장법 2조에 따르면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로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치는 경우에 적용한다.

배재광 대표는 "'효과가 국내에 미친다'는 문구가 중요하다. 해외서 진행한 거래로 인해 예측 가능한 중요한 효과가 국내에 미칠 경우 국내 법을 적용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ICO서 발행한 토큰이나 코인 등이 자본시장법의 금융투자상품에 포함되면, 해외 진행 ICO도 국내 투자자에게 영향을 주고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여겨져 자본시장법의 영향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즉 ICO과정서 발행한 토큰과 코인이 자본시장법의 규제 대상인 금융투자상품이라면 이 국외 규정도 적용돼 해외 ICO도 자본시장법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논리다. 만약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는 코인을 발행했다면, 유가증권신고서 등 자본시장법에 맞는 절차가 수반돼야 한다. 공시 규정 및 사기 거래 규정도 지켜야 한다.

벤처법률지원센터 배재광 대표.

■ 美SEC "비트코인·이더리움 증권 아냐"…한국은?

그렇다면 해외서 ICO를 진행한 국내 기업의 코인 등은 증권이냐 아니냐는 전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 배재광 대표는 "해외 ICO를 추진 중이거나 진행한 국내 기업의 백서(White paper)를 분석한 결과 70~80%가량이 증권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보인다"며 "자본시장법을 사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유권해석이 국내에 미칠 파급력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SEC는 최근 판매 방식과 구매자들에게 약속하는 방식, 구매 행동 등을 근거로 들어 비트코인과 이더는 증권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충분히 탈중앙집중화된 네트워크에서 유통되는 암호화폐는 금이나 석유같은 상품으로 취급해야 한다는게 SEC의 논리다.

그는 "우리나라는 미국 SEC, 연방대법원의 '하우이테스트(Howey test)' 등과 자본시장법 3~5조에 따라 코인을 금융투자상품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리라 본다"며 "국내 기업들이 해외서 발행한 코인은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우이테스트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1946년 제시한 투자 계약으로 볼 수 있느냐 아니냐를 가른 판단 기준이다. 네 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투자 계약으로 간주한다. ▲금전 투자인가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가 있는가 ▲금전투자는 일반적인 활동인가 ▲모집자나 제3자의 노력으로 수익이 나오는가 등이다.

투자 계약을 수반한 토큰과 코인은 금융투자상품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자본시장법 3조에 따른 금융투자상품은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현재 또는 장래의 특정 시점에 금전 등을 지급하기로 약정해 취득하는 권리' 등으로 투자 계약을 전제하고 있다. 결국 자본시장법의 규제 대상이 될 확률이 크다는 것이 배 대표의 부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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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광 대표는 "코인이나 토큰의 성격은 처음부터 선험적으로 상정되는게 아니라 ICO과정, 이후 분산소유 여부, 조달한 자금의 사업개발에 사용하는지 여부 등 포괄적인 요소들에 의하여 결정된다"며 "지레 짐작으로 자본시장법에 지배를 받지 않겠다고 착각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배재광 대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해외 ICO를 추진하는 기업에게 혼란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배 대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작년 9월 암호화폐는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국내 업체들은 이를 믿고 해외에서 코인을 발행하고 ICO를 진행하면 국내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속단했다"면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를 금융투자상품이다, 아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이는 입법부와 사법부가 해야할 역할이다"고 주장했다.